김필수의 Clean Car Talk
매해 급증하는 ‘우회전’ 교통사고
운전자·보행자 모두 위험한 환경
우회전 전용신호등 확대 시급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길을 걷다가 불행을 당한 이는 얼마나 될까. 2020년 기준 35.5%에 이른다. 더구나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는 해마다 5% 넘게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자명하다. 보행자가 건너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우회전하는 차량이 많아서다. 일부 지자체에서만 운영하는 우회전 전용신호등, 이젠 전국으로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마다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전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교통사고 빈번국가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희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년 동안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거다. 도로교통공단의 집계 결과, 2018년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총 3781명으로 1976년 이후 42년 만에 3000명대 수준에 진입했다. 그 이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9년 3349명, 2020년 3081명 등으로 연평균 10.8%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00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한 데에는 음주운전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사고에 가중 처벌을 하는 등 제도적인 측면의 영향이 컸다. 아울러 지난 4월부터는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하면서 향후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참고: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따라 운전자는 도심 내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 이하로, 주택가 및 어린이보호구역 등 이면도로에서는 시속 30㎞ 이하로 주행해야 한다.]   

여러모로 고무적인 성과이지만 필자는 우리나라가 교통안전 최하위국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2020년 기준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사망자 수(1093명)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 건수의 35.5%를 차지할 만큼 높아서다.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큼이나 보행자를 위한 안전한 도로환경을 갖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까. 필자는 교통당국에 횡단보도 주변의 안전시설부터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대표적인 것이 ‘우회전 전용신호등’의 설치다. 국내에서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는 해마다 5% 넘게 급증하고 있다. 원인은 자명하다. 국내법상 우회전 차량은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주행을 지속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운전자들이 신호와 보행자를 정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운전자 시점에서는 보행자용 신호등을 정면으로 볼 수 없다. 고개를 측면으로 돌려야 간신히 신호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그마저도 낮에는 신호등이 햇빛의 반사를 받는 탓에 신호를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량의 통행을 막는다며 쉬지 않고 경적을 울리는 등 다른 운전자들의 ‘눈치 주기’도 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회전 차량의 운전자는 보행자의 유무나 신호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우회전 교차로에서 보행자 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기 전에 우회전 전용신호등의 설치를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교통당국이 우회전 전용신호등의 설치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기존 신호등과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충주울산 등의 지자체에서 교통사고 빈발 지역에 우회전 전용신호등을 설치하면서 그 필요성에 시민들도 공감하는 추세다. 울산의 경우, 우회전 전용신호등을 지상에 설치해서 공중에 있는 기존의 신호등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우회전 전용신호등 보급 시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방식이다.  

무엇보다 우회전 전용신호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초기 설치비용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자에게 확실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보행자와의 충돌사고를 막는 것은 물론, 교차로에서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는 잘못된 운전문화까지 개선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까지 보태진다면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왕국이란 불명예에서 벗어나는 일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필자는 우회전 전용신호등이 우리나라의 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회전 전용신호등의 보편화로 우리나라가 교통안전 후진국에서 탈피해 선진국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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