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대선주자들 각종 공약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 피부로 느끼는 ‘교통’ 공약 안 보여
장애인 보행권, 면허 제도 등 과제 숱해

20대 대통령 선거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공약 발표에 돌입한 대선주자들도 얼마 남지 않은 선거일을 앞두고 각자의 비전을 내세우기 바빠 보인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넘쳐나는 공약 중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무엇일까. 유권자에 따라 그 답은 천차만별일 거다. 필자의 답은 바로 ‘교통’이다.

교통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대선후보들의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통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대선후보들의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통은 국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된 분야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당시 ‘안전권(국민이 생명 · 신체의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을 헌법상 기본권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을 만큼, 국민 안전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 후보들의 공약 중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교통이다. 대부분 공약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고속도로 등 토지 · 인프라 개발에 치중해 있다. 국민 안전은 뒷전인 모양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대선주자들이 살펴봐야 할 몇가지 교통 관련 정책을 언급하고자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교통정책➊ 우회전 신호등 = 최근 교통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사거리에서의 우회전 문제다. 교통당국이 올해부터 우회전 교통법규 위반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 중인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차를 멈춰야 한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너지 않는 상태에서 우회전을 해도 교통법규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 

이 경우 운전자는 범칙금을 물어야 하는데, 올해부터는 범칙금에 더해 법규 위반 횟수에 따라 보험료까지 인상된다. 교통법규 2~3회 위반 시 보험료 5%, 4회 이상 위반 시 보험료 10%를 할증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운전자들에게 적지 않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사후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사고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필자는 우회전 전용신호등의 설치를 제안한다. 우회전 전용신호등을 설치하면 기존 보행자용 신호에만 의존했던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신호위반은 10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만큼 운전자들의 법규 준수율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일선 지자체에서 우회전 전용신호등을 시범 설치하고 있는데, 차기 정부에서 그 효과를 유심히 살펴본 후 전국적으로 확대 · 설치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통정책➋ 장애인 이동권 = 교통 분야 중에서도 좀처럼 정책적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이동권이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다.

이웃한 국가인 일본의 사례만 봐도 장애인 이동권을 소홀히 여기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일본의 완성차기업인 도요타는 매년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십 가지 차종을 선보인다. 그만큼 소수자와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 전용 차종이 단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이 사용하기 위해 자가용을 개조하려고 해도 그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제도적 여건도 후진적이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완성차기업 도요타는 매년 도쿄귝제전시회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트립어드바이저 제공]
일본의 완성차기업 도요타는 매년 도쿄귝제전시회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트립어드바이저 제공]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유관 부처에서 함께 논의하고 협업해야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실상은 관련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정부의 투자나 인프라 조성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장애인단체가 이동권 개선을 위해 교통약자법의 개정을 촉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나마도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 콜택시 확대 등 이동권 보장에 필요한 예산 지원이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에 묶여 있어서다.

이 경우 부처에서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지원 비용을 줄여도 법적인 문제를 피해갈 여지가 있다. 대선후보들이 “교통약자법 시행령에서 예산 지원을 의무조항으로 강화하라”는 장애인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교통정책➌ 운전면허 선진화 = 마지막으로는 필자가 각종 칼럼과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운전면허 문제를 다루고 싶다. 지난 2011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운전면허 간소화를 명분으로 교육 시간을 줄이고, 시험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 50시간 이상이었던 교육 시간은 11~13시간으로 축소됐고, 장내기능시험 항목도 11개에서 2개로 줄었다. 

문제는 쉬워진 면허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도로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중앙선을 넘어 신호 대기를 하거나, 사거리 한복판에서 급회전을 하는 등 교통법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속출한 거다.

실제로 초보운전자(면허 취득 1년 미만)의 사고율도 운전면허 간소화를 시행한 2011년 이후 2014년까지 4년간 꾸준히 상승(39.6%→40.1%→41.1%→41.7%)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교통당국은 2016년 기능시험 항목 및 실격사유를 늘리면서 면허시험을 다시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근 국가인 일본이나 중국은 60시간 이상의 면허 교육을 받고, 호주나 독일의 경우 정식면허 취득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견줘보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물면허’를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운전은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전문화한 검증 제도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선후보들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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