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독특한 맛에 특별한 재미까지
코로나19 국면에선 SNS 마케팅

글로벌 요거트 체인업체 ‘요거트랜드(Yogurtland)’는 재미한국인(필립장·장준택)이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마케팅으로 활용한 ‘숟가락 전략’은 여러 미디어에서 조명했다. 숟가락만큼 크고 고급스럽게 만든 스푼을 여러 캐릭터 업체가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거트랜드가 오로지 ‘숟가락 마케팅’으로 성공한 건 아니다. 그들의 진짜 성공전략은 ‘열정’이었다. 

요거트랜드의 숟가락 마케팅은 어린아이들이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사진=요거트랜드 홈페이지]
요거트랜드의 숟가락 마케팅은 어린아이들이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사진=요거트랜드 홈페이지]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최근 3년새 63%나 커졌다. 내년엔 시장 규모가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HM R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건 요거트 관련 시장이다. 숱한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2006년 설립된 요거트랜드다. 이곳은 ‘셀프 서빙’으로 요거트를 파는 숍이다. 요거트랜드의 매장은 2018년 기준 326개, 전세계 지점은 미국을 비롯해서 호주, 두바이, 괌, 인도네시아, 미얀마, 오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 퍼져 있다. 

요거트랜드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탁월한 맛이다. 이 때문인지 요거트랜드에 흠뻑 빠진 할리우드 스타도 많다. 미 베벌리힐스 요거트랜드 매장 주변엔 한때 스타들의 일상을 포착하려는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기도 했다. 이런 요거트랜드를 이끄는 주인공은 재미한국인 ‘필립장(한국명 장준택)’이다. 2013년 1월 KBS TV ‘글로벌 성공시대’에서 조명한 덕분에 이미 많은 이들이 그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요거트랜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전략은 맛의 차별화와 웰빙(well bing)이었다. 요거트 특유의 새콤한 맛을 없애고 아이스크림 맛을 가미하면서도 낮은 칼로리를 유지한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둘째 전략은 가성비다. 1온스당 35센트(2013년 당시)밖에 안 되는 값싼 가격은 폭발적인 인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설 투자비를 아끼지 않은 것도 성공 전략 중 하나다. 요거트랜드가 자체 공장에 5000갤런(약 1만8000L)의 우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타워형 탱크까지 갖춘 건 유명한 일화다. 

마케팅도 잘했다. 앞서 언급했듯 요거트랜드는 ‘셀프 서비스’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자체 개발한 50여종의 요거트(토핑은 30여종)를 알리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아울러 셀프 방식은 고객들에게 ‘나만의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특별한 재미도 선물했다. 요거트랜드의 고객층이 어린이로부터 가족, 어르신까지 넓어진 배경이다. 

요거트랜드의 성장 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요거트랜드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그건 ‘숟가락’이었다. 경쟁업체들이 개당 5센트짜리 작은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할 때 요거트랜드는 차별화를 택했다. 밥숟가락 크기의 개당 30센트짜리 고급 스푼을 도입한 거였다. 재질은 옥수수로 만들어 친환경 트렌드까지 충족했다. 

장준택 대표가 이런 파격적 전략을 펼친 이유는 숟가락만 한 광고 매개체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요거트를 떠먹는 숟가락이 고급스러워지자 고객들은 이를 집으로 가져갔다. 숟가락이 커서 시리얼이나 밥을 먹을 때도 쓸 수 있고 예쁘기까지 하니 소장가치도 있었다. 다만, 이 전략은 부담도 있었다. 개당 숟가락 가격이 올라가면 가맹점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장 대표는 또다른 파격을 택했다. 숟가락 비용의 절반을 본사가 부담키로 한 거다. 이렇게 시작된 숟가락 광고는 일본 캐릭터기업 ‘산리오’와 손을 잡으면서 날개를 달았다.[※참고: 산리오는 일본 고양이 캐릭터 ‘헬로 키티’를 만든 곳이다.] 2010년 산리오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시식 부스’를 만들어 인연을 맺은 두 기업은 2011년 요거트 숟가락에 헬로 키티 캐릭터를 넣기로 합의했고, 어린아이들이 열광하면서 대박으로 이어졌다. 

이후 요거트랜드는 워너브러더스와 캐릭터 계약(2013년)을 체결했고, 루니툰스를 비롯한 만화 캐릭터들을 숟가락에 담았다. 여세를 몰아 2016년엔 쿵푸팬더와 캔디크러시와 제휴했다. 이들의 캐릭터나 아이콘이 새겨진 숟가락을 배포함과 동시에 이들을 맛으로 형상화한 요거트도 출시했다. 

이렇게 다양한 전략을 통해 요거트랜드는 성장일로를 거듭했다.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19 국면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이를테면 SNS 레시피 마케팅인데, 한 고객이 자기가 만든 요거트 인증샷을 찍어 요거트랜드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다른 고객이 그 사진을 보고 따라 만드는 식이다. 


이쯤에선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요거트랜드는 마케팅만으로 성공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요거트랜드의 마케팅을 강조하긴 했지만 진짜 성공비결은 고객을 향한 진심과 열정이다. 

장 대표는 요거트랜드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최고의 재료와 풍미를 가장 맛있는 방식으로 제공하려는 우리의 열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 있는 경험입니다. 더 많은 추억과 맛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당신과 함께….”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말인 듯하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r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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