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Art | 구상화가 이영수(Youngsoo Lee)

Natural Image, Oil on canvas, 116.8×72.7㎝, 2020
Natural Image, Oil on canvas, 116.8×72.7㎝, 2020

주로 물방울과 양귀비꽃을 화폭에 담아내는 화가 이영수는 한국의 손꼽히는 여류 구상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런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예체능 감각이 뛰어났던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감성이 유달리 풍부했던 아버지는 집안의 예쁜 정원을 가꾸는 데 열정적이었고, 어머니는 어린 이영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일기를 이어가도록 했다.

정원 화분에 물을 주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보았던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아빠가 직접 꾸며놓은 연못 가장자리의 ‘야들야들한 양귀비꽃 몇 송이’. 

이런 장면들이 성장한 이영수의 잔상으로 남아 결국 그의 작품 소재로 부활했다. 화가가 된 그는 어린 시절 머릿속에 잔뜩 담아 놓았던 꽃 풍경과 나무, 그리고 이슬방울 등 자신의 심미안心美眼에 의해 걸러진 대상을 마치 실제로 보는 것처럼 완성도 높게 담아내고 있다.

“제가 지향하는 세계는 절대미감입니다. 그래서 제 그림에는 탐미적 요소가 아주 짙어요. 그것도 찰나의 결정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의 설명대로 실제로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세계는 순간적으로 우리 곁을 스치고 사라져버린다. 그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것이 탐미적 예술이다. 인간이든 사물이든 유한성이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이영수 작가의 ‘찰나적 탐미주의 세계’는 미술계에서 이미 자신만의 브랜드가 돼 있는 물방울과 양귀비꽃에 잘 녹아들어 있다.

“물방울이나 이슬방울은 누가 보더라도 영롱함과 청초함, 그리고 맑고 순수함을 느끼게 해줘요.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작은 물방울은 햇빛을 통해 반사돼 주변의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하나의 소우주가 되는 것이죠.” 

Natural Image, Oil on canvas, 72.7×72.7㎝, 2020
Natural Image, Oil on canvas, 72.7×72.7㎝, 2020

그는 “우리가 엄마 배 속에서 갓 태어날 땐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성선설적인 영혼을 갖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때도 묻어가고 욕심도 생기면서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이중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며 자신의 작품세계 시작점을 들려준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물방울과 이슬방울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그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맑고, 순수하며 청초함을 느낄수 있도록 해주는 것. 더불어 심신의 평안도 갖게 해주고자 한다. “이런 마음들이 모아지면 혼탁한 사회가 조금이나마 정화되지 않을까 해요. 이런 소박한 바람을 작품 속에 담았어요.”

그래서인지 한 평론가는 “이영수의 작업이 탐미적 세계만을 추구했다면, 그의 작품은 장식적 회화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그는 순간적 아름다움을 통해 무엇인가 교훈 같은 것을 담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오는 16일부터 7월 6일까지 이영수 화가의 29번째 개인전 ‘Natural Image’가 초대전 형식으로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숙명여대 미대와 동대학원 출신인 그는 이번 개인전 외에 미국, 인도, 중국, 일본의 아트페어와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350회에 이르는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이번 선화랑 전시회에서 양귀비꽃, 물방울 등 기존 주제의 작품 외에 또 다른 새로운 대상과 기법을 선보인다.

전시회 타이틀 Natural Image에 걸맞은 만추의 상징 ‘노오란 은행잎’을 비롯 ‘비에 젖은 화려한 낙엽’, ‘녹색의 잎새’ 등 나뭇잎 시리즈를 전개한다. 지난 2017년 한국구상대제전에 300호짜리 대작 ‘양귀비 정원’을 내놔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도 300호, 200호 등 특유의 몰입도와 열정을 쏟아낸 대작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Windy day(Poppy garden), Oil on canvas, 180× 90㎝, 2021
Windy day(Poppy garden), Oil on canvas, 180× 90㎝, 2021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화려한’ 낙엽들이 뒤엉킨 땅바닥의 장면을 정치精緻한 필치로 묘사한 이영수의 낙엽 그림들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정감적인 느낌을 준다. 비 때문이다. 추적추적 내린 비로 인해 번질거리는 낙엽들의 표면 질감을 아주 빼어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고 풀어냈다.

그는 또 “통상 유채물감으로 물에 젖은 효과, 그것도 낙엽의 굴곡진 이랑을 따라 얕게 흐르거나 고여 있는 상태에서 번질거리는 물과 다양한 형태로 잎새 위에 펑퍼짐하게 퍼져있는 크고 작은 물방울들의 표면 질감을 생기 있게 묘사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기할 만한 것은 수평적 시점視點에서 수직적 시점으로의 ‘시점의 변화’를 주는 부감법俯瞰法을 새롭게 적용했다는 점. 윤진섭은 “대상의 이미지를 캔버스의 표면과 일치시켜 결과적으로 전면적인(all-over) 화면 효과를 낳는, 모더니즘 회화의 핵심 기법”이라며 “그의 그림의 경우 비록 형상을 지닌 극사실화이긴 하나 작가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대상을 전면적으로 화면에 배열했다는 것은 이전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새로운 시도”라고 해석했다.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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