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말씀 재해석

「논어論語」 학이學而 1-8편엔 다소 낯선 공자의 말씀이 적혀 있다.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는 진짜 이런 말을 남겼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빈자貧者를 무시하는 부자富者의 태도를 도덕적으로 용인해야 하는 걸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無友不如己者’를 재해석해보면 다른 의미가 나타나서다.

“공자님이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했다.” 구한말 개화기 시절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담겨있는 역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 중 하나다. 백정의 아들인 구동매(유연석 역)가 목숨이 위험해졌을 때 높은 신분인 대감댁 영애 고애신(김태리 역)이 자신의 가마에 숨겨주면서 건넨 말이다. 

공자의 「논어論語」는 당시 지식인의 필독서이자 윤리와 도덕의 교과서였다. 고애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녀의 할아버지인 고사홍 대감은 공자의 「논어」를 베껴 쓰라는 벌을 내렸으니, 고애신은 「논어」를 거의 숙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 「논어」를 읽다가, 학이學而 1-8편의 구절의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라는 부분의 해석이 눈에 거슬렸다.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으니 배워도 견고하지 못하게 된다. 충성과 신의를 위주로 하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며(無友不如己者),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라고?” 이 구절의 해석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논어」의 가장 권위 있는 해설서인 주희朱熹의 「논어집주論語集註」를 펼쳐봤다. 해석은 다음과 같았다. 


“무無(없다)는 무毋(말라)와 통하니 금지하는 말이다. 친구란 인仁을 돕는 사람이니 자기己와 같지 않으면 유익함은 없고 손해만 있게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만나는 ‘無友不如己者’ 해석은 주희의 것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출판된 어떤 「논어」를 펼쳐 해당 구절을 찾아봐도 모두 無友不如己者를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라’로 번역하고 있다. 이 표현은 「논어」 자한子罕 9-25편에도 ‘毋友不如己者’라는 같은 내용이 나온다. ‘무無’가 ‘무毋’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자한편의 번역도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라’로 돼 있다. 

정말 공자가 자기보다 못한 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했을까. ‘영원한 스승님(萬世師表)’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을 도덕적으로 용인해야 할 것인가. 또 부자富者가 빈자貧者를 무시하고 차별하도록 장려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공자와 마찬가지로 ‘만세사표’로 추앙받는 중국의 현대교육가 타오싱즈陶行知는 “우리는 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하나의 사람 중의 사람”이라면서 평등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 돕는 우정 위에서 건설된다”며 “무릇 동지는 모두 친구이고 당연히 서로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타오싱즈는 공자의 無友不如己者를 직접 언급한 바는 없지만 분명 ‘사귀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해석을 한번 바꿔보는 시도를 해봤다. “자기(己者)보다 못한(不如) 친구(友)는 없다(無).” 그리고 해당 구절을 새로운 번역으로 바꿔 읽어보았는데, 그래도 전체 문맥이 매끄럽게 읽힌다. “충성과 신의를 위주로 하며, 자기보다 못한 친구는 없으니,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자의 말씀은 현대에서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창조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공자를 바라보고, 우리 사회 안에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이 중국인과 서로 친구가 될 때도 “자기보다 못한 친구는 없다”는 관점으로 만남이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임형택 타오싱즈교육기금회 한중우호대사
taoxingz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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