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와 타오싱즈

중국엔 많은 스승이 있지만 공자와 견줄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 공자에게 ‘만세사표萬世師表’란 칭호가 부여된 이유다. 만세사표란 만세의 스승이란 뜻이다. 그런데 중국엔 만세사표를 받은 이가 또 있다. 제2의 공자로 불리는 타오싱즈陶行知다. 흥미롭게도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 백범 김구 선생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타오싱즈의 대한민국 광복군 성립식 제명포 서명 기록.[사진=임형택 제공]
타오싱즈의 대한민국 광복군 성립식 제명포 서명 기록.[사진=임형택 제공]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인물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인만 있는 게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에서 임시정부를 세우고 활동했던 시절의 기록을 전시한 제5전시관에는 한국의 독립 활동을 응원하며 서명한 중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그중엔 중국의 현대 교육자인 타오싱즈陶行知도 있다. 

필자가 연세대 학생들(중어중문학)과 타오싱즈에 대해 공부하던 중 이런 얘기를 꺼내자 학생들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강유진, 김채현, 송화원, 임채현 등 4명의 대학 2학년생들은 현충일을 맞아 제5전시관에 있는 광복군성립전시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여기서 1940년 9월 17일 열렸던 ‘대한민국 광복군 성립식’에 타오싱즈가 참석, 제명포題名布에 서명한 기록을 실제로 확인했다.

타오싱즈는 중국에서 제2의 공자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공자는 중국인들에게 ‘영원한 스승의 본보기’라는 의미의 ‘만세사표萬世師表(만세의 스승)’로 각인돼 있다. 강희제가 붙여준 만세사표 칭호는 편액扁額(건물 윗부분에 거는 액자)으로 만들어져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 대성전大成殿 안에 걸려있다.

동양의 역사 속엔 많은 스승이 있었지만, 공자와 견줄 만한 인물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공자에 이어 ‘만세사표’ 칭호을 얻은 인물이 한명 더 있는 데, 그가 바로 타오싱즈다.  중국 현대 역사에서 최고의 교육사상가로 추앙받는 타오싱즈에게 공자와 같은 ‘만세사표’ 칭호을 붙인 인물은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의 부인 쏭칭링宋慶齡이다. 

타오싱즈를 공자와 동격으로 평가한 인물은 또 있다. 중국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역사학자인 궈모뤄郭沫若는 “옛날엔 공자가 있었고, 지금은 타오싱즈가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타오싱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지지한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1941년 타오싱즈는 중국 제2기 국민참정회 참정원으로 임명돼 ‘자유한국임시정부의 정식 승인(正式承認自由韓國臨時政府案·국민참정회 제2기 제2차대회 기록·1941년 11월 17일~26일)’이란 안건을 직접 써서 제출했다. 

국민참정회는 19인의 서명을 받은 이 안건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승인하기로 결의했다. “적절한 시기에 자유한국정부를 정식으로 승인하겠다.”[※참고: 이 내용은 바이두(baidu)에서 陶行知在國民參政會上的提案으로 검색되며, 「타오싱즈 전집(사천교육출판사)」 제4권 420~421쪽에 수록돼 있다.]

1942년과 1943년 충칭重慶에서 거행된 3·1절 기념식에도 타오싱즈가 참가한 기록이 남아있다. 분명 타오싱즈는 1940년대 중국 충칭에서 백범 김구와 만났을 것이다. 아울러 백범과 함께 한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타오싱즈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구가 이끄는 임시정부가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범김구전집(대한매일신보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독립운동 진영의 단결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영국의 반대’다. 이런 맥락에서 타오싱즈의 노력은 역사적 사실로 남겨놔야 할 듯하다. 당시 한국의 독립을 열망한 타오싱즈와 김구 임시정부의 노력만은 후대가 기억해야 해서다. 

이런 사실들을 돌아보면서 한 조각의 기대가 피어오른다. 과거에는 중국과 공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교류했다면, 현대에는 새로운 공자인 타오싱즈 사상이 한중간 교류의 공감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의 두번째 만세사표 타오싱즈와 한국과의 인연이 앞으로 한중 관계를 보다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형택 타오싱즈교육기금회 한중우호대사
taoxingz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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