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풍선효과

2021년 동탄2신도시에서 같은 단지 아파트의 두배쯤 되는 가격에 오피스텔이 팔렸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 전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지역에선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숱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아파트 가격을 누르는 덴 성공했지만 ‘풍선 효과’란 부작용은 피할 수 없던 거다. 어쩔 수 없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골랐던 수요자에겐 악재였다. 정부는 풍선 효과를 막을 대책을 갖고 있을까. 

분양가 상한제가 주거복합단지의 오피스텔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가 주거복합단지의 오피스텔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던 2019년 10월.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초기 가격을 낮춰 고가 분양을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아파트에 ‘가격 제한’을 걸어두고 전매까지 규제하니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사서 곧바로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건 불가능해졌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한 지 한달이 지난 2019년 11월 정부는 민간 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지역을 발표했다. ‘핀셋 규제’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협소했다. 서울 내에 있는 426개 동 중 6.3% 수준인 27개 동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으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또다시 한달이 흐른 2019년 12월 17일 서울 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폭 늘리고(서울 13개 구 전체ㆍ강서ㆍ노원ㆍ동대문ㆍ성북ㆍ은평구 일부 행정동), 경기도 일부 지역(광명ㆍ하남ㆍ과천 일부 행정동)을 포함했다. 

그럼 2019년 11월과 12월 조치 이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019년 11월 조치는 민간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의 공공택지는 이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었다.[※참고: 민간택지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직전 12개월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는 경우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5대 1 초과(전용면적 85㎡ 이하면 10대 1 초과) ▲직전 3개월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나면 ‘가격 제한’ 대상이 된다.] 2019년 12월 조치 이후 올 7월까지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한 서울 내 아파트는 18개였다. 

이중 민간택지에서 만들어진 아파트가 33% 수준인 6개였다. 대부분 300세대 이하의 단지로 소규모 공동주택이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 126개가 분양했다. 이중 민간택지에서 만들어진 아파트는 지역주택조합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격엔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셈이다. 

올해 말이면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지 만 2년이 된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안함이 해소되지 않자, 분양가 상한제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 대신 다른 부동산의 가격이 올랐다는 거였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수익이 줄어든 사업자들이 다른 상품에서 손해분을 채우고 있다는 그럴듯한 근거도 쏟아져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2년

가장 쉬운 대체상품은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다. 실제로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주택에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수요자와 사업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 수요자는 바닥난방이 가능한 데다 욕실과 주방 옵션까지 갖춰져 있는 오피스텔(전용면적 84㎡ 이하)을 아파트 대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업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비슷한 시기에 분양해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진 리스크를 높은 오피스텔 분양가로 상쇄할 수 있다. 여기에 제일 적합한 상품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함께 분양하는 ‘주거복합단지’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올 4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르트 퍼스티지’다.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은 9억1660만원(최고가)에 분양했다. 3.3㎡(약 1평)당 3600만원에 달하는 고가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같은 크기의 아파트는 4억8867만원에 분양됐다. 3.3㎡(약 1평)당 1919만원이었다. 오피스텔 분양가격이 아파트보다 87.6% 비싼 셈이었다. 

‘동탄역 디에르트 퍼스티지’만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같은 지역의 다른 주거복합단지도 대부분 아파트보다 오피스텔이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 5월에 분양한 ‘동탄역 더 시글로’는 전용면적 58㎡ 아파트가 최고가 4억800만원에 분양됐다. 3.3㎡당 2321만원에 팔린 셈이다. 함께 분양한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5㎡에 3억74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아파트보다 3.3㎡ 기준(2742만원)으로 18.2% 비싼 수준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전인 2018년에 분양한 ‘동탄 유림노르웨이숲’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가 모두 있는 주상복합단지로 당시 아파트는 3.3㎡당 1887만원, 오피스텔은 3.3㎡당 2534만원에 분양했다. 오피스텔 분양가격이 아파트보다 34.3% 높았다. 


뒤바뀐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가

이런 오피스텔 강세 현상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은 지역과 비교해보면 더욱 또렷하게 나타난다. 2020년 5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한 주거복합단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최고 분양가 5억6900만원, 같은 면적의 오피스텔은 3억7300만원으로 3.3㎡당 분양가는 각각 2235만원, 1465만원이었다. 오피스텔보다 아파트 분양가격이 52.6%나 높았던 거다. 가격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가격을 조정하는 덴 성공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주택’이 아닌 ‘비주택’인 오피스텔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사업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누리지 못했던 수익을 오피스텔에서 얻으며 손해를 상쇄했지만 청약 가점이 낮아 오피스텔을 택해야 했던 수요자들은 높아진 오피스텔 분양가에 기회를 잃었다. 풍선은 오피스텔로 부풀었다. 아파트 청약이 여전히 막힌 상태에서 바람이 빠져나갈 곳은 없다. 정부는 대책을 갖고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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