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작업 돌입한 이스타항공 ​
최근 이상직 전 의원 조카 A씨 복귀
여전히 회사 남아있는 ‘이상직 라인’
향후 회생 여정서 최대 리스크 될 것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정상화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대금 납부, 회생계획안 제출이 늦어지는 데다가 전ㆍ현직 직원들 간 갈등이 가시화하는 등 회사 안팎으로 난관에 부딪혀서다. 최근에는 이스타항공의 사주였던 이상직 전 의원의 조카 A씨가 회사에 복귀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스타항공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본격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본격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의 ‘부활’을 향한 날갯짓이 시작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6월 14일 부동산 개발건설업체인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으며 본격적인 정상화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스타 측이 당초 7월 20일로 예정했던 회생계획안 제출을 두달(9월 17일) 연기하면서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회생계획안에는 해당 법인의 채권액부터 자금조달 계획
사업운영 계획이 담기는데, 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향후 항공사 운영에 관한 명확한 비전이 부족하단 방증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의구심은 최종 인수자인 성정의 자금력에까지 미치고 있다. 성정이 총 인수대금 1087억원 중 계약금 110억원만 선납한 후 잔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성정의 형남순 회장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자금은 충분히 마련해뒀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아직까진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수자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인수대금 납부를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이스타항공을 바라보고 있다.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부터 순탄치 않은 만큼 이스타항공이 정상화 과정에서 또다시 적지 않은 외환外患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바깥다툼’뿐만 아니라 ‘집안싸움’까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란 점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 간 ‘노노勞勞 갈등’의 싹이 트고 있어서다. 운항 재개까지 갈 길이 바쁜 마당에 이스타항공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스타항공에는 두개의 노동자 집단이 있다. 사무직 중심으로 구성한 직원 모임인 ‘근로자연대’와 해직 후 복귀를 희망하는 직원이 대다수인 ‘조종사노조’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돌입했던 지난 2월부터 회사의 정상화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두 집단의 우선 목표가 서로 달라서다. 

이스타항공이 당면한 문제는 오너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사진은 이상직 전 의원 공판 현장.[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이 당면한 문제는 오너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사진은 이상직 전 의원 공판 현장.[사진=뉴시스]

근로자연대는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조속하게 운항을 재개해서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반면 조종사노조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복직과 기존 경영진의 ‘물갈이’를 선결과제로 삼는다. 두 집단의 갈등은 한마디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리싸움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근로자연대와 조종사노조의 날카로운 대립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타항공의 사주였던 이상직 전 의원의 조카 A씨가 회사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거다. 

A씨는 이스타항공에서 재무팀장으로 재직하며 주식ㆍ채권을 임의로 유용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구속돼 재판을 받던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보석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 7월 12일 석방됐다. 이후 곧바로 이스타항공에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의 파산 원인에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A씨의 복귀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A씨는 이스타항공 내 대표적인 ‘이상직 라인’으로 꼽혀왔다. 회사 파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직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A씨가 이스타항공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스타 측은 A씨의 복귀가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9월까지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려면 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인데, 이 일을 맡을 적임자가 그뿐이라는 거다. 

이스타항공의 관계자는 A씨의 복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채권 규모를 확정하려면 리스사ㆍ카드사 등 숱한 관계사와 맺은 계약건을 일일이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A씨는 재무팀장 재직 시절 계약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그만큼 채권 관련 사항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재무 인력이 회사 파산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A씨의 복귀는 되레 이스타항공에 고마운 일이다.”

혹자는 이 지점에서 ‘재무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 인사를 쓰면 될 일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이스타 측은 이런 의문을 일축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면 절차마다 회생법원의 허가가 필요해서 시간이 지체된다. 아울러 항공사마다 계약방식이 달라서 대형항공사 재무전담팀이 들어와도 이스타항공의 업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회사를 망하게 한 장본인 중 한명이 회사로 돌아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A씨의 복귀에 반기를 들고 있다. A씨는 이스타항공에 재산상 피해를 입힌 것만으로 응당 해고됐어야 마땅한데, 그런 이가 회사의 ‘정상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공정한 회생을 저해한다는 거다. 

조종사노조 측은 무엇보다 이스타항공 사태의 원흉인 이상직 전 의원과의 ‘커넥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측 관계자는 “현재 회생 절차를 주도하는 법정관리인 중 한명(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은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데다 회사에 남은 주요 보직자들도 ‘친親이상직’ 성향이 강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A씨의 ‘컴백’은 이스타항공을 또다시 이상직 전 의원의 손아귀에 맡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상화 과정서 또다시 위기 맞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A씨의 복귀에 관한 근로자연대의 반응은 어떨까. 이스타항공의 관계자는 “근로자연대를 비롯한 일반 직원들 역시 재무팀장 역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사실일까. 근로자연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당장은 A씨의 복귀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무리 정상화가 시급해도 ‘이상직 라인’이 회사로 돌아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 역시 “회생이란 맹목적인 목표의식이 이스타항공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 간 인수ㆍ합병(M&A)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이스타항공 파산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주요 경영진이 회사에 남아있다는 건 그 자체로 ‘오너리스크’의 요인이 된다”면서 “이스타항공이 문제가 있는 인력을 안고 가는 이상 정상화 이후에도 내우외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셧다운(운항 중단)’ 이후 1년 만에 기적처럼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기회의 문 뒤편에는 오너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대로 간다면 이스타항공은 정상화 이전에도, 이후에도 또다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닌 ‘쇄신’일지 모른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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