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돌입했던 이스타항공
기적처럼 새 주인 만났지만…
‘부활’의 날갯짓 성공은 미지수

지난 14일 오후 3시 종합식품기업 하림의 주가가 한 시간 만에 전일 대비 20% 급락했다. 15일 1390원까지 기록했던 섬유의류기업 쌍방울의 주가는 다음 날 전일 대비 24.5% 폭락했다. 이스타항공의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열린 이후 벌어진 일이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지난 17일 이스타항공 인수예정자 성정이 매각 주관사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이스타항공 인수예정자 성정이 매각 주관사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하림의 주가가 펄펄 끓었다. 올 3월만 해도 2900원 선에서 맴돌던 주가가 408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변수는 딱 하나,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거였다. 시장은 의문을 던졌다. “이스타항공이 그렇게 대단한 곳일까.” 

바통을 이어받은 건 쌍방울이었다. 같은 날 쌍방울의 주가는 907원으로 전일(698원) 대비 29.9% 상승했다. 역시 이스타항공에 LOI를 제출한 게 분기점이었다. 시장 안팎엔 의문을 넘어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림과 쌍방울의 가세로 이스타항공 인수전이 예상외로 치열해졌다. 하지만 인수 가격에 거품이 생겨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그리고 지난 14일 유별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스타항공의 우선매수권자가 결정됐다. 주인공은 연 매출 60억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ㆍ건설업체 ‘성정’이다. 대국건설과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정은 공개경쟁입찰 이전 800억원대 입찰가를 제시해 우선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참고: 이스타항공 매각 절차는 인수 예정자를 먼저 선정한 후 별도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따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스타항공의 우선인수예정자가 윤곽을 드러내자, 하림과 쌍방울의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하림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주가는 전일(4435원) 대비 20%(3545원) 폭락했다. 15일 한때 1390원까지 치솟았던 쌍방울의 주가는 16일 전일 대비 24.5% 하락한 1050원을 기록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주가를 좌우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향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냐는 거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은 이스타항공 인수가 ‘독이 든 성배’라고 말한다. 기대효과만큼 위험도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LOI를 제출한 기업만 10곳이 넘었지만 본입찰에서는 대거 손을 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해석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볼까 저울질하던 기업들이 본입찰 전 예비실사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원인은 두가지로 나눠서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자체 리스크, 또다른 하나는 우선인수예정자인 성정의 리스크다. 먼저 LCC의 업황을 살펴보자. LCC 업계는 매출의 80%를 국제선 여객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며 수익 창구가 꽉 막혔다. 

지난 1~5월 LCC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1415편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7만1481편) 98% 감소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여행 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이전의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LCC 업계의 문제는 또 있다. 대형항공사는 화물운송으로 대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LCC는 불가능하다. 화물 전용 대형기와 장거리 운항노선이 없는 탓에 IT기기ㆍ건축기자재 같은 고부가가치 물품을 운송할 수 없어서다. 당연히 해당 운송을 발주할 고객사를 유치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개발 건설업체 성정이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정의 전략은 관계사인 골프장을 통해 여행ㆍ숙박업과 항공업을 연계하겠다는 거다.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는 운항노선을 토대로 여객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항공경영학) 교수의 분석을 들어보자. “이스타항공이 일본ㆍ중국으로 향하는 ‘알짜 노선’을 가졌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국내 LCC는 포화 상태라 어떤 노선이라도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독점 노선이 아닌 이상 가치 있는 노선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스타항공이 독점적 지위를 갖는 새로운 노선을 확보할 수도 없다. 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모든 노선에서 운항할 수 없다. 새 노선을 확보하려면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운항을 아예 못하는 이스타항공으로선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이 심사의 전제가 가장 최근의 운항 이력이어서다. 이휘영 교수는 “이스타항공은 최소 2~3년간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기보다 운항 정상화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주인을 만날 이스타항공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사진=뉴시스]
새 주인을 만날 이스타항공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사진=뉴시스]

우선인수예정자인 성정의 시나리오대로 골프와 숙박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어도 이번엔 수요가 문제다. 골프 관광상품으로 수익을 내려면 골프장 사용료가 비싼 국내 대신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성정이 운영하는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은 해외에 골프장이 없다. 13년 업력이 있는 만큼 해외 골프클럽과 제휴를 꾀할 순 있겠지만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이제 막 ‘트래블 버블’ 작업에 착수해서다.

게다가 국제선 여객 수요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4~5년은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아웃바운드 수요가 언제, 얼마나 발생할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참고: 트래블 버블은 국가 간 협의를 통해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새 주인을 만난 이스타항공은 과연 끓어오른 주가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뜻밖의 우선인수예정자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통해 새 날개를 달 수 있을까. 허희영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항공업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이스타항공이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관건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항공산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위기를 전략적으로 헤쳐가느냐에 달려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