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으로 대면수업 공백 못 메워
사각지대 아이들 돌보려면 필요한 것

지난해 1학기부터 교육 현장은 혼란스럽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이란 유례없는 대책을 도입했고, 학부모들의 반대 속에 2학기 전면등교를 선언했다.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가 지나치게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담장 밖으로 밀려난 취약계층 아이들은 ‘교육 사각지대’에서 더 많은 결핍에 시달렸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은 당분간 유지될 거다. 그렇다면 ‘교육 사각지대’에서 머무르는 아이들은 더 많아질 거고, 결핍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린 무얼 준비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멘토링NGO 러빙핸즈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가장 효과적인 도움은 후원도, 바우처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아닌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효과적인 도움은 후원도, 바우처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아닌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고등학교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비롯해 교과에 대한 자신감, 흥미, 학습의욕 등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도 원격수업을 통해 학습이 제공됐지만 원격 수업이 선생님을 직접 만나는 대면수업을 온전하게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6월 2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득이하게 원격수업을 도입한 건 성공적이었지만, 대면수업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진 못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이었다. 

중3·고2 학생의 교과별 성취수준을 살펴보면, 보통학력을 나타내는 ‘3수준’ 이상 비율이 전년 대비 중학교 국어와 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하락했다. 기초학력 미달 수준인 ‘1수준’은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 대비 상승했다.[※참고: 교과별 성취수준은 총 4단계로 나눈다. 1수준은 기초학력 미달, 2수준은 기초학력, 3수준은 보통학력, 4수준은 우수학력을 의미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교육환경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나타내는 ‘학교생활 행복도(2020년 기준)’는 중학교에서 전년 대비 4.9%포인트(2019년 64.4%→2020년 59.5%), 고등학교에서 3.5%포인트(2019년 64.7% →2020 61.2%) 감소했다.

이런 학습 성취 수준 하락과 정서적 결손은 장·단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 단기적으로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국가 발전에도 손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손실을 채우지 못하면 개인 생애소득이 3%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은 1.6%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의학전문지 「랜싯 아동·청소년건강」에 과거 감염병 사태와 관련해 발표된 16개 연구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UCL 연구진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습권 침해, 아동 정신건강 문제 등이 생긴다”면서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의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학교 폐쇄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사회적 생산성이 일반적으로 악화하고, 바이러스가 취약한 조부모가 아이를 돌볼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며, 무료 학교 급식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영양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UCL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학습 결손도 문제지만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게 따로 있다는 얘기다. 

다시 한 조사 결과를 보자. 원격수업이 시작된 지난해 4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청소년 자녀를 둔 보호자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다. 당시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무엇이 힘드냐는 질문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72.0%)’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들을 사이버 상에서만 만나야 해서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이 공백을 부모들이 채워주기도 하지만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은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이만 집에 두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가정, 그로 인해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우리는 심심찮게 접해왔다.

그런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독지가들이 후원을 자처하고, 정부는 예방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하지만 그런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도움은 누구나 건넬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도움은 후원도, 바우처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아닌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거다.

취약계층의 아동·청소년들에게 ‘우리 가까이에 언제라도 망설임 없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솔루션이라는 얘기다. 

세계유일의 멘토링NGO인 러빙핸즈의 ‘동네친구’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공부를 가르쳐주고, 물질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어서다. 후원자 중심이 아닌 수혜자 입장에서 바라본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2007년 설립된 러빙핸즈는 그해 13쌍의 멘토와 멘티를 매칭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평균 200쌍의 멘토와 멘티를 엮어줬다. 2021년 현재는 193쌍의 멘토와 멘티가 마음을 나누고 있다. ‘소홀해질 수 있는 취약계층의 아동·청소년이 탈선하기 전에 미리 만나서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예방사업’인 러빙핸즈 멘토링은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인 멘티를 성인이 될 때까지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까지 1대 1로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멘토링 프로그램들이 단기적으로 학습지도나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과 달리 러빙핸즈 멘토링은 취약계층의 아동·청소년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멘토와 멘티는 멘티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달에 두번 이상 지속적으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등 유대관계를 이어간다.

이쯤에서 사례 한토막을 보자. 초등학교 5학년인 은우(11)는 올해 러빙핸즈 멘티가 됐다.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변호사가 되겠다며 밤낮없이 공부하는 누나에게 은우는 관심 밖이라 맘 붙일 곳 없었는데, 그런 은우에게 멘토 선생님은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다.

은우는 요즘 주말만 기다린다. 멘토 선생님과 약속이 있어서다. 얼마 전엔 새로 개봉한 영화를 봤고, 이번 주엔 햄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은우의 어머니 선옥씨는 “아이가 멘토 선생님 만나는 날만 기다린다”며 “사는 게 바빠서 아이랑 영화관 한번 가본 적이 없는데, 멘토 선생님이랑 영화를 보고 왔다며 재잘거리는 아이를 보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손 내밀 수 있는 곳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손 내밀 수 있는 곳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멘티 한명에게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멘토링서비스를 받고 있는 멘티 가정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사회 내 자원을 연결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마음 편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읽을 수 있게 대안공간인 ‘초록리본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주체가 돼 특별활동을 하고, 재능기부 특강도 이뤄진다.

러빙핸즈 멘티 3년째인 민아(14)는 초록리본도서관에 수업이 있는 날엔 직접 가서 이것저것 참여하며 시간을 보낸다. “너무 착하고 순해서 걱정”이라는 할머니의 우려와 달리 친구들 사이에서 민아는 누구보다 활발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다.

민아는 “제가 멘토 선생님께 받은 만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도움을 건네고 싶다”며 “나중에 꼭 멘토로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들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엔 대한민국 국민나눔대상 휴먼멘토링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지난해엔 김지선 초록리본도서관 공동관장이 멘토링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물론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이 사각지대 아이들을 모두 돌볼 수는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이 취약계층을 향해야 하고, 재정적 지원도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 편견 없이 그들을 대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러빙핸즈와 같은 ‘멘토링 단체’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 그럼 다음 ‘코로나19와 교육 사각지대’ 아홉 번째 편에선 러빙핸즈 멘토와 멘티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동네 친구가 돼 가는지, 코로나19 국면에서 생긴 교육 사각지대가 어떻게 메워졌는지 자세히 들어보기로 하자.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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