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관계」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공존 방법

의존하느니 차라리 고립된 채 외로움을 감수하며 살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존하느니 차라리 고립된 채 외로움을 감수하며 살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냥 혼자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온갖 관계에 시달리다 보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관계는 매번 어렵고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람은 제각각이기에 타인의 의중을 완벽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며 저마다 얽힌 이해관계로 올바른 관계를 정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 없이 생존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우린 태어나서부터 줄곧 서로 기대어 살아왔다. 인간은 각자 강점을 극대화하고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많은 이들이 ‘의존’과 ‘독립’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한다. 의존이란 배척해야 하며 자율만이 훌륭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난 어떤 도움도 원치 않아’ ‘안 주고 안 받겠어’라고 고집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의존은 나약한 것이며 관계는 결국 부담’이란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의존하느니 차라리 고립된 채 외로움을 감수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 속에 자유와 독립의 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주의가 만연해졌다고 한들 이 불변의 진리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독립’된 개체로서 오롯이 완벽한 인간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크리스토프 앙드레와 긍정심리학 전문가 레베카 샹클랑이 함께 쓴 「나를 살리는 관계」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해야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고양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지난 50년간 지속돼 온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애착과 상호의존이 왜 중요한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건강한 상호의존적 인간관계의 구축 방법을 모색한다.

“긍정적 상호의존에 바탕을 두면 관계를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독립(정서적 자급자족) 아니면 공의존(파트너 없이는 살아 있다고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의존)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독립과 자율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의존을 꺼리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의존과 ‘해로운’ 의존을 구별하고 자율에 대한 욕구와 좋은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될까 봐 상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고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거나 타인에게 더욱더 매달리는 경우를 흔히 본다. 저자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환상(독립)이든 누군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망상(공의존)이든 어느 쪽도 관계에는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나의 개인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동시에 타인의 욕구도 고려하고 배려하는 상호의존적 인간관계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 저자는 건설적 상호의존을 위해선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정형화된 관계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아이를 너무 많이 껴안아 주면 버릇이 없어질 거야, 내가 선택한 일인데 내가 책임져야지 누군가의 손을 빌려선 안 돼, 상대가 좋아할 법한 말만 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될 거야…”는 식의 일방적 억측은 자신과 상대 모두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도움을 받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며 “우리가 잘 살아가려면 긍정적 상호의존, 건설적 애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미국외교는 도덕적인가」
조지프 나이 지음|명인문화사 펴냄


“미국의 외교는 국제법, 국제윤리, 국가이익 중 무엇을 택하는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명쾌하게 답한다.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가이익과 국가생존은 가장 우선순위다.” 이 책은 1945년 이후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과 도덕, 윤리의 역할을 분석한다. 외교정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도덕성과 윤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루스벨트부터 트럼프까지 아우른다.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최성용 지음|북트리거 펴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여유만 생기면 도시를 벗어나려 한다. 꽉 막힌 도로, 살인적 집값, 높은 물가, 넘치는 쓰레기…. 도시의 현실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삭막하고 갑갑한 도시를 인간적이고 활기차고 상냥하게 바꿀 수는 없을까. 도시 구성원이 모두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특별한 도시 산책’을 권한다. 도시 개발의 이면을 살펴보고, 행복한 도시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자고 제안한다.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지음|시공사 펴냄 


나이 드는 게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치매’일 거다. 이 책의 저자 어머니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다던 그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어머니를 돌보려던 저자를 막아선 건 구순을 넘긴 아버지였다. “네 엄마는 내가 돌보마. 너는 네 일을 해라.” 그렇게 60년을 함께해온 부부는 서로의 빈틈을 메워갔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병의 현실을 보여주고 가족의 의미를 일깨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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