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자찬한 ‘e나라도움’
사업별로 현황 파악 불가능
부정수급 적발 건수도 오락가락

“‘e나라도움’을 통해 원활한 보조금 집행, 보조금 집행실태 실시간 모니터링, 부정수급 사전 예방, 보조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이 제고됐다.” 2017년 3월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 운영성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e나라도움’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자찬이었는데, 지금도 유효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가 ‘e나라도움’을 이용해 ‘2020 도쿄올림픽’ 관련 보조사업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나라살림연구소가 ‘e나라도움’을 이용해 ‘2020 도쿄올림픽’ 관련 보조사업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사진=뉴시스]

‘e나라도움’이란 시스템을 들어본 적 있는가. ‘e나라도움’은 국고보조금(이하 보조금)의 예산 편성ㆍ교부ㆍ집행ㆍ정산 등 보조금 처리에 관한 모든 과정을 전자화ㆍ정보화한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이다. 2017년 1월 기획재정부가 개설했는데, 이런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기대 효과는 ▲예산의 조기집행 기여 ▲보조금 집행실태 실시간 모니터링 ▲보조금의 유용 방지를 위한 사전 검증체계 마련 ▲통합적 보조사업자 공모 체계를 통한 공정성 제고 ▲보조사업 참여자에 대한 상세 집행내역 관리 등이다. 한마디로 보조금을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함으로써 보조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기대 효과를 누리려면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보조금 현황을 파악ㆍ감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정보가 체계적으로 분류가 돼 있지 않아서다. 

일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 부문 보조사업 현황을 보자.[※참고: 이 사례를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의 용어를 숙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조사업은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 전체를 뜻한다. 세부사업은 정부 예ㆍ결산을 위해 분류해놓은 사업의 명칭이다. 내역사업은 세부사업의 하위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e나라도움’에 따르면 문체부의 올해 보조금 예산 총액은 5조4580억원이다. 이 가운데 체육 부문 보조금 예산은 1조7056억원이다. 6월 기준 교부액은 8848억원, 집행액은 2977억원(집행률 17.5%)이다. 보조사업자는 1만4657명이고, 세부사업은 41건, 내역사업은 164건이다. 

이제 좀 더 들어가 보자. 체육 부문 보조사업 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던 ‘2020 도쿄올림픽’에 얼마만큼 보조금이 투입됐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조사업이 회계연도별, 중앙부처별, 내역사업별, 그리고 내역사업의 하위사업별로 각각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정작 연관성 있는 보조사업들끼리 묶어서 살펴볼 수 있는 기능은 없다는 얘기다.[※참고: 부처별로 분류가 다르면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검색을 해서라도 ‘2020 도쿄올림픽’ 관련 보조사업을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도쿄’ ‘올림픽’ ‘국제(대회)’ 등의 키워드를 입력해 내역사업에 ‘보조금이 투입된’ 보조사업을 일일이 확인해봤다.

그 결과, 검색된 보조사업은 ‘도쿄하계올림픽대회 참가(보조금 11억1000만원)’와 ‘국제대회 참가준비비-코리아하우스 운영(보조금 21억5700만원)’ 2개뿐이었다. 보조사업의 상세 내역에 ‘2020 도쿄올림픽’에 쓰인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검색된 사업이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 고작 2건의 보조사업이 있었을 리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체부의 보조사업은 문화예술, 관광, 체육, 문화재, 문화ㆍ관광일반 부문으로 나뉘는데, 보조사업을 해당 부문별로도 확인할 수 없다. 어떤 내역사업이 문화예술에 속하는지, 관광에 속하는지, 체육에 속하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수급 현황 파악할 수 있나

이처럼 각 부문별, 프로그램명별, 세부사업별로 진행되는 보조사업과 보조사업자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 보조금 부정수급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보조금 부정수급 연간 적발 건수가 2017년 6만6184건, 2018년 4만856건, 2019년 20만6152건, 2020년 9만5883건으로 매년 들쭉날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의 ‘e나라도움’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기재부의 의지와 투입인원, 투입시간에 따라 부정수급 건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물론 ‘e나라도움’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 없던 시절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e나라도움’의 구축 목적을 고려한다면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수많은 정보를 제대로 분류해서 활용할 수 없어서다. 

특히 현재의 시스템은 예산 모니터링만 어렵게 하는 게 아니다. 이 사이트는 예산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외에 보조금 받는 사람들이 보조금을 증빙하는 용도로도 쓰고, 공무원들이 예산사업의 효과를 살펴보는 데도 쓴다. 이를 고려하면 누가 사용하는지 그 용도에 따라서도 분류 체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으면 ‘e나라도움’ 또한 혈세 낭비 시스템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다연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narasallim@gmail.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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