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비교
한국만 정부부채율 낮고 가계부채율 올라
정부 재정지출 과연 많았나 의문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인데, 일부에선 가계대출 제한만이 능사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이들이 대출로 돌파구를 찾는 것일 수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시기에 국내 정부부채율 상승폭은 가계부채율 상승폭보다 훨씬 적었다. 이 때문인지 정부가 소극적으로 돈을 푼 게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면서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면서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다.[사진=뉴시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를 우려한다. 증가세가 너무 가팔라서다. 올해 7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710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조8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에 나선 건 어쩌면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억제책만 펼치면 늘어나던 가계부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냐는 거다. 

이런 의문이 드는 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우선 통계부터 살펴보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율은 259.6%다. 2019년(236.2%)보다 23.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총 부채율이 높아진 건데,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주목할 점은 다른 국가(미국ㆍ독일ㆍ영국ㆍ일본)들에 비해 총 부채율이 그리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는 거다. 같은 기간 미국의 총 부채율은 42.7%포인트(253.4% → 296.1%), 일본은 41.5%포인트(377.3% → 418.9%), 영국은 38.0%포인트(266.3% → 304.4%), 독일은 30.3%포인트(178.5% → 208.8%) 치솟았다. 

국내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국가부채가 늘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총 부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승폭도 크지 않다.[※참고: BIS의 총 부채율은 정부부채율과 기업부채율, 가계부채율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총 부채의 요소 중 하나인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현주소다. 국내에선 가계부채율 상승폭이 정부부채율 상승폭보다 월등히 컸다. 2019년 95.2%였던 우리나라 가계부채율은 2020년 103.8%로 8.6%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정부부채율은 39.2%에서 44.7%로 5.5%포인트 더 상승했다.[※참고: 가계부채율 상승폭은 2002년 9.4%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고, 정부부채율 상승폭은 2004년 4.2% 이후 최고치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같은 기간 가계부채율 상승폭보다 정부부채율 상승폭이 훨씬 컸다. 예컨대, 미국의 정부부채율은 2019년 103.0%에서 2020년 132.0%로 29.0%포인트 상승했고, 영국은 110.5%에서 134.4%로 23.9%포인트 치솟았다. 미국과 영국의 가계부채율 상승폭은 같은 기간 각각 4.8%포인트(74.7% → 79.5%), 6.2%포인트(83.8% → 90.0%)에 머물렀다.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의 가계부채율은 그 자체로만 놓고 봐도 굉장히 높은 편이며, 상승폭도 컸다. 반대로 정부부채율(2020년 44.7%)은 독일(76.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상승폭(5.5%포인트)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다른 나라들의 정부부채율 상승폭은 두자릿수였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펴야 할 때 

이 통계를 종합해보면 한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다른 나라 정부는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했고, 우리나라 정부는 상대적으로 지출에 소극적이었다는 거다. 

문제는 이게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율은 늘 정부부채율보다 높았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기준 43.9%(GDP 대비)를 차지한다. 주목할 것은 가계부채율 상승폭이 2002년 이후 최고치였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계부채율이 치솟은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해서 집을 사고, ‘빚투(빚내서 투자)’를 감행하면서 주식 투자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 주식시장의 호황 등이 한몫했지만 ‘영끌’과 ‘빚투’를 하지 않으면 돈을 모으지 못할 것이란 불안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부채율 상승폭이 큰 나라들의 가계부채율 상승폭이 공통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건 과연 우연일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만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부부채의 증가를 우려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부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심각한 건 가계부채율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가계부채를 억제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재정지출책을 꺼내들 때다. 재난지원금 카드만을 무작정 꺼내 논란만 부추길 게 아니란 얘기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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