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MOO민상’ 팀
현장 발로 뛰며 아이디어 고민
꽁초는 쓰레기 아닌 폐기물
결국 제도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

“정책 제안을 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더 크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수업을 통해 길거리 담배꽁초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MOO민상’ 팀 학생들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 이렇게 소회했다. 그 이유가 뭘까. 김무광(소비자주거학), 김민선(행정학), 안상원(국어국문학) 학생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길거리 꽁초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던 ‘MOO민상’ 팀. 왼쪽부터 김무광, 김민선, 안상원 학생.[사진=천막사진관]
길거리 꽁초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던 ‘MOO민상’ 팀. 왼쪽부터 김무광, 김민선, 안상원 학생.[사진=천막사진관]

✚ 대학교 교양수업치고는 꽤 발품을 많이 판 것 같은데, 수업은 어땠나요?
김민선 학생(이하 김민선) : “사실 전공 수업에선 이렇게 발로 뛸 일이 거의 없어요. 실험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죠. 이번 수업을 통해 뭔가 실전에서 부딪혀본 느낌이랄까요. 좀 짜릿했습니다.”

안상원 학생(이하 안상원) : “그 말에 공감합니다. 저 역시 이런 수업은 흔치 않거든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진 못한 것 같긴 하지만, 그 경험치가 향후 사회생활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무광 학생(이하 김무광) : “다양한 이들로부터 각각의 의견을 들으면서 상대방을 좀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현직 기자와 함께 뭔가를 취재해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처음엔 KT&G로부터 꽁초수거함을 지원받기로 했다가 여의치 않아 시가랩(cigarap)으로 실험 아이템이 바뀌었어요. 당황스럽진 않았나요. 
안상원 : “실험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적잖이 당황했어요. 차선책을 갖고 있었기에 다행이었죠. 다만 실험을 완벽히 마무리 짓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김민선 : “사실 우리 세대는 다들 자기 주장이 강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희는 자기 주장들을 조금 내려놓고 팀원들 간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어요. 그 덕분에 전략이 바뀌어도 빠르게 전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무광 : “예전엔 우리나라 기업들이 돈 버는 데만 신경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담배꽁초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대처하려는 기업들이 있었기에 차선책도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시가랩은 담배꽁초를 돌돌 말아 싸서 버릴 수 있도록 친환경 재질로 만든 종이다. 종이엔 접착력이 있어서 꽁초를 싸서 밀봉할 수 있다. 한 중소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개발했다. 

✚ 꽁초수거함 전략이 막힌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김무광 : “표면적으로는 시간이 문제였어요. KT&G의 사회공헌활동은 수거함을 직접 제작해서 제공하는 건데, 그 기간이 3주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한 학기 내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저희로선 시간이 촉박했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봅니다.”

✚ 그게 뭔가요?
김무광 : “공공장소에 꽁초수거함을 놓으려면 지자체(부천시)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그걸 받는 게 쉽지 않았죠. 이 역시 시간문제일 수 있지만 사실 꽁초수거함을 놓으면 그 주변이 흡연구역이 되는 거나 다름없는 셈이고, 별도의 관리까지 필요하게 되니 지자체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더라고요. 물론 이해는 됩니다. 다만 지자체가 길거리 꽁초 무단투기를 큰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안상원 :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꽁초는 재활용을 할 수 없어서 일반 쓰레기처럼 취급되고 있었어요. 길에 비닐봉지가 떨어진 거나 꽁초가 떨어진 거나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었죠. 그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꽁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담배꽁초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덜 꺼진 꽁초는 화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해양오염을 유발한다. 그대로 땅에 묻히면 토양오염을 일으킨다. 사실상 폐기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 그럼 흡연구역 논란도 없고, 흡연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시가랩은 반응이 어땠나요? 기자도 써봤는데, 나쁘진 않더라고요. 
김민선 : “사용을 해본 흡연자들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상가 사장님들 입장은 좀 달랐어요.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 시가랩을 놔두고 사장님들이 직접 홍보도 해봤는데, 꽁초수거함 설치보다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어요.”

안상원 : “시가랩이 담배 냄새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더라고요. 10~20분 내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엔 흡연자들도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 캠페인을 통해 흡연자들에게 경험을 하도록 해준다거나 가까운 거리에 쓰레기통을 놓는 등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단 말인가요? 
김민선 : “그렇죠. 예컨대 부천시의 경우 영화제 같은 것들을 시가랩에 새겨 홍보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 역시 시가랩의 경험을 유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생각이었어요.” 

안상원 : “저희가 낸 아이디어지만, 지자체 행사도 꽁초 무단투기 근절 캠페인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지자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검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무광 : “저도 그 부분엔 공감합니다. 다만 이번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가랩도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김무광 :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담배제조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많은 기업이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법들을 찾고 있어요. 담배 역시 친환경 재료로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거죠. 실제로 유럽에선 담배필터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 함량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반면 국내에선 이런 노력을 찾을 수 없어요. 물론 KT&G에서도 꽁초 무단투기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죠.”

김민선 :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사실 소비자도 친환경 담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데 굳이 생산자가 돈을 들여가면서 개선을 할까요? 그래서 꽁초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안상원 : “물론 기업에만 의무를 지우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꽁초수거함이나 시가랩이나 새로울 건 없어요. 역으로 말하면, 꽁초를 없애는 방법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꽁초 무단투기를 막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 첫 미팅에서는 ‘어떻게 하면 꽁초를 줄일 수 있을까’에만 몰두한 것 같은데, 지금은 더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네요?
안상원 : “수업이 끝난 후에도 종종 의견을 나눴어요. 어차피 길거리 꽁초는 늘 눈에 띄니까요.”

김민선 : “발로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김무광 : “맞아요. 계속 생각이 나요. 우리가 했던 프로젝트가 과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맴돌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수업의 진짜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학생들은 1학기 수업이 끝난 후 약 두달간 각각 다른 사회적기업에 인턴으로 근무했다. 학생들은 “인턴으로 일을 해보니 더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누군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면서 “일상에서부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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