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팬데믹 시대의 운동과 음식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송구한 세월이 기약 없이 지나고 있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다소 장황하게 다음과 같이 말할 거다. “마스크로 얼굴의 3분의 2를 가린 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생존 전략을 배달 음식으로 지키며 버티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돌림병은 어두운 터널과도 같아 그 끝이 어딘지 기약조차 하기 힘들다. 폐쇄·제한·봉쇄 등의 불쾌한 단어가 보편화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제한을 받았고, 좌식 생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로 인한 운동 부족은 향후 질병의 이환율罹患率(일정 기간 내에 발생한 환자 수를 인구당 비율로 나타낸 수치)을 높이는 위험한 변수임에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형편없이 망가진 식습관은 또 어떤가. 운동 부족과 왜곡된 섭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협이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약보藥補(약을 써서 원기 보충)보다 낫다는 식보食補(좋은 음식을 먹어서 원기 보충)와 식보보다 낫다는 행보行步를 이야기해보자. 우리의 일상이 더 이상 일그러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배달 오토바이의 굉음이 저녁이 왔음을 알리면 필자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흘린다. 배달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상을 차리고 밥은 밥통이 아닌 전자레인지에서 무슨 ‘반’으로 끝나는 것을 꺼낸다. 

빨간 갈고리로 비닐 래핑을 뚜르륵 벗기는데 미세 플라스틱이 비산하는 폭탄 파편처럼 음식 위에 떨어진다. 원산지 표시는 고사하고 어디서 누가 뭘로 만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음식이 오토바이에 실려와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코로나19에 걸려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잠시라도 생이별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느냐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젠 각자도생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먼저 1회용 용기를 배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장 분량인 5g의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내 몸과 환경을 위해 배달음식 등을 통해 우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류와 거기에 담긴 음식을 경계해야 한다. 

운동 부족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문제는 히잡처럼 눈만 내놓은 채 호흡 관문인 입과 코를 가린 마스크인데,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을 만하다. “이 상태로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인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운동하면 되레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사실 KF-94 등 일반 위생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운동하면서 생리적 변화를 살펴본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전무하다. 트레이닝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험한 연구 결과만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란 답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 무렵, 중국에서 달리기 도중 중학생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안타까운 일은 필자가 ‘마스크 운동 연구’를 박사학위 논문(지도교수 이성노)의 주제로 정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논문의 주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달리기를 하다가 호흡곤란 증세로 숨진 학생들의 사망 원인과 마스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실험집단은 젊은 남학생들로 구성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군群, 마스크를 미착용한 군으로 나눠진 학생들은 실험용 실내자전거(에르고미터)를 40분간 휴식 없이 탔다. 실험은 각각의 군으로 흩어진 학생들의 호흡순환기능, 혈압·혈액검사를 통한 혈액유변적 반응을 실시간 확인하고 수치를 체크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6개월간의 실험·분석 및 통계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시간 운동 중에 순환하는 산소 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혈액유변적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를 제외하면 마스크 착용 후 운동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마스크를 쓰고라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좋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다가올 좋은 세상을 건강하게 맞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창희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교수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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