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과 시너지 효과는 확실
이커머스 역량 분산 우려

좀처럼 회복의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에 뛰어들었다. 직접 인수하는 건 아니다. 한샘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사모펀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롯데온이 시원찮고, 이베이 인수마저 실패한 롯데가 한샘을 발판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까.

롯데쇼핑이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사진=연합뉴스]
롯데쇼핑이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사진=연합뉴스]

각종 악재로 깊은 수렁에 빠진 롯데가 수년째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섰고, 마트·슈퍼·전문점은 물론 온라인 사업에 켜진 빨간불도 도무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산 매각과 점포 구조조정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롯데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짙기만 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도 신통치 않다.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 ‘롯데온(롯데쇼핑 온라인몰)’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고, 새로운 동력이 될 거라 기대하며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이베이 인수전에서도 신세계에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국내 가구업계 1위 업체인 한샘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낙점됐으니, 시장의 이목이 쏠릴 만했다.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어서다. 

한샘이 매물로 나온 건 지난 7월이다. 국내 가구업계 1위 업체가 시장에 나오자 SK·LG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뜻밖에도 최종 협상자는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였다. 7월 14일 한샘은 IMM PE와 최대주주 조창걸 회장의 지분(15.45%)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한 지분 30.21%를 양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거래 규모는 1조7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IMM PE는 인수전에 함께 참여할 전략적 동지를 물색했는데, 결국 롯데의 손을 잡았다. 이베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신동빈 롯데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의지가 한몫했을 거란 분석이다.

롯데는 9월 9일 “2595억원을 출자해 PEF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유 지분율이 높진 않지만 우선매수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추후 한샘의 경영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졌다.[※참고: 롯데는 한샘 지분 인수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경영권 우선매수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IMM PE가 한샘을 매물로 내놓으면 롯데쇼핑에 매수 우선권이 부여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선 의문이 있다. 유통공룡 롯데는 왜 가구업체를 탐한 걸까.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첫번째 질문부터 풀어보자. 롯데가 한샘을 탐한 건 다른 유통업체들이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현대리바트), 2018년 한화L&C(현대L&C)를 인수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도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해 경쟁체제를 갖췄다. 인수 후 업체별 성적은 엇갈리지만 유통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대들이 가구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게 롯데의 투자를 부추겼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시너지는 어떨까. 롯데 관계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롯데는 계열사에 건설도 있고, 유통도 있고, 전문몰도 있다.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과 협업할 여지가 많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롯데하이마트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올해 초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건설과 B2B(기업 간 거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롯데건설에 빌트인(built in) 가전을 공급하면서 채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B2B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롯데하이마트가 B2B 가전을 한샘에 공급하면 한샘은 빌트인 가구+가전을 동시에 공급하면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롯데하이마트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한샘은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몰 한쪽에 하이마트가 있고, 다른 한쪽에 한샘이 있다면 막강하지 않겠는가”라며 두 업체 간 시너지가 상당할 거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쇼핑과 한샘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샘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군과 오프라인 매장 집객력이 롯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거다. 

롯데쇼핑은 지난 6월 부산에 첫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을 오픈했다.[사진=연합뉴스]
롯데쇼핑은 지난 6월 부산에 첫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을 오픈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긍정적인 기대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걸림돌도 있다. 한샘의 지분 8.43%를 갖고 있는 2대 주주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 L.P.)는 최근 한샘 매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제출했다.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있는 만큼 결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 위험요소가 발생한 건 사실이다. 

한편에선 ‘한샘 인수가 되레 롯데의 이커머스 전략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안지영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샘 M&A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롯데 유통부문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커머스 전략 제고를 통해 유통 부문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롯데의 재원財源이 한샘 인수로 분산되면 그룹의 이커머스 전략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는 이런 우려를 딛고 한샘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시장의 눈이 한샘과 롯데로 향하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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