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에 돌아온 롯데의 전략

롯데는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성장이 필요할 때마다 수조원대 인수·합병(M&A)을 과감히 진행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이후 롯데는 M&A 시장에 이름만 올릴 뿐, 별다른 딜은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롯데가 최근 다시 M&A 시장에서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 돌아온 롯데는 M&A 시장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롯데는 한때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했지만 지난 3~4년 사이 별다른 딜을 진행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는 한때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했지만 지난 3~4년 사이 별다른 딜을 진행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대표적 기업이다. 특히 2012년과 2015년은 ‘롯데다운’ 초대형 M&A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2년엔 유진기업으로부터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를 1조248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세차례의 대형 M&A를 진행했다. 3월 1조200억원에 KT렌탈(롯데렌탈)을, 5월 8억5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더뉴욕팰리스호텔(롯데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했다. 그해 10월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롯데첨단소재)·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삼성BP화학(롯데BP화학) 등 삼성 화학계열사를 2조5000억원대에 사오는 초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이같은 롯데의 M&A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 종합화학회사로 거듭난 롯데케미칼의 매출은 2016년부터 증가세(2016년 13조2235억원→2019년 15조1234억원)를 탔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대산공장 화재 등의 악재로 매출이 12조원으로 꺾이긴 했지만, 이듬해 회복했다. 

롯데케미칼의 2021년 상반기 매출은 8조5203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578억원) 대비 62.3%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1704.5% (-530억원→1조2178억원) 증가했다. 롯데렌탈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8%, 50.9%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적자를 내며 고전하는 곳도 있다. 호텔롯데는 2017년부터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은 2020년 3조8444억원으로 전년(7조3965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은 적자(3183억원→ -4976억원)로 돌아섰다. 

 

어쨌거나 과감한 M&A를 해오던 롯데는 2017년 ‘뉴롯데’를 표방하며 지주회사를 출범한 이후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베이코리아·다나와 등 M&A 시장에서 종종 이름이 등장하긴 했지만 실제로 성사된 건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롯데는 어떤 행보를 걸어왔을까.

■사업 양수도와 실탄 확보 = 롯데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이후 기업 간 M&A보단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의 사업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사업 구조 효율화를 위한 작업이지만 일부 계열사에는 자금 수혈 수단이 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부동산 개발·투자업을 전개하는 롯데자산개발이다. 2007년 7월 출범한 이 회사는 주거운영사업과 공유오피스 사업을 펼치고, 복합쇼핑몰(롯데몰) 등을 운영해 왔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9년부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103억원)로 돌아서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와중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복합쇼핑몰 사업이 직격타를 맞았다. 그 결과, 롯데자산개발은 2020년 말 당기순손실 693억원, 자본총계 -810억원이라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결국 롯데자산개발은 다른 계열사에 사업 대부분을 넘기는 방안을 택했다. 2020년 12월 공시를 통해 롯데쇼핑에 국내외 쇼핑몰 사업(426억7000만원)을, 롯데물산에 자산관리용역·공유오피스 사업 부문(76억8000만원)을, 롯데건설엔 주거운영사업(5억9200만원)을 양도한다고 밝혔다. 양도시점은 2021년 2~3월로, 양도목적은 ‘사업효율성 제고와 사업구조 합리화’다. 지난 8월에는 ‘리스크 해소’를 목표로 자본금 전부(2015억원)를 감자하고 유상증자(2339억원)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롯데는 계열사 간 사업양수도를 통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고 자금을 마련해왔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는 계열사 간 사업양수도를 통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고 자금을 마련해왔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자산개발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몰의 지분을 전부 몰아주기도 했다. 롯데쇼핑이 지분 15.0%를 8313억원에, 호텔롯데가 지분 10.0%를 5541억원에 롯데물산에 모두 매도하면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전후 나쁜 업황에 시달렸던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열사 간 사업 양수도로 비용을 아끼려는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롯데알미늄의 PET공병 자가 생산 인프라를 68억원에 사들였다. PET병 자체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려는 목적이었다. 지난 10월에는 롯데제과가 롯데지주에 임직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 사업을 85억원에 넘기기도 했다. 양도목적은 ‘제과 본연의 사업 집중을 통한 경영실적 개선’이었다.   

■M&A와 먹거리 찾기 = 롯데가 다시 M&A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새로운 먹거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축 사업인 유통·화학·호텔 부문마저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롯데는 최근 규모 있는 투자와 M&A를 유통·화학 부문에서 진행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4~5월 일본의 화학·반도체 소재기업 ‘쇼와덴코(Showa Denko K.K)’의 지분 4.69%를 1705억원에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은 그해 9월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하는 펀드(설립자 스카이레이크 사모펀드)에 29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바이오와 화장품 부문에도 진출해 성장성을 인정받은 업체다.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업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는 있지만, 업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만큼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도 발을 뻗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쇼와덴코 인수는 비중이 작은 만큼 M&A라기보단 통상적인 지분투자”라며 “다만 수소사업 등 다양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지분·펀드 투자는 탐색의 일환”이라고 답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지분 인수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지분 인수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 유통 부문은 특히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통공룡’이라 불리던 롯데쇼핑을 두고 위기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쇼핑의 실적은 지난 3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매출은 2018년 17조8208억원에서 2019년 17조6229억원, 2020년 16조1844조원으로 줄었다. 그 기간 영업이익은 줄곧 적자(-4650억원, -8165억원, -6866억원)였다. 이커머스 시장을 잡기 위해 ‘롯데온’에 공을 들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적 부진의 타개책이 필요한 롯데쇼핑은 2021년 M&A 시장에서 먹거리 탐색에 나섰다. 지난 3월 중고나라 인수전에 300억원을, 9월엔 한샘 인수 펀드(PEF)에 2995억원을 투자했다. ‘당근마켓’을 필두로 점점 커지는 온라인 중고시장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인기가 높아진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발을 들인 거다. 롯데쇼핑 측은 “중고나라와 한샘 둘 다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 협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장으로 눈을 돌린 롯데가 M&A 시장에서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의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의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유효상 유니콘 경영경제연구원장(전 숭실대 교수)은 “내부적으로 역량을 개발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데다 성공 가능성도 낮다”며 “롯데는 자본력이 있으니까 지금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보장된 사업에 뛰어드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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