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브랜드 300여개, 치열한 시장
제주삼다수 반등과 부메랑 우려

‘먹는 샘물’ 부동의 1위 제주삼다수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40%대 시장점유율이 무너진 건 2019년이다. 가격 경쟁력을 메리트로 내세운 유통업계 PB생수가 쏟아져 나온 직후다. 그러자 업계에선 제주삼다수 ‘위기론’을 띄웠고, 시장이 꿈틀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21년 제주삼다수는 40%대 점유율을 다시 회복했다. 반등 비결은 무엇일까. 

재주삼다수가 생수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주삼다수가 생수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주삼다수 입지가 흔들린다” “후발주자들의 제주삼다수 맹추격”…. 먹는샘물(이하 생수) 시장 규모가 1조원대로 커지면서 ‘생수전쟁’이 치열해졌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PB(Private Brand) 생수를 잇따라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가장 먼저 선보인 PB 제품 역시 생수(탐사수·2017년 론칭)였다. 생수업계 1위 ‘제주삼다수’의 위기설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2015년 45.1%(이하 닐슨코리아)에 달하던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38.3%로 고꾸라졌다.[※참고: 제주삼다수의 제조·유통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담당한다. 대형마트·SSM을 제외한 소매ㆍ비소매ㆍ업소용(제주 제외) 유통은 위탁업체인 광동제약이 맡고 있다.] 

그러던 제주삼다수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41.9%를 기록했다. 2위 브랜드인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2.5%)와의 격차도 다시 벌어졌다. 제주삼다수는 어떻게 점유율을 회복한 걸까.

회사 관계자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꼽았다. “수원지 관리 기준을 꾸준히 향상해 왔다.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8시간마다 샘플을 검사하는 등 철저한 수질 관리로 신뢰도를 쌓아온 게 주효했다.” 

실제로 잊을 만하면 터지는 ‘생수 수질 부적합 이슈’에서 제주삼다수는 자유로웠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6년(2015~2020년)간 61개 생수 제조업체 중 ‘원수原水’ 수질 부적합 사례는 43건, ‘제품수’ 수질 부적합 사례는 12건에 달했다. 매년 1~2건 이상 소비자가 마실 수 없는 부적합한 생수(제품수)가 유통됐다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 제조업체는 60여개지만 제품 수는 300여개에 달한다”면서 “OEM 상품이 많다는 건데 OEM 제조업체 중엔 영세한 곳이 많다 보니 수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삼다수는 수질 기준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 원수든 제품수든 철저하게 관리했다는 방증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가 생수를 고를 때 가격만큼 안전성·신뢰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경쟁사의 부정적 이슈는 제주삼다수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삼다수가 반등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9년 선보인 배달앱 ‘삼다수앱’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다수앱은 삼다수 전용 배달앱이다. 소비자가 앱을 통해 생수를 주문할 경우 전국 130여개 대리점에서 전담 직원이 직접 배송해준다. 무거운 생수를 직접 구입하기도, 일반 택배로 받기도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이 앱의 효과로 제주삼다수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10%에서 25%(2020년 기준)대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를 살짝 내려놓은 것도 점유율을 지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할인판매를 하지 않은 ‘콧대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던 제주삼다수는 2019년 편의점에서 최초로 ‘1+1’ 판매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제주삼다수가) 점유율 방어를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려놨다”고 꼬집었지만 어쨌거나 제주삼다수는 ‘비싸다’는 인식을 덜어내고 점유율을 붙잡는 덴 성공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생수는 30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사진=뉴시스]
국내에 유통되는 생수는 30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2021년 9월 24일 기준)에 따르면 제주삼다수(500mL) 소매가격은 350~950원으로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ㆍ500mL) 340~950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제주삼다수의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가격할인 정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우려가 적지 않다. 제주삼다수가 할인 혜택을 중단하는 순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제주삼다수를 쫓는 유통업체 PB생수의 시장점유율이 17.9%로 높아졌다는 것도 여전한 부담요인이다. 

예컨대 쿠팡의 PB생수 ‘탐사수’는 제주삼다수를 누르고 쿠팡 내 생수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쿠팡의 ‘로켓배송(익일 배송 서비스)’ 메리트를 등에 업은 결과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삼다수는 점유율 40%대를 방어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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