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Dacafo팀
음식물 분류체계 어렵고
분류 귀찮아 한번에 버려
모호한 분류기준도 문제

음식물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은 숱하지만 해결에 나서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도,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개인의 탓을 할 순 없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음식물쓰레기 분류체계조차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 : 디자인씽킹’ 수업에서 Dacafo팀이 주방용 쓰레기통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Dacafo팀의 곽승현·이지선·이호연 학생(왼쪽부터)은 주방용 쓰레기통으로 음식물쓰레기와 아닌 것을 쉽게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사진=천막사진관]
Dacafo팀의 곽승현·이지선·이호연 학생(왼쪽부터)은 주방용 쓰레기통으로 음식물쓰레기와 아닌 것을 쉽게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사진=천막사진관]

✚ 왜 음식물쓰레기 문제 해결에 나섰나요?
이지선 학생(이하 이지선)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왜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지 궁금했어요. 얼마나 심각한지도요.”
곽승현 학생(이하 곽승현) : “처음엔 다른 이슈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생활과 밀접한 문제인데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이게 진짜 지역사회의 문제일까’란 의문까지 들었어요.”

이호연 학생(이하 이호연) : “사실 원했던 주제는 아니었어요. 배정받고 나니 항상 집에서 보던 문젠데 왜 관심이 없었는지 의아했어요.”

✚ 음식물쓰레기 문제의 실태는 어떻던가요?
곽승현 : “저희가 음식물쓰레기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음식물쓰레기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지선 :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심각한지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배출량이 많아 처리비용과 식량자원 측면에서 낭비가 심했죠.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굶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 문제를 인지한 후엔 어떻게 조사했나요?
이호연 : “관련 기관, 재활용센터, 고등학교 급식실 영양사, 가정주부, 식당 사장님, 동애등에 박사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인터뷰했어요.[※참고: 동애등에는 파리목의 곤충으로 음식물 분해 능력이 탁월하다.] 자료조사도 꼼꼼히 했고요.”

 

음식물쓰레기 분류체계를 몰라서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사진=Dacafo팀 제공]
음식물쓰레기 분류체계를 몰라서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사진=Dacafo팀 제공]

✚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요? 
곽승현 : “식당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적든 많든 처리비용이 같으니 나오는 대로 버리는 게 편하다고요. 한식은 밑반찬이 많아 낭비가 더 심했어요.”

이호연 : “서울시청의 관련 부서에 문의했는데, 재활용한 사료를 쓸 수 없어 쌓아둔 상황이었어요. 염분이 높아 동물에게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아프리카 돼지열병 유행 때문에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염분 때문에 비료로도 선호도가 떨어졌어요.”

이지선 : “인터뷰를 하고 나니 프로젝트 방향을 두고 고민이 커졌어요. 음식물쓰레기 감축을 목표로 할지, 효율적인 재활용 방안을 찾을지 결정하기 어려웠죠. ‘우리가 문제에 공감 못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맘카페와 소명여자고등학교를 찾아가 음식물쓰레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 설문조사를 하고 나서 방향을 잡았나요?
이지선 : “네. 조사 끝에 양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가정이나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엄청나더라고요. 솔루션의 실현 가능성·지속성·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집중하되, 학교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어요. 총 5가지 아이디어를 냈고, 그중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을 진행했죠.”

Dacafo팀이 낸 5가지 아이디어는▲농산물 소량 구매 플랫폼 ▲야채놀이 키트 ▲식습관 형성을 위한 먹방 ▲냉장고 식재료 관리앱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이었다.

✚ 나머지는 왜 채택하지 않았나요?
곽승현 : “실현·지속 가능성이 낮았어요. 예컨대 농산물 소량 거래 플랫폼은 요리할 때 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1인 가구를 위한 건데, 설문조사로 얻은 아이디어였어요. 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플랫폼을 유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죠.”

이호연 : “기업교육 업체 ‘더벨류컨설팅’의 강지훈 대표가 멘토였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조언해 주셨어요. ‘식습관 형성용 먹방’과 ‘야채놀이 키트’가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과 대면하기 어려웠고, 효과 확인까지 오래 걸려서 채택할 수 없었어요.”

 

✚ 참신한 아이디어들인데 아쉽네요.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은 어떻게 구상했나요?
이호연 : “음식물쓰레기 분류 기준이 꽤 까다로워요. 예를 들어 파 뿌리·달걀껍데기·돼지 내장 등은 음식물이 아니라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해요. 하지만 몰라서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분리배출이 귀찮아서 한번에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일반 쓰레기통이 주방에 있고, 분류 기준을 알 수 있다면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했어요.” 

곽승현 : “게다가 분리배출만 잘해도 쓰레기양뿐만 아니라 처리 비용까지 줄일 수 있어요. 단순하지만 중요한 일이죠.”

✚ 그렇군요. 제품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이지선 : “초기 제품은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분류표를 붙여 만들었어요. 재활용이 가능하고, 만들기 쉬워서요. 이후 사용 실험에 참가한 아홉 가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디자인을 개선했어요. 쓰레기통을 사서 직접 제작한 분류표와 QR코드, 지구 일러스트를 붙였죠. QR코드는 저희가 만든 음식물쓰레기 인식 개선 웹사이트로 연결돼요.”  

✚ 대단하네요. 실험 효과가 있었나요?
곽승현 : “네. 음식물과 일반쓰레기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퀴즈를 통해 분류체계 지식이 늘었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실험 가구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줄어들었어요. 저희 집도 참가했는데, 실험 이후 어머니가 철저하게 분리해서 버리시더라고요.” 

일반쓰레기통을 가까이에 두는 것만으로도 잘못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사진은 Dacafo팀이 만든 쓰레기통의 프로토타입. [사진=Dacafo팀 제공]
일반쓰레기통을 가까이에 두는 것만으로도 잘못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사진은 Dacafo팀이 만든 쓰레기통의 프로토타입. [사진=Dacafo팀 제공]

이호연 : “의도했던 효과가 나와서 좋았지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지 못해 아쉬워요. 가정에서 계속 쓸 수 있도록 분류표가 프린팅된 쓰레기통을 만들고 더 큰 캠페인을 벌이고 싶었죠.”

✚ 실험이 성공적인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군요. 진행 과정에선 아쉬운 점이 없었나요? 
곽승현 : “음식물쓰레기 분류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았어요. 정보가 산발적이고, 담당 기관마다 설명이 다르더라고요.”

이지선 : “지자체별로 기준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아요. 홈페이지 검색도 잘 안 되고 문의해도 답변이 늦고요. 정말 헛갈릴 만한 건 기준을 찾기도 어려웠어요. 분류체계 정립이 안 됐다는 건 그만큼 정책적인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호연 : “음식물쓰레기 캠페인은 많이 하는데 실천 방법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고 느꼈어요. 불편을 개인이 감수해야 하니 캠페인 효과가 적은 게 아닐까요? 프로젝트를 해보니 사람들의 의지는 있었어요. 다만 체계적인 기준과 약간의 유도가 필요했죠.”

✚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네요. 프로젝트를 끝낸 소감은 어떤가요? 
이지선 :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에 몰입한 경험이 소중했어요. 사회 문제에는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가 있고, 다방면으로 고려할 것이 많다는 걸 배웠어요.”

곽승현 :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인터뷰, 스티커(분류표) 제작, 웹 디자인 등 모두 처음이었죠. 낯선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이호연 : “‘귀찮다’는 이유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사람들이 몸의 편함보다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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