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건설업계 출신 유착관계 있고
불법 눈감아준 곳에 전소조사 맡긴다니
국토부 타워크레인 점검 체계의 허점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임직원으로 취업해 유착관계 의심을 받은 국토부 산하기관. 국토부가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서 등록말소를 명령한 타워크레인을 버젓이 재등록해주는 곳. 불법 구조변경한 타워크레인을 승인해주는 곳. 바로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다. 그런데 국토부가 말 많고 탈 많은 구조변경 타워크레인의 전수조사를 이곳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등록말소된 소형타워크레인이 버젓이 건설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이를 승인한 기관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등록말소된 소형타워크레인이 버젓이 건설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이를 승인한 기관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구조변경 타워크레인을 전수조사하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27일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타워크레인과 같은 대형 건설장비는 임의로 구조를 변경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전수조사를 통해 ‘형식도서(쉽게 말해 설계도)’와 다르게 제작된 타워크레인을 추려내 안전성을 담보하겠다는 거다. 

타워크레인 소유자들이 편법적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가 내놓은 조치다.[※참고: 여기서 말하는 구조변경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3톤(t) 미만의 소형타워크레인을 의미한다. 기존 타워크레인을 소형타워크레인으로 구조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전수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하 안전관리원)이 점검반을 구성해 이 조사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원은 건설기계의 안전을 점검하는 곳으로, 타워크레인 총괄기관이다. 국토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총괄기관이 조사를 맡는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일까 싶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안전관리원의 역할부터 살펴봐야 한다. 안전관리원은 타워크레인의 신규등록검사, 정기검사, 구조변경검사, 수시검사 등 각종 검사를 담당한다. 국토부가 수시로 진행하는 안전점검도 안전관리원의 업무다. 정기검사는 6개월마다 진행하고, 이동 설치할 때마다 또 검사를 진행한다. 

쉽게 말해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에서 쓰이려면 반드시 안전관리원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참고: 안전관리원의 검사 업무는 현재 7개의 민간 검사대행업체들이 대행하고 있다. 원래는 8곳이었지만 1곳은 지난해 4월 지정 취소됐다.

검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인데, 나머지 7곳도 같은 해 11월 부실검사를 이유로 업무정지 등 처분을 받았다. 검사대행사들의 상급기관이 안전관리원인 셈인데, 안전관리원만 아무 조치를 받지 않았다.] 

검사가 공짜인 것도 아니다. 안전관리원(검사대행사) 측은 타워크레인 소유자로부터 검사 수수료를 받는다.[※참고: 일반적인 타워크레인은 타워크레인을 소유한 장비 대여업체나 개인사업자가 건설현장에 대여하는 구조다.] 

이를테면 유료로 타워크레인을 검사할 땐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부적합한 구조변경을 조사하겠다는 거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적합(편법·불법)하게 구조변경한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을 누비는 덴 안전관리원의 책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틈만 나면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타워크레인은 안전하지 않다.[사진=뉴시스]
국토부는 틈만 나면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타워크레인은 안전하지 않다.[사진=뉴시스]

안전관리원에 구조변경 전수조사를 맡긴 국토부의 결정을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전관리원 입장에선 “모든 불법 구조변경을 사전에 잡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간의 행적을 보면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안전성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등록을 말소한 타워크레인들이 버젓이 되살아나 건설현장에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국토부는 안전관리원, 한국 시설안전공단, 민노총·한노총 등과 함께 전체 소형타워크레인 1764대 중 594대를 특별점검했다. 그 결과, 3426건의 시정조치 명령, 248건의 수시검사 의뢰, 104건의 과태료 부과, 36건의 벌점 부과, 1건의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임의개조나 허위연식 기재 등이 숱했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이 점검결과를 토대로 올해 2월에도 제작결함이 있어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120대(3개 기종)의 소형타워크레인에 등록말소 명령을 내렸다. 이후 심사평가위원회를 거쳐 4~5월에 이뤄졌다.[※참고: 해당 타워크레인 소유주는 심평위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반려됐다. 심평위에서도 해당 소형타워크레인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등록말소된 줄 알았던 소형타워크레인들은 등록번호만 바꾼 채 버젓이 건설현장을 누볐다. 심지어 사고까지 냈다. 올해 5월 인천에서의 인양자재 추락사고 2건, 같은 달 속초에서의 메인지브(물건을 드는 붐대) 꺾임사고, 6월 서울에서의 인양고리 추락사고는 모두 등록말소 명령을 받은 소형타워크레인이 일으킨 사고다. 

안전 콘트롤타워가 되레 사각지대

관건은 안전관리원이 문제의 소형타워크레인들이 등록말소된 장비인 줄 몰랐겠느냐다. 그렇지 않다. 국토부가 등록말소를 지자체에 명령하면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시행한다. 그 과정에서 심평위를 거쳐 이의를 수렴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심평위는 이의를 반려했다.

등록말소된 소형타워크레인이 되살아나려면 검사를 받아 재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업무를 관장하는 총괄기관이 바로 안전관리원이다.[※참고: 특히 등록말소는 기종별로 이뤄진다. 자동차로 치면 ‘쏘나타’라는 차종 자체가 사라지는 거다. 이 때문에 재등록 시 안전관리원은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지난해 6월 타워크레인 등록은 신고제에서 승인제로 바뀌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유상덕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위원장은 “가장 큰 이유는 등록말소를 했다가 그대로 재등록을 해도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등록말소된 장비가 재등록을 하려면 문제가 된 것들을 시정해야 하는데, 서류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며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바퀴가 3개밖에 없으면 4개를 만들어오라 해야 함에도 바퀴 3개가 정상이라는 식으로 서류를 조작한다. 지난해 검사대행업체들이 부실검사로 제재를 받은 것도 그래서다. 안전관리원이 이런 식의 구조변경 승인으로 받는 수수료만 건당 수백만원이다. 재등록 제재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돈문제까지 얽혀 있으니 등록말소된 장비가 되살아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안전관리원에 구조변경 전수조사를 맡길 게 아니라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안전관리원 측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안전관리원은 국토부나 업계와 지나치게 밀접하게 엮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 출신이나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안전관리원의 직원이 되는 일이 숱해서다. 국토부 현직 공무원이 안전관리원 임원을 겸직한 적도 있다.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도 지난 2019년 6월 ‘타워크레인 검사기관, 국토부 뒤에 숨은 이상한 철밥통(통권 340호)’이라는 기사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현재 국토부 공무원의 겸직은 없어졌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임원 자리를 꿰찬 건 여전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소형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분류된 이후 숱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국토부가 관련 안전대책을 수시로 내놨음에도 실효성이 없다”면서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는 안전관리원이 타워크레인 총괄기관으로 계속 존재하는 한 문제가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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