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이후 부진한 성적표
신작과 함께 주가 날아올라
게임 대장주 지킬 수 있을까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IP를 보유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상장 100일을 맞았다. 크래프톤은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상장 전부터 나온 고평가 논란이 현실이 되면서다. 주가는 공모가(49만8000원)조차 제대로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고, 주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그러던 크래프톤이 신작의 흥행과 함께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기세, 이어갈 수 있을까.

크래프톤 주가는 신작 배틀 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발표 이후 상승세를 탔다. [사진=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 주가는 신작 배틀 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발표 이후 상승세를 탔다. [사진=크래프톤 제공]

세계 165개국 모바일 게임 순위 1위. 이 화려한 성과는 게임사 크래프톤이 11월 11일 론칭한  ‘배틀 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가 세운 기록이다. 뉴스테이트는 글로벌 흥행작 ‘배틀 그라운드’ 기반의 신작 게임으로, 크래프톤 자회사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했다.[※참고: 2017년 론칭한 배틀 그라운드는 각종 무기와 생존법으로 단 1명만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뉴스테이트는 세계 200여개국에서 출시 2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건, 4일 만에 2000만건을 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6일 상장 100일을 맞은 크래프톤으로선 함박웃음을 터트릴 만한 소식이었다. 더구나 주가 하락으로 속앓이가 심했던 크래프톤 주주들에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지난 100일, 크래프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계추를 크래프톤의 상장 직전인 지난 8월로 돌려보자. 

크래프톤은 당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우선 배틀 그라운드의 지식재산권(IP)을 가진 회사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배틀 그라운드는 누적 판매량 7500만장 이상, PC 기준 동시접속자 수가 320만명을 넘는 등 전세계서 호응을 얻은 게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1억 달러 수익을 올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다. 

배틀 그라운드의 성공 덕에 크래프톤은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은 2016년 372억원에서 1년 만에 3104억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면서 배틀 그라운드는 미국·중국·인도 등지에서 인기작으로 자리 잡았고, 그 결과 크래프톤은 매출 1조원이 훌쩍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크래프톤이 IPO시장의 대어로 손꼽힌 건 이런 실적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IPO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8월 이후엔 기대감이 아닌 고평가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를 포함해 공모가 상단을 55만7000원까지 책정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에 49만8000원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청약에서 증거금 5조원, 경쟁률 7.8대 1로 마감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중복 청약이 가능했음에도 부담스러운 금액 탓에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비율이 39.1%에 달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참고: 8월 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공모가 3만9000원)의 경쟁률은 182.7대1, 증거금은 58조3200억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은 현실이 됐다. 크래프톤의 상장일(8월 10일) 종가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 8.8% 낮은 45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시초가(44만8500원)부터 공모가를 밑돌더니 장중에는 40만500원까지 하락했다. 상장 다음날인 8월 11일엔 40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로도 크래프톤 주가는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속을 태웠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나쁘지 않은 실적’도 소용없었다. 크래프톤의 2분기 매출은 4593억원, 영업이익 1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0.3% 증감했다. 같은 기간 넷마블(-80.2%), 엔씨소프트(-46.0%) 등 경쟁업체의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실적이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진 못했다. 상승세를 타다가도 금세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크래프톤의 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크래프톤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한 이유가 뭘까.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 중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가 있었다. 크래프톤은 중국 IT기업 텐센트와 연관이 깊다. 텐센트로부터 중국판 배그 ‘화평정영和平精英’의 기술 서비스 수수료를 받고 있는 데다,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을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9월부터 청소년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자 크래프톤으로선 불똥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관의 1개월 의무보호예수 해제(9월 10일)를 앞두고 있었다. 

두 요인의 여파는 컸다. 9월 3일 50만900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44만7000원까지 내려갔다. 9월 중순 이후 50만원대로 반짝 상승했지만 10월 5일에는 다시 46만3000원으로 꺾였다. 별다른 이유도 없었다. 신작 기대감으로 목표주가를 70만원까지 끌어올린 증권사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였다. 

IPO 대어의 예상치 못한 부진


이뿐만이 아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끝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10월 29일 미국의 게임사 ‘언노운월즈’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언노운월즈는 ‘서브노티카’ ‘내추럴 셀렉션 시리즈’ 등 독특한 PC·콘솔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크래프톤의 매출 대부분(1분기 기준 96.7%)이 배틀 그라운드 관련 IP에서 나오는 만큼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증권업계 안팎에서 “언노운월즈의 IP 파워에 크래프톤의 글로벌 서비스 경험 등으로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졌지만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46만~48만원선을 오갔다. 

크래프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 앞서 언급했듯 ‘신작’과 ‘3분기 실적’이 동시에 터지면서다. 11월 8일 42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튿날부터 5거래일 연속 뛰어올라 상장 100일째인 16일 장중 56만3000원으로 최고가를 달성했다. 그사이 기관의 3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해제(11월 10일)됐음에도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이같은 급상승의 배경엔 3분기 실적과 신작 뉴스테이트 발표가 있었다. 신작 발표일인 11일 주가는 전일 대비 11.5%나 뛰어오른 54만원을 기록했다. 뉴스테이트가 사전 예약자만 5500만명을 달성하는 등 초반에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한데다, 그래픽과 사용감 등에서 호평을 받은 덕이다. 실적도 좋았다. 3분기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521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자 주주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크래프톤 공모주를 청약한 직장인 김유정(29)씨는 “그동안 공모가 부근에서 주가가 널뛰어 팔지도 추가매수하지도 못했다”며 “‘버티기 잘했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10만원 가까이 올라 팔지 말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신작 발표와 날아오른 주가

그렇다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이대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환경은 나쁘지 않다. 게임 업계선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크래프톤도 NFT와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게임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크래프톤은 메타버스를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로 표현한다”며 “이를 장기 성장의 축으로 보고 투자·연구해왔다”고 말했다. NFT에 관해서는 “게임 속 재화나 콘텐츠가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 자체의 경쟁력과 재미가 중요하다”며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날개를 달고 오른 크래프톤을 두고 증권가에선 주가 전망치를 72만원(메리츠증권)까지 올렸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NFT와 P2E(Play to Earn·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모델의 성공 요인은 사용자 수와 충성도”라며 “배틀 그라운드로 전세계 수억명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보유한 크래프톤은 NFT를 추진하는 숱한 게임사 중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전망했다. 과연 크래프톤은 지금의 기세를 몰아 게임업계 대장주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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