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메타버스 열풍 괜찮나

이름도 생소한 NFT와 메타버스가 투자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NFT와 메타버스만 붙으면 실적이 어떻든 주가가 춤을 추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제약·바이오주 열풍과 흡사하다. 하지만 투자 공식은 뻔하다. 사람이 몰리면 이득이 줄고, 사람을 뒤쫓으면 손실을 볼 확률이 높아진다. 2015년 제약·바이오도 그랬고, 지금 NFT와 메타버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치주, 정책주, 계절주, 코로나19주, 남북경협주, 품절주…. 주식투자 시장에는 다양한 테마주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테마주부터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테마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 테마주의 중심엔 제약·바이오가 있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는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비대면 문화와 플랫폼 시장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으면서 큰 폭의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12월 28조6675억원, 13조2128억원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2년 만인 지난 6일 각각 64조3912억원, 53조929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카카오의 시총 순위는 같은 기간 22위에서 6위로 16계단이나 상승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테마주 시장에서 최근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것은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메타버스(Metaverse·Meta+Universe)다. NFT는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닌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뜻한다. 일종의 데이터 인증기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의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가상현실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데, 현실과 가상세계가 상호작용하는 공간인 셈이다.

간단한 설명으로는 개념조차 잡기 어려운 NFT와 메타버스는 투자시장에선 가장 뜨거운 테마다. 관련주로 묶이기만 하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해서다. 관련 테마주 종목만 수십개에 달한다.

그럼 NFT와 엮인 사례를 보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 8월 이후 하락세를 기록했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급락했다. 지난 8월 25일 83만70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10월 12일 55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한달 보름 만에 33.3% 폭락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와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에 반기를 든 유저들의 보이콧 탓이었다. 주가 하락세가 한창이던 지난 9월 7일 엔씨소프트가 주가 방어를 위한 1800억원대 자사주 매입 소식을 알렸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11월 11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깜짝 상승세였다.


이날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 실적은 매출액 500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기 각각 14.4%, 55.7% 감소했다. 흥행실패에 실적부진까지 겹친 탓에 주가가 오를 일이 없어 보였지만 NFT가 붙으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2022년 NFT를 결합한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소식에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급등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 O)는 “시장에서 게임의 NFT, 블록체인과의 결합이 관심을 받고 있다”며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NFT를 결합한 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측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이 말 한마디에 주가가 수직상승한 걸 보면, NFT는 광풍 그 자체다.

이번엔 메타버스와 엮인 사례다. 지난 7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맥스트는 증강현실(AR) 개발 플랫폼 업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장과 동시에 따상상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4.39배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적보단 메타버스에 더 많은 기대치를 베팅한 셈이다. 이처럼 NFT나 메타버스만 붙으면 주가가 춤을 추기 때문인지 너나 할 것 없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처음엔 게임업체 위주였지만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교육, 유통 기업까지 출사표를 던지는 추세다.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탓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탓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문제는 NFT와 메타버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거다. 이 지점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2015년 국내 증시에 불었던 제약·바이오 열풍이다. 당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제약·바이오 주목받으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제약·바이오 열풍에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명에 바이오만 달면 주가가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제약·바이오주 열풍은 당시 신규 상장 종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 9개 불과했던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규 상장 수(의료기기 업체 포함)는 2015년 29개로 치솟았다. 2016년에도 신규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26개에 달했다. 하지만 투자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고, 주가가 고점일 때 베팅한 투자자는 손실을 봐야 했다.

NFT·메타버스에 엮이면…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5년 5월 발생한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논란, 2016년 9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늑장 공시’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제약·바이오주의 거품 논란이 일었고, 투자자의 관심은 조금씩 식어갔다.

이런 사태는 NFT·메타버스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상한가(78만6000원)를 기록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6일 주가는 71만7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날 대비 8.7% 하락했다. 11월 29일 9만2900원까지 치솟았던 맥스트의 주가도 지난 7일 6만1000원으로 34.3% 하락했다. 다른 NFT, 메타버스 관련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실 NFT와 메타버스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에 있던 암호화폐와 가상현실을 활용한 시장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밝힌 곳이 많지 않은 이유다. 투자자가 NFT와 메타버스란 신기루를 쫓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긴 하다. 2018년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가입자는 2억명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20년 53조원이었던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가 2025년 32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는 2028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98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치를 받아본 대부분의 투자전문가는 “어디까지나 기대치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성을 증명하는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주가도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사실 제약·바이오 시장도 그랬다. 2014년 1132조원이었던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이 2019년 1471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모든 기업의 주가가 오른 건 아니었다.

2015년 제약·바이오 열풍 잊었나

이종우 증시 전문 칼럼니스트는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일수록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산업 초기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자산배분 효과를 가진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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