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게임 규제 과한가
블록체인으로 거래 투명해졌지만
해킹 등 근본적 문제 취약해

‘놀면서 돈을 버는’ P2E 게임이 게임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수백만명의 이용자들이 P2E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P2E 게임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P2E 게임을 즐기다 이용자가 금전적 피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P2E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데, 이는 또다른 규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P2E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P2E 게임은 국내 출시가 금지돼 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P2E 게임은 국내 출시가 금지돼 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P2E(Play to Earn). 최근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입니다. P2E를 게임·서비스에 도입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 무슨 뜻일까요? 용어 그대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위메이드입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위메이드의 주가는 3만7150원(1월 6일 기준)에 불과했지만 8월 26일 출시한 온라인 게임 미르4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상황이 반전했습니다. 전세계 170여개국에서 동시 출시된 미르4는 2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고, 위메이드의 주가도 연일 상한가를 찍었습니다. 11월 16일엔 20만6400원을 기록해 1월 6일 주가보다 무려 5.5배나 올랐죠.

업계 관계자들은 “미르4의 뛰어난 게임성도 흥행에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 게임에 P2E를 접목한 게 인기를 끈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르4의 P2E가 뭐기에 이런 평가를 받는 걸까요? [※참고: P2E 게임의 열기가 뜨거움에도 한국에선 P2E 게임을 즐길 수 없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8조는 ‘사업자가 게임을 이용해 사행행위를 조장하도록 만들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P2E에 이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르4도 국내에선 P2E 시스템이 적용돼 있지 않습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후술했습니다.]

그럼 P2E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죠. 게임 이용자는 미르4 안에서 ‘흑철’이란 가상의 광물을 캘 수 있습니다. 이 흑철을 10만개 모으면 가상화폐 ‘드레이코’로 교환할 수 있는데, 드레이코는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사고팔 때 쓰입니다. 이같은 용도 외에도 이용자들은 드레이코를 암호화폐 지갑인 ‘위믹스 월렛’에 넣어 암호화폐 ‘위믹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위믹스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죠. 출시 초기부터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 구조가 조성돼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게임 내에 ‘투명한 거래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게임에선 해킹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훔치거나 아이템을 무한정 복사하는 행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르4를 비롯한 P2E 게임들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를 게임에 접목했습니다. NFT는 게임 아이템이나 그림 파일 등 디지털 자산에 일종의 고유한 값을 담는 기술인데, 이것으로 소유자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거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NFT가 디지털 자산의 ‘원본 인증서’가 되는 셈이죠.

NFT 덕분에 이용자들은 자신이 획득한 아이템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템을 도난당하더라도 NFT를 통해 빠르게 되찾고, 아이템을 복사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NFT를 통해 아이템이 원본인지 사본인지를 금세 판별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NFT가 게임 내 경제를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P2E 법 보호받을 수 있나

이런 NFT를 접목한 미르4가 흥행반열에 오르자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NFT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1세대 게임 개발사로 알려진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17일 자회사 ‘디에프체인’을 설립하고 NFT 기반의 P2E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도 3분기 실적발표 때 NFT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NFT가 게임 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NFT가 만병통치약인 건 아닙니다. 일례로, NFT를 접목한 아이템은 소유권을 증명할 순 있지만 아이템을 삭제한 주체는 구분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타인의 계정을 해킹해 계정 속 아이템을 삭제했다면 NFT로 이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이는 아이템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P2E 게임에선 큰 문제일 겁니다.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논란이 나옵니다. “P2E 게임을 통한 이용자들의 수익활동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이 질문의 답은 암호화폐 법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 사실 이 이슈는 우리나라 정부가 P2E 시스템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국내 법체계상 암호화폐는 ‘특정금융정보법’과 ‘소득세법’으로 규제됩니다. 특정금융정보법의 취지는 자금세탁 행위와 테러자금 조달행위의 규제입니다. 그래서 금융회사를 비롯한 몇몇 기업은 의심스러운 거래행위 등이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해야 할 기업엔 암호화폐 거래소도 있습니다.

소득세법은 개인에게 적용되는데, 암호화폐 소득의 22.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게 골자입니다. 두 법률에 따르면 P2E 시스템을 이용한 이는 거기서 획득한 암호화폐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때와 세금을 납부할 때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NFT가 있든 없든 암호화폐 거래소나 세금 밖의 영역에선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박수용 서강대(컴퓨터공학) 교수는 “현재 암호화폐가 거래소를 벗어나 P2E 게임이나 미술품 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규제를 마련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아직은 암호화폐 도입 초기 단계라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P2E 시스템을 규제한 이유가 정당해 보입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과거 ‘바다이야기’란 게임이 경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면서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성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P2E는 거래의 투명성을 입증했을 뿐, 엄밀하게 따지면 바다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행성을 막을 만한 방지턱이 게임 내에 꼭 필요하다.” 법적 울타리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P2E 게임이 국내에 출시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를 반박하는 게임 업계의 주장도 틀린 건 아닙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의 비판입니다. “해외 게임사들이 앞다퉈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를 빼앗겨선 안 된다. 정부의 규제는 미래 먹거리를 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의 규제에도 P2E는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NFT에는 허점이 뚜렷하지만, 그렇다고 점점 ‘대세’가 되고 있는 P2E 시스템을 마냥 막을 순 없습니다. 정부는 무얼 준비해야 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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