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김치찌개 파는 신부의 따뜻한 위로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한 끼와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고자 ‘문간’을 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한 끼와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고자 ‘문간’을 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의 입구를 지나 걷다 보면 2층 건물의 가파른 계단 위로 간판이 보인다. ‘청년밥상 문간’. 이문수 신부가 매일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끓이며 청년들을 기다리는 곳이다. 청년밥상 문간은 2017년 청년들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와 마음 편히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고자 열었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의 문간방이 되고자 ‘문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착한 가격’을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다.

이문수 신부가 펴낸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은 어떻게든 혼자 버텨보려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인생을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며,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어른’의 배려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5년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을 위한 밥집을 차리기로 결심한다. 서울의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생활고와 지병을 홀로 견디다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누군가는 꼭 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밥집을 차렸지만 처음 해보는 식당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너무 싼 음식값을 탐탁잖게 여기는 주변 식당들의 눈초리나 직원들과의 의견 조율은 버겁기만 했다. 하지만 기부하겠다며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온 꼬마 손님, 손님들의 밥값을 모두 계산하고 떠난 여자 손님, 응원하러 지방서 올라와 준 손님들을 마주하며, 이 일은 나 하나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는 어리숙한 이들에게 ‘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신부도 20대에는 재수와 삼수를 하며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건지 많이 고민했다. 30대에는 타국에서의 신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움과 불안함에 수없이 도망친 경험도 있다. 그리고 지금, 40대의 이 신부는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중이다.

“나는 좋은 어른보다 돕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신부의 말처럼 이 책은 좀 더 인생을 산 어른의 책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어른은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이라 말하며, 가난한 청춘에게 ‘돕는 어른’이 돼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지고 가야 할 각각의 고난이 있다. 먹고사는 걱정일 수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심일 수도 있다. “누구도 그 힘듦에 굴복하지 않기를, 용기를 잃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이 신부는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이 들이닥쳐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붙잡고 일으켜 줄 누군가가 곁에 있을 거라고. 그러기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달라” 말하라고.

선의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성과를 가져올 거란 기대보다 무엇이든 도우려는 소박한 마음이 더 따뜻한 이유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넘어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의인 것이다. “힘내라는 말 대신 밥을 차려주고 싶다”는 이문수 신부처럼 말이다.

세 가지 스토리

「디자인 너머」
게슈탈텐 지음|윌북 펴냄

독일 바이에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피터 슈라이어. 그는 아우디, 폭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현대차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계 명장이라 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조명한다. 그가 디자인한 자동차 ‘작품’의 탄생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그의 브랜드 철학이 현대차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도시, 다시 살다」
최유진 지음|가나출판사

도시는 ‘생물’과도 같다. 계획되고, 성장하고, 쇠퇴한다. 한국의 여러 도시 역시 초기에 계획된 역할을 수행하고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쇠퇴기에 접어든 도시가 겪는 문제는 적지 않다. 인구 유출, 환경 오염, 지역 불균형, 빈집 문제까지…. 이 책은 한국에 앞서 도시 쇠퇴 문제를 겪었던 나라들의 사례를 살핀다. ‘도시 재생’ ‘로컬 문화’ 등 쇠퇴하는 도시를 되살린 성공 사례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영 케어러」
시부야 도모코 지음|황소걸음 펴냄

‘영 케어러’란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을 의미하는 용어다. 만혼과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부모를 돌보는 자식의 연령대도 점점 어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모를 돌보느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영 케어러의 증가는 사회문제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영국과 일본에서 실시한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영 케어러를 지원하는 효율적 방법을 고민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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