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지원금 앞두고 있지만
3·4차도 제때 지급 안돼
그 이유조차 알기 힘들어
누군 받고 누군 못 받고 …
재난지원금 뭐가 문제인가

코로나19는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앗아갔다. 그중에서도 집합금지·영업제한의 대상이 된 소상공인은 최전선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긴커녕, 그사이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업체도 숱하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여러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최근 2차 추경 편성이 확정되면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나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소상공인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앞선 3·4차 지원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를 들여다봤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1분기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32조원가량 늘자 이를 활용하겠다는 거다. 2차 추경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방안, 백신접종을 비롯한 재난대책, 하반기 고용대책 등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2차 추경 편성과 함께 ‘5차 재난지원금’ 논의도 진행 중이다. 첫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건 2020년 5월이다. 전국민에게 포인트 형태로 가구당 40만~100만원까지 지급됐으며, 규모는 14조3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보편지원을 했던 1차 이후로는 취약계층·소상공인 등 큰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2차 지원금(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은 소상공인·아동돌봄·프리랜서·미취업 청년 등에게 돌아갔다. 지난 1월 지급한 버팀목자금(3차 지원금)은 집합금지·영업제한으로 손해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했고, 3월 말부터 지급된 ‘버팀목자금 플러스(4차 지원금)’는 3차에서 누락된 이들까지 포함했다. 

현재 논의 중인 5차 지원금은 지급 대상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대립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인당 3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힌 반면, 정부는 국가재정 등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포함한 피해 입은 이들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수혜의 대상인 소상공인 사이에선 “5차 재난지원금이 문제가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집행된 3·4차 재난지원금 지급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의 불만이 폭발한 건 지난 4일 이후다.

‘접수 완료’ 혹은 ‘검증 대기’ 상태로 수개월간 지연되던 버팀목자금 플러스(4차 지원금)의 결과가 갑자기 나오면서다. 하루하루 초조하게 지원금을 기다리던 이들 중 상당수가 ‘지급 완료’, 실제 지급액 ‘0원’이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아 들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0원 지급은 도대체 무슨 의미냐” “우롱하는 것 같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제 사례에서도 지원금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수도권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3·4차 지원금을 모두 받지 못했다. 두번 모두 신청 후 한달 넘게 기다린 결과였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8시 5분에 4차 지원금 지원 결과를 통보받았다. 결과는 ‘0원’. 황당하게도 버젓이 학원을 운영 중인 A씨의 탈락 사유는 ‘폐업’이었다. 
 

탈락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A씨는 수차례에 걸쳐 콜센터·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공단)·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등에 전화했지만, 단 한번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왜 늦어지는지, 탈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도 ‘모른다’ 혹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A씨는 “지원금에 관해 문의하기 위해 여러번 콜센터에 전화했는데 전화할 때마다 다른 답을 들은 적도 있다”며 “집합금지 업종에다 소상공인 조건도 맞는데 원인을 모르니 답답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5차는커녕 3·4차도 문제

A씨뿐만이 아니다.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를 다 냈는데도 이의신청에서 똑같은 서류를 내야 해 분통을 터뜨리는 자영업자도 많다. 재난지원금이 벌써 4차까지 진행됐는데도, 여전히 지급과정에 잡음이 많다는 얘기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의 문제는 소상공인이 한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는 점이다. 3차와 4차는 ‘신속지급’ ‘확인지급’이라는 두가지 방법으로 진행됐다. 신속지급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매출 기준이 맞는 이들에게 바로 지원금을 준다. 확인지급은 이 신속지급에서 누락된 이들이 추가 서류를 제출하면 검토 후 지급한다.

정부와 여당이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논의하고 있지만, 3·4차 지원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논의하고 있지만, 3·4차 지원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부에 따르면 먼저 국세청에 신고한 부가세로 매출 규모를 파악하고, 기준에 맞으면 공단 직원이 수기로 서류를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한달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한 건 주로 확인지급에서였다. 

또 다른 문제는 소상공인이 아무리 답답해도 문의할 수 있는 창구가 콜센터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콜센터도 공단과 계약을 맺은 업체에 불과하다. 사업 진행 과정에 차질이 생겨도 콜센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A씨는 “콜센터 연결도 쉽지 않은데, 소상공인이 공단·중기부 등 담당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콜센터를 통해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해 화나지만 이해한다. 그들도 전면에서 고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기다리는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 

그렇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지원금 지급의 집행 주체인 공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원 접수·서류 검토·민원 응대 등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서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직원이 640명인데 소상공인 수는 640만명”이라며 “소상공인분들의 답답함을 알지만 콜센터 인력까지 모자란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한 공단 직원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고군분투하며 성실히 일하고 있지만 매일 욕먹는다”며 “직원들은 (일하느라) 쓰러지고, 약을 먹어가며 버티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원인은 또 있다. 지급과정에서 연계된 기관이 많은 데다, 기관 사이 협업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의 관계자는 “검토 과정에서 국세청·중기부·건강보험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이 자료를 주고받는데, 자료를 제때 넘기지 않는 곳도 있다”며 “기관끼리의 협업에서 정체가 생기니 당연히 지급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장은 아수라장인데, 정치권에선 ‘퍼주기’식으로 지원금 지급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다. 

인력 부족에 협업도 ‘삐걱’ 

공단은 6월 7일부터 25일까지 4차 지원금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3주간의 접수 기간에다 서류 재검토 과정이 남았으니, 4차 지원금 지급이 완료되려면 7월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5차 지원금은 추경안이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후 8~9월 중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사이에 절차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A씨에게 5차 지원금을 신청할 거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끼리는 지원금을 두고 ‘로또’라고 부른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데 이유는 모르니까. 5차는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다. 3·4차 신청을 하면서 너무 지쳤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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