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주민세에 반발하는 이유
객실 판매 막혔는데 세금은 똑같이 내
손실보상서도 제외돼 피해구제 전무

“방역조치 3단계에는 전체 객실의 4분의 3, 4단계에는 전체 객실의 3분의 2만 운영하라.”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이유로 7~10월 사이에 국내 호텔에 내린 지침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호텔의 연면적에 따라 부과하는 주민세는 전체 객실 기준으로 거뒀다. 영업 면적을 인위적으로 줄여놓고, 연면적에 따라 내는 세금은 그대로 거둔 셈이다. 호텔은 정부 손실보상에서도 제외됐다. 이래도 되는 걸까. 

국내 호텔들은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객실 사용이 제한됐다.[사진=뉴시스]
국내 호텔들은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객실 사용이 제한됐다.[사진=뉴시스]

“영업은 못 하게 막아놓고 세금은 다 받아가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8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세무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 내 사업자들로부터 이런 항의를 숱하게 받았다. 올해의 ‘주민세 사업소분’을 신고ㆍ납부하는 시기였는데, 이 세금을 놓고 납세자들이 반발한 거였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들의 항의가 많았다”면서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세금은 법률에 따라 걷게 돼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 설명이 좀 필요하다. 지자체 내 모든 주민은 해당 지자체에 주민세를 낸다. 주민세 종류에는 ▲개인에 부과하는 ‘개인분’ ▲사업소의 건물 연면적에 따라 부과하는 ‘사업소분’ ▲사업소에 근무하는 종업원의 급여 총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업원분’ 등이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사업소분’이다. 이는 건축물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을 직접 하는 ‘사업자’가 낸다. 사업장 건축물의 연면적을 기준으로 330㎡(약 100평)를 초과하면 초과 건축물 연면적 1㎡당 250원(오염물질 배출 사업소의 경우 500원)이 책정된다. 사업장 건축물의 연면적이 넓을수록 세금도 많이 내는 셈이다.

별도 고지서가 날아오는 게 아니라 각 사업장이 신고해서 납부하는 방식이다. 연면적은 매년 7월 1일 기준으로 그해의 연면적을 산정하고, 납부 시기는 매년 8월(한달간)이다. 당해연도에 낼 주민세를 그해 8월에 낸다는 거다. 종전엔 7월이었는데, 법이 개정돼 8월로 바뀌었다. 

장사가 잘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사업자는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대면서비스가 필요한 업종은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까지 받았다. 세금 납부에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영업을 못하게 해놓고 세금은 다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숙박업, 특히 호텔은 건축물의 연면적이 넓어 주민세 납부에 반감이 더 컸다. 게다가 올해 여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기 전인 7~10월 방역조치를 3~4단계로 격상해 운영했다. 

객실 사용 막고 세금은 그대로…

문제는 호텔들이 각 방역조치 단계에 따라 판매 객실 수를 제한해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방역조치 3단계에서는 전체 객실의 4분의 3, 4단계에서는 전체 객실의 3분의 2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건축물 연면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걸어 놓고, 세금은 전체 연면적을 기준으로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호텔업계가 지자체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지자체는 사업자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도 않았다. 제주 지역의 한 호텔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되지 않아서 해당 지자체에 문의를 했더니 세무 담당 공무원은 ‘어차피 주민세 사업소분은 신고사항이니까 사업자 스스로 알아서 내시라’는 무성의한 답을 내놓더라”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방역조치에 따라 객실이 제한되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 발생해서 세액이 조정되는지 여부를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알아서 내라’는 말에 ‘어떻게 계산해서 내면 되는지 지침을 공문으로 달라’고 했더니 그런 걸 왜 주냐더라. 추후에 잘못되면 책임을 질 거냐는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에다 이런저런 제한까지 겹쳐 화가 나는데, 민원상담도 엉망으로 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참고: 이에 대해 서울시 세무 담당 공무원은 “신고사항이라 하더라도 납세자가 명확한 지침을 달라고 할 때는 해당 지침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금을 잘못 산정했다는 이유로 다시 계산을 해서 세금을 내면 세금을 늦게 낸 거나 마찬가지다. 세금을 늦게 내면 3%의 가산금을 내야 한다. ‘알아서 계산해서 내라’고 하는 건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더 답답한 건 호텔업계의 억울함에도 별다른 구제장치가 없다는 거다. 연면적 사용을 제한했으니 연면적 기준으로 걷는 ‘주민세 사업소분’ 계산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주민세는 인두세(사람 수에 따라 매기는 세금)처럼 존재 자체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주민세 사업소분은 ‘건축법상 건축물의 연면적’을 기준으로 매긴다. 따라서 법이 정한 특별한 사정(해당 건축물을 직원 복지용으로 활용하거나 멸실하게 되는 경우 등)이 없다면 존재만으로도 과세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주민이 아파서 일을 못했다고 해서 주민세를 안 내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마찬가지로 정부의 조치에 따라 영업을 못했다고 해서 ‘주민세 사업소분’을 줄여주거나 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을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의 소상공인’으로 한정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을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의 소상공인’으로 한정했다.[사진=뉴시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당연히 호텔업계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럼 남는 건 이들을 어떻게 구제해주느냐는 거다.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정부가 제대로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손실이 보상이 된다면 세금 반발도 사라진다. 하지만 호텔업종은 정부의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니 호텔업계가 세금을 원칙대로 걷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구제책은 손실보상, 호텔은 배제

정부는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제한 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만을 손실보상 대상으로 한정해놓고 있다. 호텔업종은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제한 업종’도 아니었고, 호텔 사업주는 ‘소상공인’도 아니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손실보상 시스템은 곳곳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손실에 비해 보상액이 너무 적다는 비판뿐만 아니라 대상을 잘못 선정했다는 논란도 숱하다.[※참고: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1일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번 손실보상 대상에서 빠진 호텔업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어쩌면 호텔은 일부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김용원 간사는 “호텔의 객실 수를 제한한 게 영업제한이나 마찬가지인데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호텔뿐일까. 세금은 세금대로 걷는 정부가 손실보상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이유는 충분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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