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vs 한국 방역패스 제재

정부가 지난 12월 6일 다중이용시설에 코로나19 방역패스를 의무적용하고 나섰다. 그런데 도입 이후 자영업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번거로운 데다, 비협조적인 이들도 적지 않아서다. 이를 어겼을 때 제재의 초점이 자영업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다면 방역패스를 먼저 도입한 해외에선 지침을 어긴 자영업자에게 어떤 제재를 가하고 있을까.  

12월 6일부터 국내서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면서 여기저기서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월 6일부터 국내서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면서 여기저기서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2월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용산역 인근의 한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주변 회사 직원과 역 이용객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는 곳이다. 식당 입구엔 QR코드 스캐너와 체온 측정기만 있었고, 직원은 없었다.

12시가 가까워지자 손님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켜본 지 20분쯤 됐을까, 입구를 지나 식당 안쪽에 자리를 잡은 두명의 중년 남성에게 가게 사장이 황급히 달려갔다. 사장은 그들에게 “방역패스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남성들은 되레 “QR코드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화(안심콜)는 안 된다”며 난감해하는 사장과 답답해하는 손님 사이 실랑이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12월 6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가 의무적용(계도기간 7일)된 후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참고: 방역패스란 ▲백신 접종완료자 ▲PCR 음성확인자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자 ▲감염이력이 있는 접종완료자·접종예외자 등을 나타내는 증명서를 통칭한다.] 

무엇보다 업주들의 원성이 높다. 일손이 부족해 손님 한명 한명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확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랑이까지 감당해야 해서다. 12월 13일엔 한 자영업자가 청와대 청원을 통해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면서 “지침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벌금 10만원만 부과하는데 자영업자는 왜 벌금 150만~300만원에 영업정지까지 당해야 하냐”며 호소하기도 했다.[※참고: 방역지침 위반 업체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과 함께 적발 1회시 영업정지 10일, 2회시 20일, 3회시 3개월, 적발 4회시 폐쇄하는 행정처분이 시행된다.]

정부는 최근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 100만원·현물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며 민심 달래에 나섰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방역패스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자 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은 한국보다 앞서 방역패스를 도입한 해외 국가를 소개하며 홍보에 나섰다. 질병청이 사례로 소개한 5개국은 프랑스(보건패스)·이탈리아(그린패스)·독일(3G Rule)·덴마크(코로나파스)·캐나다(백신여권)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방역지침을 어긴 경우 어떻게 제재하고 있을까. 해외에서도 업주를 향한 처벌이 무거울까.

방역패스 시행에 적극적인 나라 위주로 살펴보자. 프랑스는 지난 8월부터 식당·카페, 대중교통, 의료시설 등을 대상으로 ‘보건패스(pass sanitaire)’라는 방역패스를 의무화했다. 당초 11월까지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자 2022년 7월까지 연장했다. 프랑스는 보건패스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최소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첫 벌금은 적은 편이지만 15일 이내 한번 더 위반하면 벌금은 최대 1500유로(약 200만원)까지 늘어난다. 30일 동안 3회 이상 위반했다면 징역 6개월형에 벌금 3750유로(약 502만원)를 부과한다. 사회봉사 명령과 운전면허 정지(차량을 이용해 위반시) 등 추가 처벌도 가능하다. 방역패스를 무시하는 개인을 강력하게 제재한다는 얘기다. 

방역패스 없으면 징역까지…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은 업주를 향한 처벌도 있다. 적발 시 보건당국이 24시간 이내 경고를 주는데, 업주가 개선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일시 폐쇄(7일 이내)한다. 업주가 40일 이내 경고 4회를 받으면 징역 1년과 1000유로(약 134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경고 5회 이상 시엔 벌금이 최대 4만5000유로(약 6034만원)로 급증한다.

방역패스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곳은 또 있다. 이탈리아는 8월부터 ‘그린패스green pass(백신 접종자·코로나19 완치자·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자)’라는 이름으로 식당·카페, 문화·체육시설, 대중교통 등에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다중이용시설 관리자(업주)가 그린패스를 확인하지 않거나, 이용자가 그린패스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둘 다 동일한 수준의 벌금(400~1000유로, 약 54만~134만원)을 부과한다. 다만 3일간 3번 이상 벌금형을 받은 업장은 최대 10일 간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직장 내 방역패스를 의무화한 나라이기도 하다. 10월 15일부터 모든 근로자는 사무실 등 업무공간에 출입할 때 그린패스를 소지해야 한다. 그린패스가 없다면 발급 시까지 업무공간에 출입이 불가능하고, 그 기간은 무급·결근처리 된다.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미소지자(근로자)가 마음대로 업무공간에 들어갔다면 600~1500유로(약 82만~206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의 그린패스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고용주는 적발 시 벌금 400~1000유로가 부과돼, 근로자 벌금보단 적은 편이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자 이탈리아 정부는 6일부터 ‘슈퍼 그린패스’로 방역을 강화했다. 슈퍼 그린패스는 기존의 그린패스 중 PCR 음성확인자를 제외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직장·대중교통 등 필수 이용시설에선 기존 그린패스를 쓰되 식당·문화시설 등 일반 다중이용시설에선 슈퍼 그린패스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일일 확진자 수는 17일 2만8632명을 기록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방역패스를 도입한 덴마크는 어떨까. 덴마크는 4월부터 ‘코로나파스Coronapas’라는 방역패스를 도입했다가 9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모든 방역지침을 해제했다. 그러나 11월 이후 일일 확진자 수가 하루 2000명을 웃돌자 해제 두달 만에 다시 방역패스를 시행했다.

덴마크의 경우 방역지침을 위반한 업주와 이용자에게 비슷한 수준의 벌금을 부과한다. 덴마크 법무부에 따르면 방역패스 없이 식당·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개인에겐 벌금 330유로(약 44만원)를, 고객의 코로나파스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업주에겐 400유로(약 54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업주가 반복 위반 시 벌금은 최대 6000유로(약 806만원)까지 커진다. 

이처럼 해외엔 철저한 방역을 위해 방역수칙을 어겼을 때 업주뿐만 아니라 개인(이용자)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하는 나라가 많다. 자영업자에게만 방역의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거다. 

시장에 쏟아지는 ‘가짜 패스’

이재인 코로나19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접종을 완료했는지 확인하는 건 엄연히 방역당국의 몫임에도 자영업자에게 맡긴다”며 “가뜩이나 영업제한으로 힘든 업주에게 150만원이 넘는 벌금과 10일 이상 영업정지는 과한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방역지침을 어긴 걸 알면서도 속이는 개인에겐 형평성을 무너뜨리면서 고작 벌금 10만원만 부과한다”며 “불법 영업 등 방역수칙 위반이 성행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게 맞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 의무화를 향한 반대 여론을 살펴야 한다. 일례로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그리스·네덜란드 등에선 백신 접종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라 일어났고, 국내서도 청소년층의 반발이 심하다. 유럽에서 방역패스를 도입한 이후 ‘가짜 패스’가 확산한 점도 짚어봐야 한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방역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와 개인에게 돌리는 게 아닌지 세심하게 따져볼 때란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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