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시장 속 스타트업
소형 시장은 스타트업에 기회의 시장

공기청정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반반이다. 필수가전의 반열에 오른 탓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블루오션이라는 의견도 있다. 둘 다 맞는 얘기다. 가정용 시장은 포화상태이지만 소형 또는 차량용 시장은 아직 성장세다. 스타트업들이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그 사이, 스타트업은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공기청정기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소형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사진=연합뉴스]
공기청정기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소형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129회, 2018년 316회, 2019년 642회. 환경부 대기환경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초미세먼지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는 매년 급증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를 구비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2016년 100만여대 팔렸던 공기청정기는 2019년 300만대가량 판매되면서 시장 규모가 3배로 성장했다. 

그 기간 공기청정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업체도 많다. 삼성전자, LG전자, 위닉스 등 전통의 강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공기청정기 시장에 진출했다. 각각 선풍기와 에어컨 사업에 주력해온 신일전자와 캐리어에어컨이 공기청정기를 출시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날씨와 기후가 개선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초미세먼지주의보·경보 발령 횟수가 128회로 전년 동기 579회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중국의 산업이 위축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든 결과였다. 교육부가 공기청정기 사용 자제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순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때아닌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올 1분기엔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3%가량 감소한 1900억원 규모에 그쳤다.

침체와 위축이 반복되자, 공기청정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차별화를 전면에 내걸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SK매직은 필수 부품을 제외한 제품 내·외장재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등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 교원그룹 웰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1인 가구를 공략 중이다. 코웨이는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틈새가 없는 건 아니다. 소형 또는 차량용 공기청정기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있다. 이 시장에 깃발을 꽂겠다면서 신흥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줄줄이 나선 이유다. 밀폐용기 업계의 절대 강자 락앤락은 지난해 공기청정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스타트업 이스트썬텍은 컵홀더에 장착할 수 있는 텀블러형 공기청정기를 론칭하고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 

해외 시장도 기회의 땅으로 성장하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공기청정기 시장은 연평균 9.1%씩 성장해 오는 2025년 기준 876억 달러(9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가정용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92억 달러(약 10조9480억원) 규모였는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8.2%로 증가하며 2025년에는 13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공기 청정기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공기 청정기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 관계자는 “정체기에 접어들긴 했지만 개인 건강과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은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까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도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흥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선 기회의 땅을 만난 셈이다. 

최근 베트남 업체와 무역 상담을 했다는 박재선 이스트썬텍 대표는 “다양한 경로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이 해외에 AS망을 구축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 강화에 역점을 두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과연 침체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이를 발판 삼아 해외시장에서도 K-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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