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판매량 선방한 국내 자동차 시장
자동차 개소세 인하 효과 누렸어
개소세 인하 최소 1년 연장 필요
현실에 맞는 세제 개편 고민해야

2018년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는 예외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안전한 이동수단을 향한 소비자의 니즈와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신차 출시가 맞물리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내수 시장이 재도약한 배경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23일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3일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판매량부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2017년 9520만대였던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8년 8060만대, 2019년 7750만대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 판매량은 7100만대 수준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11.9% 감소한 수치다.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도시 봉쇄’ 조치가 있다. 시민들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자동차 활용도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 이뤄졌던 각국 정부의 봉쇄 조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직격탄을 주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흥미롭게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되레 증가세를 띠었다. 2020년 기준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88만5000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181만3000대)보다 2.3% 늘어났다. 국내 자동차 5개사(현대차 · 기아 · 한국GM · 르노삼성 · 쌍용차)의 판매량은 160만7000대로 2002년 이후 18년 만에 160만대를 넘어섰다.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선방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국내 자동차 5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산 신차가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코로나19 감염에 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안전한 이동수단을 추구했다는 점도 국내 신차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 ‘나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차 수요가 높아진 게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는 자동차 개소세를 종전 5%에서 1.5%로 낮췄다. 지난 7월엔 개소세를 3.5%로 다시 인상하긴 했지만 지난 11월 23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소세 인하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내년 6월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개소세 인하로 소비자는 승용차를 구매할 때 최대 143만원을 덜 낸다. 개소세 인하 혜택 한도인 100만원에 교육세(30만원)와 부가세(13만원)까지 줄어든 결과다.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개소세 인하를 통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혜택도 상당히 크다. 

정부도 개소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자동차 분야는 연관 산업이 광범위해서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소세 인하는 소비자와 정부 모두에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발현으로 내년에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자동차 판매량을 유지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소세 인하 연장은 더욱 긴요한 일이다. 우선, 지난해부터 발생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일부 인기 모델의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지금 신차 출고를 신청해도 내년 이맘때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똑같은 차종을 구입해도 출고 시기에 따라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만약 내년 6월을 끝으로 개소세 인하를 종료한다면 여태까지 노력해왔던 자동차 시장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차량용 반도체, 철강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신차 시장도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기업이 섣불리 자동차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높아지면 신차 판매에 되레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 정책을 연장한다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셈이라서, 자동차 제작사들이 가격을 인상해도 그 여파를 상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개소세 인하 연장은 세제 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 자동차는 사치품의 하나로 취급해 각종 세금의 원천이 됐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지금은 자동차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현실에 맞는 세제 개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개소세 인하는 새로운 세금정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산업계와 소비자의 여건을 모두 아우르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소세 인하 연장은 최소 1년 이상 진행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코로나19라는 대외적인 변수에도 개소세 인하의 효과가 상당히 컸던 만큼 지금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향후 집권할 차기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이 문제에 접근하길 바란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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