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주가 6월 이후 내리막길
실적과 관계 없는 주가 하향 배경은
노조·전기차 시장 등 대내외적 변수
한국타이어 주가 반등할 수 있을까

“제발 살려주세요. 바닥인 줄 알았는데 여기 지하가 있어요.” “저는 57층에 탔는데 지금 45층입니다. 어디 구조대 없나요?” 이 대화는 한국타이어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이 주고받은 내용이다. 대체 한국타이어의 주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6월부터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지난 6월부터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지난 10월부터 증시 하락장이 이어진 탓에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 타이어 제조업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투자자들은 ‘구조대라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탄하고 있다. 최근 몇달간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 1월 4일 3만7400원에서 시작한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6월 22일 5만7300원까지 오르며 5개월 동안 53.2% 상승했다. ‘57층(주가 5만7000원선)’에서 상당수 투자자가 한국타이어의 주식을 매수한 것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6월을 끝으로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30일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3만8400원을 기록해 고점(5만7300원 · 6월 22일) 대비 33.0% 하락했다. 11월 초 주가(1일 · 4만1750원)와 비교하면 한달 새 8.0% 떨어진 셈인데, 문제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실적과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어서다.

먼저 주가 하락이 이어진 3분기 실적을 보자. 한국타이어는 3분기 매출 1조8294억원, 영업이익 1808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매출액 1조8861억원 · 영업이익 2247억원) 대비 각각 3.0%, 19.5% 감소한 수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신차용 타이어의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물류 대란의 여파로 운반비와 원자재 가격이 급증한 것도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 부진한 실적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타이어의 2분기 실적이다. 이 회사는 2분기에 매출 1조8063억원, 영업이익 18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액 1조3644억원 · 영업이익 701억원) 대비 매출은 32.4%, 영업이익은 167.0% 늘어났다.

유럽 · 미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로 신차용 타이어는 물론 판가가 높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교체용 타이어의 판매가 증가한 결과였다. 이는 증권가의 전망치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주가는 차갑게 식었다. 이전까지 4만8000~4만9000원 선을 유지하던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8월 4일) 이후 되레 4만5000원 선(8월 19일 · 4만5300원)으로 떨어지더니 10월 초에는 4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실적 좋든 나쁘든 주가 우수수

10월 중반까지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11월 26일 3만9050원을 기록하며 4만원 선에서도 이탈했다.[※참고: 12월 8일 현재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다시 4만원 선(4만1150원)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6월 고점 대비 27.5% 하락한 수치다.]

한국타이어의 주가는 실적이 좋든(2분기) 나쁘든(3분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셈인데, 이런 상황을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주가가 반등하려면 판매량은 많고 비용은 적게 드는 구조가 안착해야 한다. 하지만 타이어 시장은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현재의 실적만큼 중요한 것이 미래를 향한 기대감인데, 여기서 한국타이어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당장의 실적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궁금한 게 있다. 코로나19란 지긋지긋한 국면을 함께 겪고 있는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두 회사의 2분기, 3분기 실적과 주가 추이를 살펴보자. 먼저, 두 회사가 나란히 흑자 전환한 2분기에 두 회사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2분기 실적 발표일(8월 20일) 7990원이었던 넥센타이어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25일 8490원을 기록하며 6.3% 상승했다. 금호타이어의 주가도 같은 기간(20일 5700원→25일 6060원) 6.3% 올랐다.

실적이 부진했던 3분기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올 3분기 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58억원) 대비 77.7% 감소했다. 실적 발표 이후 떨어지기 시작한 넥센타이어의 주가는 19일 6900원까지 하락했다.

3분기 적자 전환한 금호타이어의 주가도 같은 기간 16.9%(5320원→4420원) 급락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한국타이어의 실적과 주가만 연동하지 않는 까닭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타이어 안팎으로 리스크가 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타이어에 내재된 위험요인은 뭘까. 무엇보다 노조와의 관계다. 지난 11월 24일 시작한 노조 총파업은 한국타이어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타이어는 연간 1억본의 타이어를 생산하는데 그 중 40%가 국내 공장(대전 · 금산)의 물량이다.

최근 들어 국내 공장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올 3분기 기준 국내 공장의 누적 실적만 1조3388억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 공장 3곳의 누적 실적(8610억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호근 교수는 “타이어 산업은 노동집약적인데다 소재 특성상 기계 공정이 아예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서 “노조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실적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고객사별 공급 계획, 물류 배분 등 밸류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험요인은 ‘체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타이어는 ‘체질 개선’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타이어 업계도 전기차에 특화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해서다.

경쟁사보다 낮은 R&D 비중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은 다른 제조사에 비해 낮다. 올 3분기 국내 타이어 3사의 R&D 비중을 살펴보면 ▲넥센타이어 4.0% ▲금호타이어 3.71% ▲ 한국타이어 2.53%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타이어 메이커 ‘브리지스톤’은 2023년까지 3조7336억원을 투입해 전기차용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9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와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및 재료비 · 물류비 등 외부 요소가 어떻게 변동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유통 구조를 최적화하고 18인치 이상 프리미엄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아직 낮은 만큼 전기차용 타이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전용 타이어를 연구 · 개발하는 등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납품에 차질이 생기자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가 수출용 차량에 경쟁사 제품을 사용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타이어는 첩첩산중을 뚫고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