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주식 투자의 위험성
인증 열풍 불었던 두슬라
관심 식으면 주가도 떨어져

밈 주식(meme stock)이라 불리는 종목이 있다. 지난해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로 불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엔 주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익·매수 인증을 올린 투자자도 많았다. 하지만 밈 주식 투자의 끝이 좋은지는 의문이다. 관심이 꺼지면 주가가 아래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밈 주식으로 불린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이슈가 나올 때마다 출렁였다.[사진=뉴시스] 
한국의 밈 주식으로 불린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이슈가 나올 때마다 출렁였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의 끝모를 하락세에 투자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대보다 2700포인트대가 더 익숙해졌다. 기준금리 인상, 코로나19 확산, 원자재 가격 폭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증시를 괴롭히는 악재도 숱하다. 

이를 반영하듯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2651.31포인트로 떨어졌다. 연초(2988.77포인트) 대비 11.2% 하락한 수치다. 종목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9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전자는 7만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플랫폼·2차전지 등 지난해 승승장구하던 종목도 대부분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투자자들이 매일 오전 9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켜는 게 두렵다는 푸념 섞인 말을 내뱉는 이유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종목이 있다. 이른바 ‘밈 주식(meme stock)’이다. 밈 주식은 SNS나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유명해지면서 주가가 오른 주식을 의미한다.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나서다. 지난해 1월 미국의 SNS 레딧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투자자가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주가를 끌어올린 게임스탑(Game Stop)이 대표적이다. 

국내 증시에도 밈 주식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두산중공업이다. 2020년과 지난해 주가가 폭등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고,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두산중공업 매수 인증이 유행했다.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테슬라와 닮았다며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두산중공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렸을까. 위험성과 변동성이 큰 밈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만 보고 나온 건 아닐까. ‘두슬라’의 흥망성쇠를 ‘기간별’로 쪼개 살펴봤다. 

■2020년 : 냉탕과 온탕 오간 주가 = 두산중공업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020년이다. 그해 3월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2190원(23일)으로, 연초 4905원 대비 55.3% 폭락했다. 코로나19 이슈에 유동성 위기가 겹친 탓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달여 후인 2020년 6월 주가는 5000원대를 회복했고, 7월 8000원대, 8월 9000원대로 상승했다. 10월 이후부턴 1만5000원대를 웃돌기 시작해 11월 27일 1만7100원을 기록했다. 3월 대비 8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국책은행이 3조6000억원대의 지원에 나선 게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3월 13 정도를 유지했던 두산중공업 검색 빈도 수치는 2020년 8월 29, 9월 43으로 상승했다.[※참고: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검색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두산중공업을 두슬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당시만 해도 개인투자자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2020년 3월부터 11월 사이 개인투자자는 3374억원의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당시엔 공매도도 이뤄지지 않아 게임스탑과 같은 밈 주식이라는 칭호를 내리기엔 한계가 없지 않았다. 

■2021년 5월 이후 : 두슬라 인증 열풍 = 한동안 잠잠하던 두산중공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낭보는 해외에서 들려왔다. 그해 5월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2021년 5월 18일 1만2600원이었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고, 단숨에 최고가를 기록하며 3만2000원(6월 7일)까지 치솟았다. 13거래일 만에 2.5배나 상승했다. 그러자 주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두슬라 매수·수익 인증이 줄을 이었다. 가령, 투자자 A는 평균 1만3503원에 매수한 두산중공업 주식을 3만1500원에 매도해 133.28%의 수익을 인증했다. 투자자 B도 1만3380원에 매입한 주식 137주를 2만5000원에 팔아 159만원을 벌었다는 수익 인증을 주식 커뮤니티에 올렸다. 

시장에선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3만원을 넘어 5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뤘다. 두슬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졌다. 이는 당시 거래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해 5월 18일 17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두산중공업의 거래금액은 최고가를 기록한 6월 7일 2조3179억원으로 증가했다.

142만주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7893만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매도 거래량이 32만9363주에서 305만8234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두슬라의 주가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의 밈 주식인 두슬라가 공매도를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2022년 초 : 단숨에 식어버린 투자 열기 = 하지만 두슬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3만20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지난 2월 15일 1만5450원으로 하락하며 6개월 만에 또다시 반토막 났다. 지난해 6월 100을 기록했던 구글 트렌드 검색 빈도 수치는 50 아래로 떨어졌다. 줄을 잇던 매수 인증과 수익 인증 역시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뒤늦게 두슬라 투자 열풍에 뛰어든 투자자다.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면서 큰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6월 7일 기관투자자(659억5000만원), 외국인 투자자(448억2000만원) 등이 모두 ‘Sell 두산’을 외칠 때 개인투자자 홀로 1140억8000만원의 매수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투에 물린’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판 밈 주식인 두슬라 열풍에 일찍 뛰어든 투자자는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챙겼지만 늦게 들어온 투자자에겐 손실이라는 아픔만 남았다는 거다. 밈 주식의 위험성을 우려한 투자전문가들의 조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또다시 꿈틀거리는 두슬라 = 이렇게 위축됐던 두슬라가 다시 언급되는 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꿈틀거리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

여기에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중공업이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한 것과 지난해 8년 만에 흑자전환(당기순이익 6458억원)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춤을 췄다. 시장 안팎에선 여지없이 ‘두슬라’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두번의 폭락과 폭등을 경험한 투자자가 이번에도 두슬라에 베팅할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과 성장 가능성이 없는 종목의 주가 상승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밈 주식 위험성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실적과 경기 흐름을 반영하지 않는 밈 주식을 정상적인 투자로 봐야 할지 의문”이라며 “한두 번의 운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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