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이대로 괜찮나
공약 사라지고 논란만 가득

제20대 대선이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제20대 대선이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불청객처럼 찾아온 바이러스 ‘코로나19’는 두해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의 늪에 빠진 소상공인의 신음은 잦아들지 않고,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부채는 가구당 1억원에 육박하는데,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질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2022년 자화상自畵像은 이처럼 슬프다. 2022년 3월 9일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하지만 기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여야를 대표하는 후보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공약집 하나 내놓지 않았다. 대선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신의 생각을 상징하는 슬로건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불명예를 뒤집어쓴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엔  ‘대한민국 7·4·7(7% 성장, 1인당 소득 4만불, 7대 강국)’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운다)’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그런데 20대 대선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슬로건이 아닌 ‘대장동-포퓰리즘’이나 ‘윤핵관-무철학’으로 수렴한다. 이재명 후보는 화려하면서도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하고,  윤석열 후보는 어디서 본듯한 정책만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그러니 명확한 철학이나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아이러니한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다른 후보와는 차별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이 모든 게 후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의 자극적인 신변잡기에만 열을 올리는 각종 미디어와 상대방을 짓밟아야 이긴다는 진영 논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 문제는 슬로건조차 보이지 않는 형편없는 대선에도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대선에 집행할 예산은 2836억2600만원에 이른다. 19대 대선 2067억8000만원보다 768억4600만원 늘어난 예산 규모다. 

# 그렇다고 허투루 치를 수도 없다. 이번 대선은 선거연령이 만 18~19세로 하향 조정된 후 치러지는 첫 대통령선거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생애 첫 대통령을 뽑는 만 18~19세 유권자는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번 대선은 ‘최선’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전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1월 3~5일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후보의 비호감도는 60%를 넘었다. 윤석열 후보가 65.0%로 가장 높았고, 이재명 후보는 56.0%로 집계됐다. 슬로건도 없는 2836억원짜리 대선, 이대로 괜찮은 걸까. 대선후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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