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모빌리티 산업 ‘빅블러’ 현상 가속화
애플·아마존 vs 테슬라·벤츠
자율주행 시장서 경쟁 치열
관건은 어떤 기술 선점하냐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주행 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애플과 아마존,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자율주행에 올인한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차지하는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 성패는 라(이다)ㆍ레(이더)ㆍ카(메라)에 달려 있다.

자율주행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스텔란티스 제공]
자율주행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스텔란티스 제공]

자동차 시장에 ‘빅블러(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자동차 산업에 침투하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이 열리고 있는 거다. 그중 가장 많은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는 곳은 단연 자율주행 시장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자율주행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는 2035년 기준 1조1204억 달러(약 134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투자하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1년 새 33%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장을 향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자율주행이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기차 메이커는 물론 애플,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IT빅테크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그만큼 기대효과도 크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율주행 시장이 향후 3조5000억 달러(약 4070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두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한 걸까. 자율주행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면 어떤 기술에 집중해야 할까. 지금부터 그 해답을 하나씩 살펴보자.

자율주행 기술을 살펴보려면 먼저 자율주행차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ㆍ승객의 조종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뜻한다. 자율주행차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자동차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의 단계를 총 6가지 레벨로 분류하고 있다. 운전자가 직접 교통상황을 인지하고 주행 패턴을 결정하는 레벨0부터 ▲시스템이 가ㆍ감속과 방향 전환을 보조하는 레벨1 ▲고속도로 주행 및 원격 스마트 주차를 보조하는 레벨2 ▲차로 변경, 교통 혼잡 시 저속주행 등을 보조하는 레벨3 ▲정해진 도로와 일정한 조건 속에서 시스템이 스스로 교통상황을 파악해 운전하는 레벨4 ▲ 시스템이 모든 도로와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5가 자율주행을 구분하는 세부적인 기준이다.

그렇다면 현행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단계에 있는 걸까. 관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현행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3 정도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GMㆍ벤츠ㆍ현대차 등 상당수 완성차 기업들이 올해부터 레벨3을 적용한 신차를 출시하기로 해서다.    

레벨3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는 30~40㎞의 낮은 속도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대로까지 자동차 스스로 운전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단,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주차를 하는 ‘풀 파킹 시스템’도 구현할 수 있다.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가령, 운전자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정해진 구역에 주차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참고: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제동을 하는 레벨4는 2027년께나 상용화할 전망이다.] 

앞서 살펴본 자율주행 기술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배경에는 3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카메라다.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들은 이 3가지 센서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부품으로 꼽히고 있는 건 라이다 센서다.

라이다는 물체의 크기ㆍ형태 등을 3차원으로 인식해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만큼 정확도가 높다. 더욱이 라이다는 차선에 새로운 차가 합류하거나 비보호좌회전 도로에서 차가 다가오는 등 특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도 카메라와 레이더보다 유리하다. 카메라와 레이더의 조합은 흔들림이나 빠른 속도에 취약해서 돌방상황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센서에 비해 라이다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만큼, 라이다 센서의 표준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폭스바겐, 벤츠, BMW 등 내연기관차 시장의 전통적 강호들도 라이다 센서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사진=BMW 제공]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사진=BMW 제공]

물론 라이다 센서도 아직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라이다는 눈이나 비를 물체로 인식할 수 있어 악천후와 같은 날씨의 영향에 민감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소형 정밀거울(MEMS)을 이용하거나 굴절 렌즈를 활용한 ‘3D 플래시’ 라이다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라이다가 인식한 물체의 상태를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운행에 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의 융합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빅블러의 물결 속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은 누구에게로 향할까. 한가지 분명한 건 기술을 잡는 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거란 사실이다. 글로벌 공룡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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