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자율주행차 센서 개발 경쟁
볼보 내년부터 신차에 라이다 탑재
카메라 고수해온 테슬라에 ‘도전장’

최근 테슬라에 뜻밖의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볼보다. 볼보는 내년부터 출시하는 신차에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라이다 센서’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라이다’가 아닌 ‘카메라’를 고집해온 테슬라와 완전히 대조적인 행보다. 과연 볼보는 테슬라가 만들어온 ‘전기차 생태계’를 흔들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카메라를 내세운 테슬라와 라이다를 선택한 볼보가 일으킨 ‘라의 전쟁’을 분석했다. 

지난 6월 테슬라는
지난 6월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공표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가 주도하던 자율주행 시장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볼보’가 남다른 출사표를 던지며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민 게 대폭발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볼보는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순수전기차(EV)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봐선 특별할 것이 없다. 완성차 업계에선 이미 레벨 2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했기 때문이다.[※참고: 자율주행 레벨 2단계에서는 자동운전 시스템이 앞차와의 간격ㆍ차선 유지 등 주행의 보조 기능에 한정해 작동한다.]  

볼보의 출사표에 업계가 들썩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라이다(Lidar)’ 센서다. 볼보는 업계 최초로 2022년에 생산하는 모든 차종에 라이다 센서를 표준 사양으로 탑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참고: 라이다는 카메라ㆍ레이더(Radar)와 함께 자율주행차의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센서로 꼽힌다. 자세한 설명은 후술한다.] 

이쯤에서 ‘볼보의 라이다 센서가 테슬라와 무슨 상관인가’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답은 간단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으로 ‘카메라’를 선택한 테슬라와 정반대의 행보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008년 3월 처음 출시한 자율주행차 ‘로드스터’부터 현재의 ‘모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왔고, 이 기술은 시장을 선도했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주변의 차량과 보행자ㆍ도로 상황을 인식하는 장치로 ‘카메라’를 택한 셈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6월 중형세단 차종인 ‘모델3’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 ‘모델Y’에서 레이더를 제거하기로 했다. 오로지 카메라만 사용해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거다.[※참고: 종전까지 테슬라는 전 차종에 카메라와 레이더를 조합해 장착했다.]  

그렇다면 볼보는 테슬라가 구축해놓은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 시장에 신기술 ‘라이다’를 내세워 무리하게 뛰어든 격일까. 볼보의 도전은 결국 ‘달걀로 바위 치기’로 막을 내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라이다’를 앞세운 볼보의 진군은 테슬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논리를 풀기 위해선 테슬라와 볼보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볼보를 비롯한 완성차 제조사들은 라이다 중심의 센서퓨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사진=볼보 제공]
볼보를 비롯한 완성차 제조사들은 라이다 중심의 센서퓨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사진=볼보 제공]

테슬라가 카메라를 택한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자동차용 카메라의 가격은 대당 5만~10만원 선으로, 라이다(대당 150만원)보다 훨씬 싸다. 테슬라의 전기차에 총 8대의 카메라가 탑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다 합쳐도 라이다 한대 가격보다 저렴하다. 그렇다고 라이다 가격이 쉽게 하락할 가능성도 적다. 

정구민 국민대(전자공학) 교수는 “라이다는 비싼 부품을 많이 탑재하기 때문에 원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라이다의 경우 차량 내부에 탑재가 가능한 크기로 소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데, 설계구조가 워낙 복잡한 탓에 본격적인 양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카메라의 값이 싼 만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볼보가 자율주행차의 핵심으로 ‘라이다’를 선택한 이유다.[※ 참고: 테슬라를 제외한 완성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으로  라이다를 삼은 이유도 같다.] 

박만복 한국교통대(전자ㆍ전기공학) 교수의 분석을 들어보자. “기존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라이다 중심의 센서퓨전(sensor fusion) 기술을 택한 건 안전성 때문이다. 당장 하드웨어(자동차) 생산 원가를 절감하는 것보다 안전사고로 인한 리스크 비용을 줄이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참고: 센서퓨전이란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자율주행 센서(라이다ㆍ카메라ㆍ레이더)의 장점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카메라를 택한 테슬라와 라이다를 내세운 볼보 중 누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상당수 전문가는 카메라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메라는 흔들림이나 빠른 속도에 취약해서 라이다에 비해 돌발상황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거다. 카메라에 레이더를 조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특수한 상황일수록 사물 인식률이 라이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이를테면 차선에 새로운 차가 합류하거나 비보호좌회전 도로에서 차가 다가올 때 카메라(혹은 카메라+레이다)의 인식률이 신통치 않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창 도로 위를 질주하는 테슬라 차량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에 오류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이다 중심의 센서퓨전을 적용한 차의 경우, 하나의 센서가 고장나면 다른 센서가 보완해 사고 발생을 막거나 피해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테슬라는 카메라가 고장 나는 순간 위험을 줄일 다른 요소가 없다. 물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오토파일럿)이 작동할 순 있겠지만, 대응 속도가 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로 위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숱하게 발생하는 만큼 카메라만으로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테슬라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해왔다. 유병용 경일대(자율주행자동차학) 교수는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와 달리 테슬라는 소비자들의 실제 주행을 ‘테스트베드’로 삼아왔다”면서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완성차 업계의 운명을 가르는 건 결국 안전이슈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리스크는 볼보가 ‘테슬라의 빈자리’를 능히 차고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볼보의 도전이 결코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거란 얘기다. 문제는 테슬라의 태도다. 숱한 전문가가 안전성을 꼬집고 있음에도 ‘카메라 중심의 세계관’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결국 언제ㆍ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건 테슬라를 선택한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테슬라가 ‘태세전환’에 나설지는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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