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설비 들여놓은 듯한 이마트 구로점
공기질과 온ㆍ습도 자동 조절, 유해물질은 배출
정부가 놓은 다리, 스타트업 기술력 접목한 결과
이마트 타 지점에도 스타트업 시스템 구축 예정

이마트 구로점이 똑똑해졌다. 매장 내 미세먼지ㆍ유해물질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고객이 급증하면 공기를 자동으로 순환해 쾌적함을 유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이 많은 곳의 조명은 밝아지고, 적은 곳은 어두워진다. 이를테면 에너지 사용량까지 자동 조절하는 셈이다. 개점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이마트 구로점이 이렇게 똑똑해진 비결은 뭘까. 큰돈을 들여 리모델링이라도 한 걸까.

똑똑한 시스템을 갖춘 이마트 구로점은 고정비 절감에도 성공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똑똑한 시스템을 갖춘 이마트 구로점은 고정비 절감에도 성공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1월 14일 오후 6시, 이마트 구로점 지하 1층 식품매장.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급증하자 시스템에어컨과 연결된 공기정화장치가 스스로 작동해 공기를 순환하고, 미세먼지와 함께 포름알데히드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걸러낸다. 그 과정에서 습도 역시 자동 조절된다. 

# 식품매장 한쪽에 있는 조리실. 수많은 튀김기가 미세먼지와 각종 화학물질을 배출하자 튀김기 상단에 설치된 팬이 돌아가면서 공기를 순환한다. 조리자가 직접 팬을 켰다 껐다 할 필요가 없다. 미세먼지ㆍ화학물질 등의 값만 설정해 놓으면 공기정화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해서다. 

#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트 구로점의 모든 설비는 구획별로 자동 제어된다. 일례로, 유동고객에 따라 조명이 달라진다. 손님이나 직원이 거의 다니지 않으면 자동 소등되는 식이다. 매장의 다양한 열원설비(에너지를 써서 가열ㆍ냉각하는 설비)에 연결된 냉각수 양과 온도도 자동 모니터링된다. 냉각수 온도가 높으면 외부의 찬공기를 끌어와 식혀줌으로써 과냉방을 방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특정 설비에 이상이 감지되면 이 내용이 설비 관리 담당자의 휴대전화 문자로 전송된다. 관리자는 휴대전화 문자만으로 어디서 어떤 이상이 발생했는지 즉각 인지해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모든 상황이 ‘통합솔루션’ 하나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많은 설비를 제어하려면 각각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 혁신이다. 가령, 하나의 상황판에서 카테고리를 고르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공기질ㆍ온도ㆍ습도ㆍ미세먼지ㆍ유해물질 상태를 알 수 있다. 각종 통계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전력 사용 구성 비율은 물론 에너지별ㆍ장비별ㆍ장소별ㆍ기간별(시간ㆍ요일ㆍ월) 에너지 사용량과 사용ㆍ부하 패턴까지 한번에 분석할 수 있어서다. 제어 역시 에너지별ㆍ장비별ㆍ구획별로 설정값만 넣으면 자동으로 실현된다. 이마트 구로점이 똑똑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과는 또 있다. 이마트 구로점은 똑똑한 통합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고정비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이마트 구로점은 통합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3%가량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절감 ▲냉난방 에너지 효율 증가 ▲최적의 실내 공기질 유지 ▲시설관리팀 업무 효율성 증대(인력 감소 포함) ▲화재 등 중대재해 예방 ▲최적의 설비 관리 등의 효과를 봤다.

이쯤 되면 의문이 하나 생길 법하다. 개점한 지 20년도 넘은 이마트 구로점이 똑똑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친 걸까. 그렇지 않다. 이는 스타트업 클라우드앤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참고: 2018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실제 창업은 2015년)한 클라우드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건물의 통합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클라우드앤이 이마트 구로점에 적용한 기술력의 핵심은 150여개에 이르는 IoT 센서다. 무선공유기처럼 생긴 이 센서는 다양한 설비의 데이터를 측정해 제어시스템에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통합관리 플랫폼’이 구축된다.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는 “IoT 센서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핵심인데, 정확도나 솔루션의 특징 등을 고려해 근거리무선통신(WiFi) 방식이 아닌 장거리무선통신(LoRa) 방식을 사용했다”면서 “LoRa 방식은 데이터 전송량이 많지 않고 수신기 간 거리가 먼 경우, 즉각적인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술력을 가진 클라우드앤과 이마트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정부 덕분이다. 클라우드앤은 2020년 2월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물인터넷 제품ㆍ서비스 검증ㆍ확산사업 지원과제’ 공모에서 “LoRa 방식으로 대형 판매시설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관리하고 화재감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증해보겠다”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이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이마트가 받아들이면서 시범사업자가 됐다. 

이마트 구로점 통합관제실에서는 모든 설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은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마트 구로점 통합관제실에서는 모든 설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은 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정석 대표는 “2020년 12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2021년 1~3월 이마트의 추가 요청사항을 적용한 후 본격적으로 새 시스템을 가동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의 기술력은 전기요금이 비싼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았다. 2021년 1월 정부가 실시한 ‘지원과제 평가’에서도 우리의 제안이 ‘우수(85.8점)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마트 구로점에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이 들어맞았다.”

이마트 역시 ‘똑똑해진 구로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3%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향후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새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로점 외 다른 이마트 매장에도 클라우드앤의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기에서 ‘혁신’이란 단어는 평범해진 지 오래다. 모든 게 혁신이라 불릴 만큼 급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혁신’은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똑똑해진 이마트 구로점은 회사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정부의 뒷받침,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없었다면, 이마트 구로점은 ‘혁신의 길’ 바깥에서 머물러 있었을 지 모른다. 우리가 이마트 구로점의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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