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기간 훨씬 길거나
아예 건설업 등록제 없이도 운영
건설 감독 공무원은 건축사 자격증 보유

우리나라에는 건설업 등록 제도가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춘 건설사만 ‘건설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연이어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연 그게 능사일까.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세계 각국의 건설업 등록제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세밀하다. 사진은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공사 현장.[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건설업 등록제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세밀하다. 사진은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공사 현장.[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건설하려면 필수조건이 있다. ‘건설업 등록’이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인 만큼 자격 조건이 갖춰진 사업자에게만 건설을 허락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는 ‘건설업’에서 퇴출당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설 현장 사고를 연이어 터뜨린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시스템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건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건축산업기본법에 따라 부실공사를 하거나 독과점 구조를 만들면 해당 건설업체에 1년 이내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다. 이 기간 내에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또 다른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면 건설업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 

일본도 비슷하다. 다만 기간이 훨씬 길다. 일본에서 건설업체에 내리는 영업정지 기간은 최장 5년이다. 1년간의 영업 정지는 그간 수주해둔 사업으로 버틸 수 있지만 5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의 처분이 훨씬 더 무거운 셈이다. 

프랑스는 민간이 주도하는 건설업 인증제도가 있다. ‘Qualibat’이다. 2020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에 있는 30만개 업체 중 6만개가 이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재무구조 증명이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선 재무뿐만 아니라 기술과 능력를 다각도로 증명해야 한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장비 보유 현황 ▲사전자격심사가 필요한 전문분야에서의 건설프로젝트 리스트 ▲손해보험회사의 클레임 여부를 증명하는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받은 인증이 4년짜리라는 거다. 4년이 지나면 최초 인증을 받을 때와 같은 기준으로 다시 평가받는다.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인증 없이도 건설업을 할 수는 있지만 발주처가 건설업 인증을 조건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인증 기준을 검토하는 심사위원회에는 공공과 민간전문가가 모두 참여한다.

등록 과정서 보험사 기록까지 조회

영국은 다소 특이하다. 건설업 등록제도를 따로 운용하지 않지만, 시스템이 느슨하지 않다.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의 90%가 건축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건축 심사 자체를 전문가에게 맡기기 위해서다. 건축사 자격증을 보유한 건축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 드문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세계 각국의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이 취소되더라도 이는 사고가 발생한 후다. 이 때문에 건설사의 감독은 건설업 등록시스템, 인허가 절차, 전문가 참여여부 등 모든 단계에서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등록 취소만이 능사가 아니란 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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