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시대
밥상·교통 물가 심상치 않아
물가 안정 대책도 안 통해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잠시 안정세를 찾던 석유류 가격도 다시 고공행진이다.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런 물가상승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거란 전망은 서민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만든다. 문제는 정부 정책마저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대표 8개 외식 메뉴 중 삼계탕을 제외하고 올랐다.[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대표 8개 외식 메뉴 중 삼계탕을 제외하고 올랐다.[사진=연합뉴스]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2022년 2월 1일부터 모든 메뉴를 1000원 인상하게 됐습니다.” 지난 1월 칼국수 전문업체 ‘명동교자’가 자사 홈페이지에 가격 인상 예고 안내문을 게재했다. 2019년 2월 1일 같은 이유로 국수 가격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린 데 이은 3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이로써 명동교자에서 판매하는 칼국수와 비빔국수는 9000원에서 1만원, 만두와 콩국수는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랐다. 국수 한 그릇 사먹는 데 최소 1만원이 필요한 시대가 온 거다.

사실 가격이 오른 건 국수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냉면·비빔밥·김치찌개백반·삼겹살·자장면·삼계탕·칼국수·김밥 등 8개 주요 외식 메뉴 중 가격이 오르지 않은 건 삼계탕(1만4462원→1만4231원)이 유일하다. 냉면은 평균 9000원(서울 기준)에서 9731원으로 8.1% 올랐고, 비빔밥의 가격은 8769원에서 4.4% 상승해 9000원대(9154원)에 진입했다. 칼국수 평균 가격도 4.2%(2021년 1월 7308원→12월 7615원) 비싸졌다.

외식 메뉴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가격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다소비 가공식품 28개를 보자.[※참고: 다소비 가공식품은 간장, 고추장, 국수, 냉동만두, 된장, 라면, 맛살, 맥주, 밀가루, 생수, 설탕, 소시지, 소주, 수프, 시리얼, 식용유, 어묵, 우유, 즉석밥, 참기름, 참치캔, 치즈, 카레, 커피믹스, 컵라면, 케첩, 콜라, 햄 등 총 28개 품목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28개 품목 중 고추장(-3.1%), 참치캔(-1.2%), 카레(-1.0%), 간장(-0.9%), 수프(-0.6%) 등 5개 품목을 제외하곤 1월 대비 가격이 모두 올랐다. 특히 국수와 식용유는 각각 12.6%, 10.1%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와 가공식품 모두 가파르게 오르자 소비자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하며 104.69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건 2012년 2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소비자물가지수 하위 총 12개 지수 중 전년 동월 대비 물가가 오르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6.0%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밥상 물가와 교통 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 중 밥상물가를 엿볼 수 있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 1월 5.5%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5.9%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고물가 기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6~2021년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7.6%를 기록하며 OECD 평균인 14.2%를 웃돌았다”며 “2021년엔 5.9%의 상승률로 OECD 국가 중 5위를 차지해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교통 물가도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교통 물가는 지난해 3월 2.1% 상승률을 시작으로 이후 줄곧 6%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13.1%까지 치솟았다. 올 1월엔 7.2%를 기록,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줄이기 쉽지 않은 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계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걱정인 건 이런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계절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외부 영향을 받는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뜻하는 근원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고물가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8월까지 1%대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오던 근원물가는 9월 이후 2.0%대를 웃돌더니(10월 2.8%→11월 2.4%→12월 2.7%) 올 1월(3.0%)엔 기어이 3%대를 넘어섰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근원물가는 결국 원자재 수급 문제와 연결이 되기 때문에 물가가 추가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당장 해결되긴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현배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그래도 미국보다는 나은 상황이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미국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금이나 서비스 비용이 상승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재 공급 문제만 해결되면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건 불안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도 지금이 엄중한 상황임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기재부 측은 “대내외 물가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 하에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대응하고 물가 부처책임제 등을 통해 물가상방압력 지속에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대외적 물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라”며 “특히 서민의 생활물가 안정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다각도의 물가안정 대책을 적기에 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통하느냐다. 지난해 37차례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물가 상승세를 꺾는 덴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급등한 유류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에 나섰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공공요금 억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전현배 교수는 “하반기까지 가야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덴 무리가 있겠지만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부문에선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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