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갑론을박
엇갈린 비트코인 전망
1만 달러 가능할까

속절없이 추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4일 4136만8000원(2021년 11월 고점 대비 반토막)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8일 5332만6000원으로 28.9% 상승했다. 하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을 두곤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유동성 축소의 영향으로 더 오르기 힘들다는 의견과 안전자산 성격을 갖고 있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사진=뉴시스]

# “1비트코인의 가격이 수년 안에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까지 오를 것이다(2014년 1월 비트코인 투자자 로저 버).”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1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다(2017년 6월 카이 반-피터센 덴마크 삭소뱅크 애널리스트).” “향후 2년 이내에 1비트코인의 가격이 1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다(2018년 4월 올가 펠트마이어 스마트벨러 최고경영자).”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말까지 2만2000달러로 상승하고 2020년에는 7만5000달러, 2021년 중반까지 10만 달러에 이를 것이다(2018년 9월 미 자산운용사 모건 크릭).”

이제는 가상자산으로 불리는 게 더 친숙한 비트코인을 향한 시장의 장밋빛 전망들이다. 이런 예상이 대부분 빗나갔는데도,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찌 된 일인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가상자산 전문가만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블룸버그와 골드만삭스도 최근 1비트코인의 가격이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상황이 낙관적인 전망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거다. 지난해 4월과 11월 1비트코인당 8000만원을 웃돌며 승승장구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400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셈이다. 최근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성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거다. 신중론을 펼치는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승한 후 폭락했던 2017~2018년처럼 이번에도 긴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참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8년 1월 개당 2500만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9년 4월 400만원대로 떨어지며 2500만원 대비 84%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크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이슈와 같은 투자시장의 위험 상황에선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미국 주식보다 먼저 떨어지고 앞서 오르는 등 이머징 마켓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지는 상황에선 미 증시와 동조하는 모습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신중론자들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의 성격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비친다. 안전자산은 시장의 변동성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안동현 교수는 “인플레이션 초기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며 “전형적인 위험자산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 반전 가능할까

실제로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달러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일례로 금·달러인덱스·비트코인·나스닥지수 등의 방향성을 함께 살펴보자. 2020년 1월 말 트로이온스당 1582.9달러였던 국제 금가격은 그해 12월 말 1893.1달러로 19.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가격은 1비트코인당 1068만2000원에서 3159만6000원으로 195.7% 치솟았다.

금가격과 비트코인 가격이 동반 상승한 셈이다. 이렇게만 보면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움직인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당시엔 나스닥지수도 40.8% 상승했다.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참고: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는 98.0에서 90.5로 하락했다.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2020년 1월부터 지난 7일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보다는 위험자산인 나스닥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의 흐름이 안전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경영대학원) 교수는 “변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은 살아있는 시체와 같다”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금가격과 함께 상승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당시엔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올라갔다. 유동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최근 현물 ETF 도입 가능성 이슈에 상승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다. 가격을 섣불리 전망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긍정론은 갑작스러운 폭등으로 인한 조정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진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불안하고,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국가의 새로운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홍배 동서대(글로벌경영학부) 교수는 2020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비슷한 주장을 내비쳤다. “비트코인이 금융시스템에 편입한 과정과 역할이 안전자산인 금과 유사하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헤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 기준 금리와 비트코인

실제로 최근 분위기는 긍정론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4136만8000원이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8일 5332만6000원으로 28.9%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기가 회복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바닥을 다진 비트코인이 상승 준비를 마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긍정론자의 전망처럼 비트코인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님 신중론자의 반론처럼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에 불과한 걸까. 답은 올해 안에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연준의 금리인상 이슈가 비트코인의 흐름을 좌우할 공산이 커서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금융계는 올해 연준이 7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에 가깝다면 연준의 금리인상 악재를 딛고 상승할 것이다. 그 반대라면 다른 위험자산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은 과연 어디로 튈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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