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메타 플랫폼스
실적 나쁘지 않은데 주가 왜 급락
성장주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올해 들어 대표적인 성장주가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나스닥종합지수를 끌어내리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다. 1월 20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폐장 후 실적을 발표하고 즉시 시간외거래에서 20% 이상 폭락하더니, 다음날인 21일 21.70%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은 2.72% 하락했다. 2월 3일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스가 실적 발표 후 26.39% 폭락했다. 나스닥은 이날 3.74% 하락했다. 그렇다고 성장주의 실적이 이 정도 주가가 빠질 만큼 형편없었던 건 아니다. 넷플릭스와 메타 플랫폼스 등 성장주의 주가는 왜 급락을 피하지 못한 걸까.

넷플릭스와 메타의 주가는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연일 하락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와 메타의 주가는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연일 하락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스닥 약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그해 11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재신임 이후 연준이 긴축 기조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이슈”라던 기존 입장에서 방향을 틀었다.

파월은 11월 23일 연임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로 시장에 풀었던 돈을 국채 매입량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을 실시하긴 했지만 금리인상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5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회의록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시장의 돈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을 ‘과거보다는 더 빠르게 시행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국채나 MB S(주택저당증권)의 만기가 도래해도 재투자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오면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양적완화(QE)를 하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양적긴축(QT)을 한다.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고,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긴축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건 성장주다. 성장주란 현재의 실적이 아닌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돈의 가치다.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는 금리하락기에는 미래 성장에 투자하는 성장주에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는 금리상승기에는 현금을 소유하는 것이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현명한 일로 간주된다. 연준이 금리인상·양적긴축으로 방향을 튼 이후 나스닥이 가장 먼저 무너진 이유다.

지금은 연준이 올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0.25%포인트 인상인지 0.50%포인트 인상인지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차가 생기는 상황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19일 1.37%에서, 1월 2일 1.51%, 1월 7일 1.76%로 상승했고, 2월 10일엔 2.04%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나스닥종합지수는 올 들어 12.90% 하락했다. 이런 약세장에서 대표 성장주가 20%대 폭락을 기록하면 투자자들의 심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넷플릭스와 메타 플랫폼스가 얼마나 나쁜 실적을 기록했기에 나스닥이 하루 만에 2~3%씩 급락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시장 예상치보다는 낮았지만 실적 자체가 크게 악화한 건 아니었다.

메타는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이익이 3.67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3.84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출은 336억7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보다 2억 달러가량 적었다.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는 270억~290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준으로 삼아도 시장 예상치보다 10억 달러가량 적다. 시장 예상치보단 적긴 하지만, 이 정도 금액 차이로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넷플릭스의 실적은 대체로 예상치에 근접했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성장성 의문이 부른 폭락 사태

두 회사의 문제는 성장성을 향한 의문이었다. 페이스북 활성 사용자는 지난해 4분기 19억2900만명으로 전 분기보다 100만명 정도 줄었다. 이 수치가 분기 대비 감소한 건 페북이 2004년 2월 설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넷플릭스도 올해 1분기 가입자가 250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8만명 감소한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 전인 지난 1월 1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1년여 만에 월 구독료를 1~2달러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주가는 당일 2.66% 올랐다. 하지만 당시에도 넷플릭스 실적에 우려를 표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넷플릭스는 2019년에도 실적이 악화하기 전 구독료를 인상했었다.

반면 OTT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는 월트 디즈니의 실적 발표는 두 회사와 달랐다. 지난 9일 폐장 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월트 디즈니는 시간외거래에서 8.1% 상승했다. 디즈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18억2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보다 9억 달러 많았다. 주당순이익은 1.06달러로 예상치인 0.63달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디즈니 회계 기준으로는 1분기)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1180만명 증가했다.

미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래를 내다봐서가 아니라 몇달 후에 경제적인 효과가 날 만한 지표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주택 착공 건수가 높다면 조만간 주택 수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1년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등 비교적 고가 상품 위주인 내구재 신규주문이 많다면 그만큼 추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주가도 현재 가치만이 아닌 미래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런 단점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투자의 대가들도 주가하락기에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근거를 드는 이들도 있다. 그럼 질문을 던져보자. 어느 정도 성장해야 성장주일까. 일단, 시장 검증을 거친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은 1년 전과 비교하든 전 분기와 비교하든 우상향만 하면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슬라·리비안·루시드와 같은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라면 경제 상황에 따라서 몇개의 지표가 그다지 좋지 않아도 당장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당장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전기차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당장 내다팔 차가 없어도 성장이 가능하고, 주가도 오른다. 하지만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는 금리인상기에는 판매계약을 맺은 것으론 부족하고, 고객에게 실제 차량을 얼마나 많이 인도했는지까지 따지게 된다.

성장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얼마나 성장할지란 질문을 둘러싸곤 결국 투자자마다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침 현대 투자의 대가들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새로운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우리가 성장주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4일 가치투자의 상징인 워런 버핏이 지난해 4분기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3일에는 헤지펀드의 대명사 조지 소로스, 그리고 ‘돈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캐시 우드의 최근 손익 상황이 알려졌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이전인 지난해 4분기 매수했다. 버크셔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분 매입 공시에 따르면 매입 규모는 141만6000주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월 18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등 유명 게임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회사다.

MS는 1월 14일 액티비전 블리자드 종가 65.39달러에 45% 프리미엄을 더해 인수가를 결정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해 12월 1일 57.28달러에 거래됐다. 12월 중순에는 60달러대로 올라섰고, MS의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1월 18일 25.88% 오른 82.31달러에 거래됐다. 14일 주가는 81.50달러다. 이 회사 주가는 MS 게임부문과 통합할 경우 세계 3위 게임회사로서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투자의 대가들은 위험요인이 깔려 있더라도 베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사진=뉴시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투자의 대가들은 위험요인이 깔려 있더라도 베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사진=뉴시스]

헤지펀드의 상징과도 같은 조지 소로스가 최근 SEC에 제출한 지분 매입 공시 자료에 따르면,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주식 1983만5761주를 20억 달러에 매입했다. 리비안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9.01% 하락했다. 소로스의 투자 손실은 2월 둘째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 종가 기준으로는 -42%, 금액으로는 8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리비안의 주가는 14일 전장보다 6.46% 오른 62.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한 회사다. 상장 이전에 아마존닷컴이 7억 달러를 투자한 회사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이후 구매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리비안은 반도체 공급망, 양산 능력 문제로 지난해 생산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성장성 판단하는 척도는 주관적

테슬라 투자자로 유명한 캐서린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올 들어 메타버스 게임회사인 로블록스,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 모바일 결제회사 블록 등에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 CEO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FAANG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에게 FAANG은 안전자산과 같아서”라고 밝힌 바 있다.

로블록스 주가는 올해 들어 30.86% 하락한 68.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올해 들어 27.60%, 블록은 올 들어 31.94% 떨어졌다. 캐서린 우드의 투자는 나스닥이 충분히 하락했다고 판단해 일종의 ‘물타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나스닥이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 1월 기준 아크 펀드의 수익률이 40%가량 급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성장주가 의심받는다는 건 치명적이다. 이때 성장주에 베팅하는 건 도박일지 모른다. 버핏이나 소로스는 말할 것도 없고, ‘성장주를 안전자산’쯤으로 여기는 캐시 우드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Investing.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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