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서울의 자화상
2040서울플랜 상반기 발표
공급과 공공성, 모두 잡을까

서울시는 올해 새로운 도시기본계획 ‘2040서울플랜’을 발표한다. ‘2030서울플랜’에서 규정했던 아파트 35층 규제가 사라지며 서울의 ‘높이’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도시는 이 ‘높이’를 공공 이익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어떤 도시는 특정 사업을 위해 사용했다. 새 도시기본계획은 공공 가치와 민간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2020년 서울 주택보급률은 94.9%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2020년 서울 주택보급률은 94.9%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 집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많은 지표가 그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20년 103.6%를 기록했다. 1000가구가 있을 때 집은 1036호가 있다는 거다. 모두 1주택자라고 가정해도 주택 36호가 남는다.

하지만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사정이 달라진다. 2020년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94.9%를 기록했다. 서울 100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이 95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가 6년 만에 감소했다는 거다. 2014년 서울 주택보급률은 처음으로 96.0%를 기록했다. 5년 내내 이 수준을 유지하던 주택보급률은 2020년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2012년(94.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간 서울 내 주택은 계속 늘었지만 가구 수 증가 속도도 그만큼 빨랐다. 실제로 2010년 344만2000호였던 서울 주택은 2020년 377만8000호로 33만6000호(9.8%)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 수는 364만7000가구에서 398만2000가구로 33만5000가구(9.2%) 증가했다. 절대량으로 따지자면 주택이 조금 더 늘어났지만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할 수준은 아니었다.

절대적인 주택의 숫자만 모자란 것도 아니다. 주거 비용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소득 대비 임대료(PIRㆍPrice to Income Ratio) 비율은 2021년 9월 기준 17.6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소득 상위 40~60%에 해당하는 가구가 주택 가격 상위 40~60%에 해당하는 집을 사려고 할 때 필요한 시간이 17.6년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는 더 인상되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집을 사도, 빌려도 금융 비용 부담이 줄어들 확률이 없다.

 그럼 주택 공급량을 늘리면서 주택값까지 떨어뜨릴 방법은 없을까.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은 ‘도시 공간 재창조’다.

이는 대단지 아파트 위주인 기존 재건축ㆍ재개발이 아니다. 저층 주거지,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좁은 부지를 선정해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게 핵심이다. 이미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용적률을 완화해 좁은 부지에 높은 건물을 세웠다.

완전히 다시 그리는 서울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한편, 공공성을 강조해 저렴한 ‘청년주택’을 공급했던 거다.[※참고: 용적률은 땅에서 건물 전체 바닥 면적(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용적률을 완화하면 같은 넓이의 땅에 더 많은 바닥 면적을 만들 수 있다. 바닥 면적이 늘어나니 사용할 수 있는 건물도 커진다.] 

정부는 ‘도심복합개발’이란 이름으로 (역세권 청년주택과) 비슷한 정책을 전국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심복합개발은 추가 용적률을 허가해주는 만큼 그 절반을 공공주택ㆍ공공시설로 환원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종합하면, 정부와 서울시는 ‘도시 공간 재창조’를 통해 민간이익과 공공이익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참고: 용적률 완화나 도심복합개발 방식을 채택하려면, 도시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도시기본계획’을 뜯어고쳐야 한다. 박원순 시장 시절 때 만든 2030서울플랜은 용적률 규제를 통해 층수를 제한했다. 이를 완화해 층수를 높이겠다는 게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2040서울플랜의 요체다.] 

 

용적률을 상향 조정한다고 당장 공급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사진=뉴시스]
용적률을 상향 조정한다고 당장 공급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사진=뉴시스]

 

이렇게 도시의 ‘높이’를 전략적으로 조절해 민간이익과 공공이익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뉴욕은 ▲주거 ▲상업 ▲제조로 나뉘는 용도지역 제도를 이용하며 건물 규모와 높이를 조절한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용적률을 일부러 낮춰 저밀도 개발을 유도할 때도 있고 주택 공급 방식에 따라 용적률을 상향조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상업 지역에 주택을 만들 때나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e)’ 혹은 ‘노인용 주택’을 만들 때가 대표적이다. 공공에 기여한 만큼 혜택을 얻는 셈이다. 혜택받을 수 있는 용적률 기준도 용도 지역에 따라 상세히 나뉘어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다.

일본 역시 낡은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사용한다. ‘도시재생특별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을 민간이 개발할 수 있도록 일종의 ‘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공공 가치가 있는 어린이집 등을 새 건물에 조성한다면 더 많은 용적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해 ‘높이’를 올려 주택 공급량도 늘리고, 민간ㆍ공공의 이익도 모두 올리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플랜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가치와 민간이익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용적률을 완화해 높은 건물을 세우더라도 정작 ‘공공 영역’이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앞서 언급했듯 도심복합개발은 추가 용적률을 허가해주는 만큼 그 절반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 환원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미 서울시는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에 용적률을 높여주고 임대주택을 받는 방안을 포기했다. 민간이 사업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도시의 ‘무제한’ 개발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부산 엘시티가 대표적이다. 일반 미관지구였던 엘시티 사업부지는 중심 미관지구로 바뀌며 애초 60m였던 높이 제한이 사라졌고 결국 4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관광 리조트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주거 시설까지 허가됐다.


개발 업자들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이 과정에서 부산이 규제 완화로 얻은 공공이익은 거의 없었다. 애초 계획됐던 2개의 소공원(3308㎡ㆍ약 1002평)을 3개(8658㎡ㆍ약 2623평)로 늘리는 데 그쳤다. 도시계획위원회가 개발 계획의 심사를 담당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특정 사업에 혜택이 돌아갔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시민 감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은 개발 양도권의 거래를 통해 ‘용적률 완화 과정에서 산출되는 민간이익과 공공이익’을 조율하고 있다.

이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실례로 삼아 설명해보자. 용적률이 100%인 이 건물은 역사적 가치 때문에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그럼 남은 용적률 200%를 인근에 있는 다른 빌딩에 팔 수 있다. 인근 빌딩은 용적률 200%를 ‘덤’으로 받아 더 크게 지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숱하다. 무엇보다 개발 가능한 빌딩은 최대한 개발할 수 있다.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 자산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효율과 공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 제도다. 

‘무제한 개발’ 우려 역시 현 제도를 활용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개발계획의 심사를 담당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일반 시민에게 관련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시민 감시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2040서울플랜에선 용적률 상향조정과 층수 완화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은 특권이 될까, 개발의 새 기준이 될까. 답은 서울시의 의지에 달렸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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