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개학, 새학기 증후군 우려
공감, 지지… 들어주는 게 첫 단추

곧 새학기가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출발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 수업 등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한 데다, 달라진 학교 환경이 낯설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학기 증후군’을 겪는 내 아이에게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이어가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온라인 수업, 부분등교 등 코로나19 위험과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학력격차 심화,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혼돈 속에서 또 한번의 ‘개학’ 시즌이 다가왔다. 숨쉬기 답답한 ‘마스크’를 써도 그나마 괜찮은 계절,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필자의 집 앞 목련나무에는 꽃망울이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춥다며 몸을 움츠리지만 자연은 기가 막히게도 봄을 감지하는 것만 같다. 봄기운이 시작되는 요즘은 앞서 언급했듯 개학의 계절이다. 예전 같았으면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시고 온 가족이 아이들을 축하해줬을 텐데, 안타깝다. 그럼에도 모든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처럼 ‘새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부모로선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인지’‘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는지’ ‘폭력적인 아이와 같은 반이 되는 건 아닌지’….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도 많아진다.

이렇듯 학기 초엔 여러 변화가 발생하고 그 변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부모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졸업과 입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학년이 되는 아이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겪게 마련이다.

이때 부모들은 자신들이 이미 경험해본 만큼 “라떼는(나 때는) 말야”라며 자녀들에게 옛이야기를 공유하곤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새학기가 되면서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힘들다” “새로운 선생님이 무섭다”는 자녀에게 “너만 그런 게 아냐” “다들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더라도, 개개인의 감정은 특별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례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살아가면서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내 아이가 태어나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하는 일련의 과정은 엄마에게 더 없이 특별하다. 새학기에 아이들이 겪는 감정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은 새학기를 맞으면 학급 친구와 선생님이 바뀌고, 수업 시간이 늘어나며, 그동안 없던 시험이 생기는 등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오죽하면 ‘새학기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새학기 증후군의 원인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다. 만약 자녀가 등교를 거부하거나 두통이나 복통에 시달리거나, 무기력감·수면장애·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새학기 증후군이 아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새학기 증후군을 겪는 내 아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을 풀어내는 저마다의 대처법을 갖고 있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거나, 노래방에 가서 목이 쉴 정도로 노래를 부르거나,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경우엔 남에게 괜히 트집을 잡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거나 공상에 빠져들거나 자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각각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떠나서, 각자가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과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왔다. 등교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개인적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다 보니 친한 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새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새학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새학기에 적응하기 힘들 때 부모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경질을 내거나 “학교(학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되풀이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부모와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셈이다. 

이럴 때 부모들은 자녀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선 안 된다.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교 외에 유지해온 생활 패턴은 너무 빠르게 바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원을 보낼 때에도 아이의 일상이 너무 빨리 바뀌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섣불리 충고하거나 조언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아이가 마음껏 이야기하도록 하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스트레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주위 사람들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때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필자는 내 아이의 새학기 증후군 해결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지지해줌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녀를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게 부모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다. 언급했듯 새학기는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분명한 스트레스 기간이다. 부모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예민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녀가 새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정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새학기는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지혜가 필요한 때란 얘기다.

글=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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