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해치는 분노
분노 너무 참아도 문제
조절하고 잘 관리해야

청소년들의 감정은 시한폭탄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고, 별일 아닌 거 같은데도 바르르 화를 낸다. 그렇다고 분노를 분노로 대하면 안 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물어보자. 그렇게 분노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법을 알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분노도 ‘생각하기 나름’이란 거다.

분노조절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겐 사회적 지지가 그만큼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노조절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겐 사회적 지지가 그만큼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쪽 눈썹 끝이 올라간 뾰로통한 표정의 앵그리버드(angry birds) 인형이 유행하던 적이 있다. 원래는 게임 캐릭터라고 하는데, 필자는 인형으로 더 많이 접했다. 화난 표정의 인형은 필자가 꼬마였을 때도 있었다.

못난이 삼형제 인형이다. 사람들은 골이 잔뜩 난 표정의 그 인형을 귀여워했다. 재미있다고도 했다. 그것만 보면, 우리는 잔뜩 심통이 난 어린아이, 심성은 착하지만 화가 많은 어른을 꼭 부정적으로만 여기지 않았다.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 화난 표정의 인형을 보고도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분노의 감정이 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 자신 또는 상황을 파괴적으로 만들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더 무서운 건 이같은 분노가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묻지마 폭행, 데이트폭력 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상황에 맞지 않게 폭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간헐성 폭발성장애’로 분류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노조절장애’다. 

분노가 늘 즉각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주 화를 내면 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 기질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학원에 가지 않으려는 자녀에게 처음 몇 번은 “학원 갈 시간이야”라고 타이른다. 그래도 자녀가 꿈쩍하지 않으면 부모는 결국 화를 내고, 자녀는 그제야 학원에 갈 준비를 한다. 이후 부모는 학원에 보내기 위해 계속 화를 내게 된다.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있지만 이건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부모·자녀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화를 너무 참는 것도 문제다. 우울·불안·신체화장애(내과적 원인이 없는데도 신체적 이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정신장애)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분노는 무조건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무조건 참는 것도 좋지 않다. 

분노는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 화를 참는 것보다는 화가 날 때 ‘화가 났다’고 말하고, 왜 화가 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는 것처럼 때론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적절한 분노표현은 갈등을 표면화해서 해결책을 찾게 한다. 하지만 분노가 지나쳐서 자신 또는 타인을 파괴하는 분노표출은 제어할 필요가 있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청소년기 자녀의 반항적이고 태만한 태도를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던 부모가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화가 치밀어 올라 자녀에게 곧바로 비난을 퍼부었다. 이때는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미 자녀의 태도에 화를 억제해 오던 상황이라 지나치게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한창 예민할 때라 분노의 감정이 커진다. 늘 틱틱거리는 말투, 부모가 한마디하면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는 행동, 맘에 안 들면 부모가 듣는 데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욕설…. 왜 그러는지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과 자주 마주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의 난폭한 행동은 심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호르몬, 청소년기의 뇌발달 등 여러 복합인 요소가 얽혀서 나타난다. 청소년 관련 연구를 봐도 청소년기에는 분노를 통제하기 어렵고, 공격·폭력적인 행동이 많다. 분노를 내재화하면 우울이나 자살 시도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청소년들에겐 사회적인 지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화는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자녀가 자주 분노를 표출하면 그것이 부모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 그게 반복되면 가정의 평화도 깨진다. 자녀와 부모 모두 분노를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스스로 기질적으로 화가 많다고 느낀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분노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건 ‘사고思考’다. 무슨 말일까. 가령, 자녀의 퉁명스러운 말투를 보고 부모가 화를 냈다고 치자. 과연 그 말투 자체 때문에 화가 난 걸까. 그렇지 않다. 말투 탓만이 아니라 어른에겐 언제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부모의 신념을 자녀가 깨버린 걸 ‘나(부모)를 무시해서 나온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면 부모는 참기 힘든 분노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해결방법 또한 ‘사고’에 있다. 분노를 일으키는 역기능적 사고를 기능적 사고로 전환하는 거다. 생각을 바꿔보란 말이다. ‘그래, 예의보다 감정에 솔직한 게 더 중요할 때도 있지’ ‘아이가 퉁명스러운 건 그런 자신의 행동도 이해해줄 수 있는 편한 부모라고 여기기 때문이야’라고 생각을 바꿔보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올 수 있다. 조금만 사고를 달리하면 부모의 분노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의 분노조절도 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분노조절엔 신체적·정신적 이완도 중요하다. 자녀와 스트레칭, 복식호흡, 명상 등을 함께해보길 권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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