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환경부 vs 프랜차이즈 본사 옥신각신
이러다 또 자영업자 등만 터질라

오는 6월부턴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할 때마다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지급한 보증금은 일회용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다소 불편하지만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컵 사용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현장에선 잡음이 많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제도를 추진하는 환경부의 준비가 늦다”고 지적한다. 정말 환경부만의 문제일까.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둘러싼 우려들을 확인해 봤다. 

6월 10일부터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월 10일부터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14년 만에 부활한다. 오는 6월 10일부터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할 땐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지불한 보증금은 일회용컵을 반납할 때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폭증하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 등 다회용컵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2002년 도입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업체 간 자율협약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데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해 업체들의 참여가 소극적인 데다, 보증금을 관리할 공적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반환 보증금은 ‘눈먼 돈’이 됐고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미반환 보증금을 홍보비로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보증금이 50~100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일회용컵 회수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한 끝에 6년 만인 2008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그렇다면 14년 만에 다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달라진 건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보증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ㆍ환경부 산하 비영리단체)’를 지난해 6월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참고: 환경부는 2월 25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세부 내용을 담은 고·시ㆍ공고를 행정예고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적용 대상은 커피ㆍ음료ㆍ제과제빵ㆍ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 중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디야ㆍ스타벅스ㆍ파리바게뜨ㆍ뚜레쥬르ㆍ롯데리아ㆍ맘스터치ㆍ맥도날드ㆍ버거킹ㆍ배스킨라빈스ㆍ설빙ㆍ공차ㆍ스무디킹·ㆍ쥬씨 등 105개 브랜드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이 해당된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음료를 구입한 매장이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디야에서 보증금을 지불했더라도 스타벅스에서 반납하고 보증금을 환급받는 게 가능하단 얘기다. 

문제는 시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업계 안팎에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일회용컵 표준 규격을 제시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증금 반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일회용컵 회수가 제대로 될지 불안하다” “처리 지원금을 어떻게 분담(본사ㆍ가맹점)해야 할지 기준이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추진하는 환경부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건데, 정말 그럴까.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둘러싼 논란들을 하나씩 확인해 봤다. 

■체크❶ 표준용기 가이드라인 있나 =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선 표준화된 일회용컵을 도입해야 한다. 업체마다 일회용컵 재질이 PS(폴리스틸렌), PP(폴리프로필렌)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등으로 제각각인 데다, 로고·눈금선이 인쇄돼 있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체들은 “환경부가 표준용기의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주지 않아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달라지는 일회용컵에 맞춰 음료 레시피 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거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사실일까. 환경부의 설명은 다르다. 환경부 측은 지난 1월 14일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플라스틱 일회용컵의 재질을 PET로 일원화하고, 표면에 로고·눈금선 등의 인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종이 일회용컵의 경우엔 안쪽 코팅을 허용하고 표면 인쇄를 15% 미만으로 최소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수거 시 일회용컵이 잘 겹치도록 최소 표준 규격(플라스틱 컵 기준 밑면 지름 48㎜ 이상·윗면 지름 90㎜ 이상·높이 102㎜ 이상)을 지정했다.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표준 규격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거가 용이하도록 일회용컵의 최소 규격을 발표하고, 그에 맞춰 업체가 자율적으로 일회용컵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일회용컵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참고: 그럼에도 환경부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 일회용컵의 재고나 새 일회용컵 제작 기간을 감안해 적어도 지난해엔 표준용기를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체크❷ 보증금 지급관리 시스템 완비했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중심에는 ‘보증금 지급관리 시스템’이 있다. 모든 매장에서 편리하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일원화한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담당하는 곳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다. 

예컨대 소비자가 음료를 구입하면 일회용컵에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제공된다. 반납 시 매장 포스기기에 바코드를 인식하면 보증금이 반환된다. 반환 보증금은 현금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매장~보증금시스템~금융회사’ 간 전산처리를 거쳐 앱을 통해 빠르게 본인 계좌로 입금해준다는 거다. 그런데 업체들은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게 보증금 지급관리 시스템인데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시스템만 개발한다고 해서 점포마다 각기 다른 포스기기와 바로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환경부 측은 “보증금 지급관리 시스템과 모바일 앱 등은 3월 중 개발이 완료된다”면서 “4~5월 시범운영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증금 관리주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지난해 10월에야 신한은행과 ‘보증금 관리 시스템 및 소비자 전용 보증금 앱 개발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당장 6월에 제도를 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촉박한 일정임에 틀림없다. 

■체크❸ 수거 시스템 완비했나 =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원활히 굴러가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거 시스템도 중요하다. 일회용컵이 제때 수거되지 않으면 매장에서 보관 문제나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적용하는 점포가 4만여개 가까이 되는데, 수거업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국 폐기물 수거업체는 5206개(서울 195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생활폐기물 등을 수거하고 있다. 더구나 그중엔 규모가 영세한 업체가 적지 않아 일회용컵 수거까지 병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수거업체를 확보하지 않았다.

환경부 측은 “3월부터 수거업체 지원을 받을 것”이라면서 “기존 생활폐기물 수거업체는 인·ㆍ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회용컵 수거업체는 신고제로 운영해 업체 풀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말대로 수거업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체크❹ 가맹점 지원 체계 구축했나 = 프랜차이즈 업체가 내세우는 또 다른 고민거리 중 하나는 ‘가맹점 지원(개당 4원)’ 방안이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면, 수거·ㆍ재활용 업체에 ‘처리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일거리가 늘어나는 가맹점을 위한 지원 방안도 필요해서다.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규제 밖에 있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 판매자와 사용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됐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규제 밖에 있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 판매자와 사용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됐다.[사진=뉴시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씻어서 보관하기 위해선 세척 기기나 별도의 세척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줄 건지, 본사와 가맹점이 어떻게 분담해야 할 건지에 정해진 바가 없다.” 환경부는 “(지원을 하는 게 맞지만) 최소화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들 도입하는 건 일회용컵 회수·보증금 반환의 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환경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런 만큼 민간 부문을 지원하는 건 최소화할 계획이다. 다만, 공공 부문에는 무인회수기 등을 설치해 지원할 것이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취지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판매자에게 수거·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회용컵은 유리병, 금속캔, 종이팩 등과 달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환경부의 지원을 바라봐선 안 된다는 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환경부의 제도 준비가 늦어져 초기 혼란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업자(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선 안 된다. 수거 체계에 대한 법적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보증금만 받아서 돌려주는 게 아니라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까지 사업자의 몫이다. 사업자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부가가치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업체 모두 ‘늦은 준비’ ‘뒷짐 대응’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사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도입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가장 큰 짐을 져야 하는 건 결국 자영업자다. ‘세계 최초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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