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일침
무인회수 시스템은 필수 인프라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 확충해야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6월 10일 도입될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하지만 이 제도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반발로 12월로 연기됐다. 가맹점주들이 반발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환경부가 수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제도 시행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이런 논란을 잠재울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무인회수기’를 확대하는 거다. 환경부는 왜 무인회수기 도입을 지체했을까.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안착하려면 무인수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안착하려면 무인수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사진=뉴시스]

✚ 14년 만에 부활할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시행이 결국 12월 1일로 연기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하 홍수열 소장) : “환경부의 준비나 홍보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에요. 가맹점주의 불만이 극에 달했는데 환경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죠.” 

✚ 사실 보증금 선납금도 그렇지만 일회용컵을 반납·보관·수거하는 것도 가맹점주들에겐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홍수열 소장 : “그럴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가 반납하는 컵을 받으려면 또다른 인력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반납받은 컵을 보관할 공간도 마련해야 하죠. 당일 수거가 어려우니 쌓아둔 컵의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가맹점주들의 물음에 환경부가 답을 못 준거죠.” 

✚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홍수열 소장 :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인 인프라가 ‘무인회수기’예요. 소비자가 원활하게 일회용컵을 반납하기 위해서,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무인회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 무인회수기를 도입하면 회수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홍수열 소장 :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소비자가 세척하지 않은 컵을 매장에서 반납할 때 생기는 위생·보관 문제예요. 사실 소비자가 컵을 반납할 땐 내용물을 비우고 세척해서 반납하는 게 원칙이에요. 하지만 점주 입장에선 세척하지 않았다고 컵 반납을 거부하기 어렵죠. 무인회수기 인프라를 구축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은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1차적으로 컵을 회수하는 겁니다. 내용물을 비우기만 하면 소비자로서도 가까운 곳에서 쉽게 컵을 반납할 수 있어 편리하겠죠.” 

 

✚ 무인회수기를 충분히 공급만 해도 가맹점주가 세척하지 않은 컵의 반납을 거부할 수 있겠네요. 
홍수열 소장 : “그렇죠. 대안이 있으니 가맹점주로선 세척하지 않은 컵은 거부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반드시 정착돼야 할 문화도 있습니다.” 

✚ 그게 뭔가요?
홍수열 소장 : “세척하지 않은 컵을 매장에서 반납하려는 소비자가 눈총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성숙된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환경부의 홍보도 중요합니다.” 

✚ 그래서인지 무인회수기의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어요. 환경부도 제도 시행에 앞서 무인회수기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고요.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홍수열 소장 : “무인회수기 시범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됐지만 얼마 전까지도 진행되지 않았어요. 무인회수기가 필수 인프라라는 걸 알고 있는데 왜 시범사업이 미뤄졌는지 환경부가 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앞서 일부 지자체가 일회용품 무인회수기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무인회수기의 품질도 중요할 듯한데요. 
홍수열 소장 : “무인회수기는 사람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기능이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어야 해요. 특히 사업 초기일수록 무인회수기가 제대로 운영돼야 제도가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기존에 개발된 무인회수기는 바코드 라벨만 인식하면 보증금을 환급해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컵을 반납하지 않아도 보증금을 환급할 수 있다는 거죠..

홍수열 소장은 “환경부가 무인회수기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가맹점주에게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홍수열 소장은 “환경부가 무인회수기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가맹점주에게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골자는 소비자가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급하고, 컵을 반납할 때 되돌려주는 것이다. 보증금을 지급한 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컵에 바코드 라벨(이하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 음료를 사자마자 라벨만 찍어 보증금을 돌려받고 컵은 그냥 버리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겠네요. 제도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무인회수기는 어떤 기능을 갖춰야 하나요. 
홍수열 소장 : “소비자가 무인회수기에 컵을 넣으면 기계가 컵을 스캔해 라벨이 붙은 보증금 컵인지를 인식한 다음 무게를 측정해 음료가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형상·재질 등을 스캔해 빨대·홀더가 있는지도 체크해야 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 ‘정상 반납’일 경우에만 보증금을 환급해주도록 해야 하죠.” 

✚ 기술 개발이 어려울 듯합니다. 그런 무인회수기가 있더라도 비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요.  
홍수열 소장 : “독일은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무인회수기를 운영하고 있어요. 기술 개발이 어렵진 않습니다. 비용 문제는 일회용컵 미반환 보증금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죠. 일례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대상인 일회용컵을 연간 20억개 사용한다고 추정하면, 그에 따른 보증금은 6000억원에 달합니다. 제도 초기 미반환율이 10%라고 해도 600억원의 미반환 보증금이 발생해요. 이를 활용해 무인회수기 인프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기업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을 테고요. 민간기업이 무인회수기를 확대·보급하고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 사실 무인카페·개인 커피전문점은 이번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이유인데요. 무인회수기를 도입하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참고: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대상은 매장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105곳 3만8000개 매장이다. 무인카페·개인 커피전문점·편의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홍수열 소장 : “그렇죠. 일례로 무인카페는 점포 수가 6000여개에 달하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지만 이번 제도 대상에선 제외됐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 없이 운영하다 보니 일회용컵을 반납받고 보증금을 회수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무인회수기가 도입된다면 무인카페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죠. 수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그렇다면 환경부는 12월까지 회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홍수열 소장 : “현재로선 회의적인 게 사실입니다. 당초 환경부는 시범사업으로 무인회수기 50대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어요.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연간 20억개의 플라스틱컵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어림도 없는 숫자죠. 전국에 1만대는 보급돼야 합니다. 물론 1만대를 당장 도입하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홍수열 소장 :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피할 수 없는 과제예요.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 무인회수기가 확대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습니다. 남은 건 환경부가 무인회수기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가맹점주에게 공유하는 겁니다. 그래야 혼란을 줄이고 가맹점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