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ANPL팀의 플라스틱 대체용품 활성화
편리함 좇는 사람들 깨우는 넛지 전략

많은 사람이 일회용컵에 담긴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사용한 일회용컵은 하루하루 지구에 쌓이고 있다. 서랍 안엔 일회용컵을 대신할 ‘텀블러’가 많지만 활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건 좋지만 종종 불편해서다. 익숙함과 편리함을 좇는 사람들, 그들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디자인씽킹’ 수업에 참여한 ‘ANPL팀’은 ‘넛지(Nudge)’ 전략을 택했다. 

플라스틱 대체용품이 넘쳐나지만 사용은 저조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대체용품이 넘쳐나지만 사용은 저조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 7월 플라스틱 인식 관련 설문조사(7207명 대상)를 진행한 결과, 97.8%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일상에서 ‘플라스틱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플라스틱 포장ㆍ배달 용기 생산량(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은 11만톤(t)에 달했다. 전년 대비 19.7% 증가한 양이다. 용기당 무게를 52g으로 산정하고 환산했을 때 연간 21억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된 셈이다. 

당연히 플라스틱 폐기물도 늘었다. 지난해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환경부).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플라스틱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곳곳에서 제시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컵을 대신할 수 있는 ‘텀블러’도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대체용품’은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디자인씽킹 수업에 참여한 ‘ANPL (Anti Plasticㆍ윤진솔ㆍ장현준ㆍ조효빈 학생)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ANPL팀은 플라스틱 대체용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고민했다. 첫번째 출발점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플라스틱이었다. 학생들은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 이렇게도 많은데 왜 널리 사용되지 않는지에 의문이 초점을 맞췄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의 단가가 일반제품보다 훨씬 높았다. 당연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도입하지 못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지난해 국내 플라스틱 포장ㆍ배달 용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국내 플라스틱 포장ㆍ배달 용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유는 또 있다. 정말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 정말 ‘친환경적’으로 처리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소비자에겐 ‘벽’으로 작용했다. 조효빈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정말 미생물로 분해되려면 58도 이상 온도에서 6개월간 처리돼야 해요.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지 않았어요. 대부분 일반 폐기물로 소각되거나 매립됐죠.”

학생들은 플라스틱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기 위해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떠올린 건 ‘텀블러’였다. 장현준 학생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을 생각해 보니 ‘커피전문점’이었어요”라면서 “일회용컵을 대신해 텀블러를 일주일간 들고 다녀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텀블러를 휴대하는 건 좋은 방법이었지만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텀블러를 씻어야 하는 ‘일과’가 하나 더 생겼다. 또 ‘크림’이 올라간 음료를 마시고 난 뒤 다른 음료를 마시기 위해선 세척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바쁜 알바생’의 눈치가 보인다는 점도 말 못할 고민이었다.

이 때문인지 시중에 다양한 텀블러가 넘쳐나지만 정작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선의善意’가 생활 속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셈이었다. 

윤진솔 학생은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사용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게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았어요”라면서 “그래서 사람들의 ‘죄책감’을 건드려 보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내봤습니다”라고 말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 환경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살짝 들게 만드는 넛지(Nudge) 전략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참고: 넛지(Nudge)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이다. ‘강압하지 않고 부드럽게 개입해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의 경제학 용어로도 쓰인다.] 

학생들은 먼저 “더우시죠? 줄여야 할 때입니다”란 문구와 북극곰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스티커 500개를 만들었다. 그다음 투명한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감싸는 ‘슬리브’ 안쪽에 스티커를 붙였다. 음료의 양이 줄어듦에 따라 스티커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슬리브 외부엔 QR코드 스티커를 붙여 환경 관련 설문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했다.[※참고: 프로젝트는 교내 카페 전문점 2곳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 

설문 결과는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회용품을 줄여야 하는데 인식을 깨워주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등 긍정적 반응과 “플라스틱을 줄이자면서 스티커로 또다른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건가”는 부정적 일침이 공존했다. 학생들의 전략을 두곤 평가가 엇갈렸지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시도했다’는 점에선 의미를 둘 만하다. 

프로젝트를 마친 ANPL팀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사실 처음엔 스티커 대신 슬리브 내에 문구를 프린팅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작 업체로부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티커를 제작하게 됐어요. 프로젝트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목표가 ‘단 한사람이라도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편하니까’ ‘귀찮으니까’ 익숙한 방법(플라스틱 일회용품)을 택한다. 하지만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하면 환경의 미래는 없다. 학생들이 전한 착한 메시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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