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의 살림비평서
재정효율성 해치는 세수추계 오류
기재부 세수추계 오류 줄일 수 있을까

2021년 30조여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 그러자 ‘국민을 쥐어짠 결과’ ‘추가로 걷힌 세금을 왜 정부 마음대로 쓰느냐’ ‘정부가 선거용으로 쓰는 것 아닌가’란 오해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한 탓에 엉뚱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진 거다. 이를 의식했는지 기재부가 최근 세수를 잘못 계산한 원인과 대안을 내놨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세수가 30조여원 더 걷히면서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세수가 30조여원 더 걷히면서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사진=뉴시스]

29조7966억원. 지난해 정부의 초과세수 규모다. 약 30조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는 얘기다.[※참고: 2차 추가경정예산 전망치인 314조2816억원 기준]. 혹자는 “세수가 늘면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될 텐데 뭐가 문제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는 한해 세수를 추정하고 계산해서 예산을 짜고 집행한다. 그런데 그 추계推計가 잘못됐다면 재정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없다. 재정효율성을 해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마련한 손실보상금 예산은 2조4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이 재원으로 58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전해주려 했다. 1인당 평균 400만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겐 아쉬운 예산이었다.

만약 기획재정부가 추계를 잘 해서 30조여원이란 세수가 추가로 들어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어떨까. 그 세수를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보상금 예산에 보탤 수 있었을지 모른다. 꼼꼼한 추계 하나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거다.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하면 재정효율성만 해치는 게 아니다. 갖가지 불필요한 논란들을 부른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국민을 쥐어짰다는 논란이다. 지난해 12월,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걷힌 초과세수가 9조원을 넘겼다’는 얘기가 나오자 A언론사는 “초과세수 눈덩이, 경제난 속 국민·기업 쥐어짠 결과다”란 사설을 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정부의 모든 활동은 법에 따라 이뤄진다. 세율은 개별소비세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소득세 등 각 법에 따라 매 회계연도 초에 공지한 대로 걷는다.

법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인데, 이 공지는 웬만해선 변동하지 않는다. 경기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연초에 공지한 세율을 수정해서 더 많은 세금을 걷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세금을 불필요하게, 의도적으로 많이 걷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미흡한 세수추계에서 기인하는 논란은 또 있다. ‘기재부가 잘못해서 더 걷힌 세금을 왜 정부가 맘대로 쓰느냐’다. 지금처럼 큰 선거가 열리는 해엔 ‘추가 세수를 추경을 근거로 선거용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종종 제기된다.

당연히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미 들어온 초과세수를 쓰지 않을 순 없다. 국가재정법(제89조)에 따르면, 세금이 더 걷혔다면 원칙적으로 추경을 짜서 사용해야 한다. 다만 지금처럼 ‘대선을 앞둔 선심성 추경’이라는 식의 논란이 생기면 정부는 초과세수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정치적 부담이 생긴다.

기재부의 잘못된 세수추계 때문에 2021년에 발생한 초과세수를 아침(2021년 추경)에 반영할 것인지, 저녁(2022년 추경)에 반영할 것인지를 놓고 쓸데없는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거다. 
 

이처럼 기재부의 세수 추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두번의 추경을 거치면서도 세수 추계를 잘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를 낙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세수를 추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수십조원씩 차이가 나는 건 큰 문제다. 

그럼 기재부의 세수추계는 왜 번번이 빗나가는 걸까.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예상보다 선전해 세수가 늘어난 탓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기재부의 세수추계 과정이 폐쇄적이었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기재부는 그동안 세수추계 모형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외부 전문가를 통한 검토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기재부도 최근 이 문제를 인정했다. 기재부는 지난 2월 11일 세수추계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내놨는데, 이에 따르면 오류의 원인은 크게 4가지다. 

첫째, 기재부는 분야별로 나뉜 연구기관의 경제지표 전망치를 토대로 세수를 추계하는데, 이 경제지표가 빗나가면 세수추계의 오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둘째, 세수를 추계할 때 관계기관이나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셋째, 세수의 급등락 등 이상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넷째, 세수추계 오차에 관한 성과평가와 원인분석이 없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향후 ▲경제지표와 추계모형 개편 ▲외부 전문가 도입 등 세수추계 절차적 투명성과 합의성 제고 ▲이상징후 조기경보 등 중간점검 강화 ▲원인분석과 제도개선 등을 통한 환류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민간연구소의 의견을 반영하고, 세수추계도 한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중간 검토 과정을 둬서 오류를 줄이겠다는 거다. 

 

기재부는 세수추계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놨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사진=뉴시스]
기재부는 세수추계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놨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사진=뉴시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그렇다’이다. 기재부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안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이 제시한 대안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실천을 위해선 기재부 장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기 정부에서 이를 간과한다면 기재부의 세수추계 오류는 반복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글 =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grass181716@gmail.com

정리 =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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