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교묘한 돈줄 OTT
OTT 강화하는 이커머스
락인되면 가격 인상 저항감 약해져

쿠팡이 영화를 방영하고, 굵직한 경기를 단독 중계한다. 네이버는 멤버십 고객에게 티빙(tving) 무제한 이용권을 선물한다. 둘의 공통점은 OTT(Over The Top)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OTT를 통해 얻으려는 건 뭘까. 더스쿠프가 이커머스 업체들이 OTT에 빠진 이유를 취재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OTT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사진=쿠팡 제공]
이커머스 업체들이 OTT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사진=쿠팡 제공]

“멤버십에 가입하면 OTT 이용권을 드립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이벤트 문구다. 네이버는 쇼핑(네이버페이)할 때마다 5% 적립해주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티빙(tving) 무제한 이용권을 준다. 11번가는 아마존 상품을 무료배송으로 받을 수 있는 ‘우주패스’ 가입 고객에게 웨이브(wavve) 이용권을 제공한다. 

이렇듯 자사 멤버십과 OTT를 연결하려는 이커머스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쿠팡은 아예 ‘쿠팡플레이’를 출시하며(2020년 12월 24일) OTT 시장에 진출했다. 월 2900원(당시)의 사용료를 내는 쿠팡 멤버십 ‘와우’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인기 영화와 국내외 TV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거다.

출시 당시만 해도 쿠팡플레이는 콘텐츠가 다채롭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의 경기, KFA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등을 독점으로 중계했고, 부정적인 여론 확산에 무산되긴 했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참고: 쿠팡이 지난해 쿠팡플레이를 통해 도쿄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여기에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부담을 느낀 쿠팡이 먼저 올림픽 중계권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기세는 요즘도 뜨겁다. OTT에 진출한 지 1년 남짓한 업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미국프로미식축구(NFL)의 2021~2022 시즌 결승전인 ‘슈퍼볼’을 독점 생중계했고, 남자 농구 월드컵 예선전, 2022년 여자 농구 월드컵, 2023년 남자 농구 월드컵 등 농구 국제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글로벌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단독 온라인 콘서트를 주최하고 쿠팡플레이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서비스했다.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던 SNL 코리아 시리즈도 가져와 쿠팡플레이에서 두시즌째 선보이고 있다.

이런 쿠팡의 행보는 아마존과 닮은 구석이 많다. 아마존은 2005년 단기배송(1~2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출시했다. 아마존 프라임은 서비스 출시 후 미국 NFL·EPL 등의 중계권을 확보해 서비스했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 by the Sea)’ 등의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광폭의 행보를 보여 온 아마존 프라임은 2018년 서비스 출시 13년 만에 회원 수 1억명을 돌파했다.

쿠팡과 아마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OTT를 강화하면 할수록 소비자 입장들은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진다. 몇천원만 지불하면 쇼핑할인, 무료배송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까지 경험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유료 멤버십으로 고정 소비자를 확보하는 ‘락인(Lock in)’ 효과를 톡톡히 얻을 수 있다. 역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러 왔다가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업체들에 OTT는 고마운 존재다. 다시 아마존을 보자.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아마존에서 쇼핑에 쓰는 돈은 연 평균 1400달러다. 반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에선 평균 소비액이 600달러다. 멤버십 서비스로 객단가도 높아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선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할 이유들을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영상 콘텐츠가 그들을 유인할 핵심 콘텐츠가 된 것”이라며 “이를 쇼핑이나 광고 등으로도 연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OTT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업체들이 고객 혜택, 콘텐츠 경쟁력을 빌미로 OTT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OTT를 활용해 유료 고객을 확보해놓고 가격을 올리면 이미 해당 플랫폼에 적응한 소비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 일환으로 제공되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올 1월 1일부터 제공하지 않는다. 기존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려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구독료(월 4900원)에 티빙 이용 추가 요금(연간 결제 시 월 3900원)을 내야 한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다.


아마존 프라임 이용 가격도 4년 단위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최근 몇년만 보더라도 2014년에 79달러였던 서비스 요금이 99달러로 올랐고, 2018년엔 이를 다시 119달러로 인상했다. 지난 2월부턴 여기서 17%가 또 인상돼 연간 사용료가 139달러(약 16만7000원)가 됐다. 아마존은 “배송비와 인건비 부담”을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다. 

가격을 올린다고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상품 구색, 빠른 배송, 쿠팡플레이 시청 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가성비 있는 서비스”라며 “가격 인상으로 쿠팡의 점유율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에서 앞선 쿠팡이 추후 가격을 더 올려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거란 말이기도 하다.

오세조 연세대(경영) 명예교수는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그 이상의 서비스나 혜택이 제공되면 가격 인상의 저항감이 떨어진다”면서 “다만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소비자는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커머스의 OTT 전략을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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