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활짝 열리자
위태로운 이커머스 업체들

# “60대 우리 엄마도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라진 풍경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유통의 미래가 5년 앞당겨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 이 때문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너나없이 수조·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대표적이었고, 앞으로 상장할 마켓컬리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자, 이커머스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들고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전환이 본격화하자, 이커머스 업체들에 끼어있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과연 엔데믹 시대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급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급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미국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아마존닷컴)의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수혜를 톡톡히 누리면서 아마존 주가는 한때 3700달러(약 467만원·2021년 7월 8일 기준)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4월 28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재 아마존의 주가는 2082.00달러(5월 24일)로 연초(1월 3일·3408.09달러) 대비 38.9% 하락했다. 

무엇보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38억 달러·약 4조8000억원)을 기록한 게 충격을 줬다. 아마존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기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물류비 같은 고정비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선 팬데믹 효과가 꺾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엔데믹’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확대해온 물류 투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아마존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온라인 스토어(아마존 직접 판매) 사업 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511억 달러(약 64조원)로 전년 동기(529억 달러·약 67조원) 대비 3.3% 감소했다. 

팬데믹 수혜가 ‘엔데믹’이란 부메랑을 맞은 셈인데,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엔데믹 전환이란 변수 앞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률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수년간 20%대를 기록해온)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12~1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워낙 고성장을 해온 만큼 성장률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미래가 5년 앞당겨졌다”는 평가를 받던 국내 유통업계의 온라인 전환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한국의 온라인 침투율(2021년 기준·대신증권)이 37.2%로 중국(29.7%), 영국(27.9%), 미국(13.2%)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률이 떨어질 것을 암시한다. 온라인 침투율이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전체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여지가 적다는 의미여서다. 

물론 지난 2년간 온라인 쇼핑에 길들여진 소비자가 ‘온리(only)’ 오프라인 쇼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온 이커머스 업체들이 ‘재평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이 고평가를 받아온 건 이커머스 자체의 성장성 때문이라기보단 시장에 유동성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 접어든 만큼 (이들 기업의) 가치도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참고: 쿠팡의 주가가 최근 들어 급락한 건 성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뉴욕증시에 상장(2021년 3월 11일)한 쿠팡의 주가는 지난해 3월 15일 50.45달러에서 현재(5월 24일) 12.89달러로 고꾸라졌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불어난 ‘적자 폭’이다. 매출이 늘어난 이커머스 업체 중에선 물류비 투자,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곳이 숱하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 184억637만 달러(약 23조2392억원)를 달성했지만 영업적자도 14억9396만 달러(약 1조8868억원)를 기록했다. 전년(5억2773만 달러·약 6667억원) 대비 183.0%나 커진 적자 규모다.

쿠팡 측은 “프로세스 효율화·자동화, 공급망 최적화 등을 통해 이익률을 높이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이커머스 수요가 뒷받침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액이 급증했지만 ‘만성 적자’ 해소라는 과제를 푼 곳은 드물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사진=뉴시스]
이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액이 급증했지만 ‘만성 적자’ 해소라는 과제를 푼 곳은 드물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사진=뉴시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쿠팡이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건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고 말했다.

[※참고: 쿠팡은 5월 11일 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이커머스 사업 부문이 사상 처음으로 조정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의 영업이익)  기준 287만 달러(약 36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업적자 누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온전한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불어난 적자에 고심이 깊어진 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756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112억원) 대비 6배 가까이 불어난 액수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사상 최대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고도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고 적자를 개선할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수료 인상’이나 ‘광고 매출 확대’ 전략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카드지만,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3월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원’의 점주 대상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수수료 제도 개편했다. 이어 4월에는 ‘클릭당 과금’ 방식의 광고 모델 ‘우리가게클릭’을 선보였다.

문제는 소비자·점주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의 제도 개편이 소비자의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진 데다, 점주로선 추가로 광고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탈脫 배달앱’을 외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추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지만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쉽지 않을 공산이다.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행보와 러시아-우크라 전쟁 등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쿠팡이 뉴욕증시에서 공모가 35달러, 기업가치 72조원을 평가받으며 상장에 성공한 지난해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거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최초로 IPO에 나선 마켓컬리(컬리)에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5조~6조원대 몸값을 기대하는 마켓컬리로선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참고: 마켓컬리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 등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안승호 교수는 “새벽배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내놓는 서비스가 ‘경쟁사가 따라하기 힘든’ 독보적인 서비스로 보긴 어렵다”면서 “차별화는 어렵고, 결국 자본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팬데믹 등에 올라타 높이 치솟았지만 내실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과연 숱한 우려를 떨쳐내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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