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효과 분석
개미 “기관 외인 입김 더 강해져”
금융당국 “제도개선 긍정적 효과”

공매도 시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에 나선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개인투자자를 달랜다.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틈바구니에서 개미만 죽어나고 있다고 읍소한다. 실제로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의 입김은 최근 들어 더 세졌다. 공매도 논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공매도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장성훈(가명·41)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짐과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동학개미다. 2020년엔 증시 상승세 덕에 재미를 봤지만 2021년에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투자한 종목마다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매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을 들여다보던 장씨의 눈에 최근 낯선 단어가 보였다. 장씨가 보유한 종목에 ‘대여’라는 말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문의해보니 장씨의 주식을 빌려간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이른바 주식 대차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대차거래가 공매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던 장씨는 상환을 요청했다. 상환 직후 가입돼 있던 대차거래서비스도 해지했다. 장씨는 “안 그래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속이 쓰렸다”며 “내 주식을 빌려가서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서비스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2021년 5월 3일 재개됐다. 2020년 3월 16일 공매도를 금지한 지 413일 만이었다.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재개된 건 아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하다. 일종의 부분 재개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나서 공매도 재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영향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의 부분 재개에 앞서 공매도 금지 기간을 두차례(2020년 8월 27일, 2021년 2월 3일) 연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매도가 재개된 지 240일(2021년 12월 28일 기준)이 흘렀다. 그사이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혔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6월 25일 장중 최고치였던 3316.08포인트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1년 9월 말부턴 3000포인트대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비난의 화살이 공매도를 향했다. 지수가 하락한 게 공매도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 잔고금액이 증가할수록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매도 재개 전인 2021년 4월 30일 4조5828억원이었던 공매도 잔고금액은 6월 7조원대로 증가했다.

8월부턴 8조원대를 웃돌기 시작했고, 지난 12월 23일엔 10조567억원을 기록했다. 7개월 만에 공매도 금지 전인 2019년 3월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부분 재개 상태인 공매도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공매도 전면 재개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 tional)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위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공매도 부분 재개 조치가 시장에서 잘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시장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를 체감하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공매도 시장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를 체감하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이처럼 공매도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개인투자자와 금융당국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 금융당국은 시간이 걸릴 뿐 공매도 제도 개선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20년 말부터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시장의 개선 작업에 나섰다. 2020년 12월 불법 공매도의 처벌수준을 강화했고(불법 이득 3〜5배 벌금·1년 이상 징역),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제한했다.

2021년 4월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시장 참여 확대 등의 개선안을 내놨다. 이 때문인지 2020년(1월 1일~3월 13일) 78억원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시장 공매도 규모가 2021년(5월 3일~12월 27일) 115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긴 했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제한으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금액이 같은 기간 2860억원에서 1341억원으로 53.1% 감소한 것도 제도 개선의 영향으로 풀이할 수 있다.

413일 만에 재개된 공매도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됐음에도 공매도는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5월 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이뤄진 공매도 거래금액(코스피+코스닥)은 94조113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4.7%(70조3627억원)에 달한다.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23.2%(21조8631억원)였다.

공매도 시장에서 두 세력이 97.9%를 차지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금액 비중은 1조8852억원으로 2.0%에 불과했다. 2020년 1.2%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났지만 기관과 외국인에게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정도라면 공매도 시장에서 개미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되레 외국인투자자의 입김만 세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0년 55.1%였던 외국인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 비중이 2021년 74.7%로 20%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개인투자자의 요구는 여전히 거세다. 우선 사실상 무기한인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은 90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참고: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은 없다.] 쇼트커버링(공매도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환매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근거도 있다. 2020년 기준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대차거래 평균 상환 기간이 각각 64.8일, 75.1일이라는 것이다(한국예탁결제원).

개인투자자의 요구는 또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을 현재의 105%에서 개인과 같은 14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미와 외국인, 기관 모두 같은 조건으로 공매도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시장의 환경이라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공매도 시장의 불합리함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미 공매도 규모 늘었지만…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차거래 상환기간은 국제 표준약관을 따르고 있다. 규정이 없는 상환기간은 주식을 빌려주는 곳과 투자자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대신 주식을 빌려준 곳이 상환을 요구하면 2거래일 안에 상환하는 게 원칙이다. 담보비율은 각 투자자의 신용도를 반영한 것이라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으니 개인투자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매도 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의 주장에도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하는 것만큼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그렇더라도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이 신용도에서 차이를 보일 순 있지만 문제는 적용되는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분석을 통해 증거금·이자율 격차를 줄일 필요성은 있다”고 조언했다.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 공매도를 비난하는 개미의 읍소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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