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광물 가격
들쑥날쑥한 광물 ETN 수익률
고평가 논란에 위험성 높아져

광물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공급망 문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진 탓이다. 이 때문인지 관련 투자상품의 수도,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모든 투자 상품엔 리스크가 있다. 광물 원자재 상품도 마찬가지다.

광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투자 상품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광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투자 상품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니켈, 몰리브덴, 리튬, 니오븀, 지르코늄, 안티모니…. 알 듯 모를 듯한 이 단어는 광물 이름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원자재 공급망 사태 이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광물’이나 ‘자원’의 사회적·경제적 가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온나라를 혼란의 늪에 빠지게 했던 ‘요소수 대란’이다. 10L당 1만원대에 판매하던 요소수를 10만원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정부는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원자재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직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최근엔 광물 원자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지정학적 우려와 서방 주요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광물 원자재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는 광물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니켈의 가격은 지난 14일 톤(t)당 4만8241.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2만73달러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가격이었던 1만6167.0달러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치솟은 가격이다. 다른 광물 자원의 가치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같은 기간 구리 가격은 8.0%, 금 13.3%, 아연 34.3%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광물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광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관련 투자상품의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광물 원자재 ETN은 80개 종목이다. 이중 63.7%에 달하는 51개가 지난해 상장했다. 2019년과 2020년 상장한 광물 ETN이 각각 1개 종목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광물 ETN 상장 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13개)과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광물 원자재 관련 상품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물 ETF 종목도 15개에 이른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광물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광물 원자재 관련 상품은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2월 1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광물 원자재 상품의 흐름을 분석했다.

[※참고: 2월 11일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최근 광물 원자재 투자 상품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투자 대상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광물 자원인 금을 비롯해 은·구리·니켈·백금·철광석·아연·알루미늄·팔라듐 등 9종의 광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광물 원자재 ETN 80개 종목의 결과값부터 살펴보자. 80개 ETN의 평균 수익률은 2.84%를 기록했다. 투자자의 관심을 받은 만큼 수익률이 뜨겁진 않다. 이유가 있다. 광물 ETN 상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 시 수익률이 높아지는 레버리지 상품과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품으로 나눠져 있다. 최근 광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폭락했다. 

광물 ETN 급증한 이유 

일례로 인버스 상품(36개)을 제외한 44개 광물 ETN의 평균 수익률은 15.4%를 기록했다. 이처럼 광물 원자재 투자 수익률은 어떤 광물에 어떻게 투자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참고: 이번 기사에선 광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에 따른 투자 수익률을 살펴보기 위해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투자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평균치보다 훨씬 높게 계산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후술했다.]

광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관련 투자상품의 변동성도 높아졌다.[사진=뉴시스] 
광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관련 투자상품의 변동성도 높아졌다.[사진=뉴시스] 

■분석❶ 광물 ETN 레버리지 상품 =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광물은 니켈이었다. ‘대신 2X 니켈선물’과 ‘대신 니켈선물’의 지난 한달(2월 11일~3월 14일) 수익률은 각각 140.4%(2만7235원→6만5490원), 90.6%(2만1760원→4만1485원)를 기록했다. 니켈 ETN에 투자했다면 한달 만에 두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금과 은 ETN은 각각 14.5%, 21.8%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광물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투자상품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물 ETN에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일단 모든 광물 ETN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건 아니다. 

구리 ETN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치는 0.9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같은 레버리지 상품이지만 수익률은 5.7 %에서 –2.4%로 큰 차이가 났다. 이는 톤당 1만 달러를 웃돌았던 구리 가격이 최근 9800달러대로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익률이 원자재 가격과 반대로 간 광물 ETN도 있었다. 지난 2월 11일 t당 149.32달러였던 철광석의 가격은 지난 11일 159.79달러로 7.0% 상승했지만 철광석 ETN의 수익률은 –5.9%를 기록하며 되레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 오버슈팅 우려도 나온다”며 “고평가 논란이 발생하면서 매도세로 돌아선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ETN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만큼 광물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거다. 

■분석❷ 광물 ETN 인버스 상품 포함 = 정말 위험한 지표는 지금부터다. 언급했듯 앞에선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광물 ETN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하지만 인버스를 포함하면 수익률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단 전체 수익률이 15.4%에서 2.8%로 떨어진다. 광물 인버스 ETN 36개 종목의 수익률이  -12.5%를 기록하며 전체 수익률을 깎아 먹은 탓이다. 

실제로 광물 ETN 인버스 상품 중 한달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를 넘어선 종목은 8개가 넘었다. 그중 니켈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59.9%에 달했다. 시장에서 광물 원자재 투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귀금속 투자를 확대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러시아-우크라니아 사태가 진정될 경우엔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추격 매수하기보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떤 투자 상품이든 과도한 상승 후엔 극심한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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